-
송미진 "서희원 씨, 한국어 배우고 싶으면 연락 주세요" [인터뷰②]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두 나라의 연예계를 경험해 본 송미진이 느낀 두 나라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만은 심플하고, 한국은 철저하다"라고 송미진은 말했다.그는 "분위기, 사람, 시스템도 대만이 좀 더 심플하고, (아티스트) 관리는 한국이 좀 더 체계적이고 완성된 느낌이다. 네임밸류를 올리기 위한 이미지 관리가 철저하다"라고 짚었다. 대만에서의 연예인 생활을 묻자 그는 "연예인 혼자 택시 타고 다니는 일은 흔하다. '내가 회사원인가?' 싶을 때도 있을 정도였다. 사적인 생활에 있어 좀 더 자유롭다. 연예인을 봐도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다"라고 경험을 전했다.그렇다고 사생활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만은 중국어권에서 홍콩 다음으로 파파라치가 많은 나라다. 송미진은 "너무 티 나게 그냥 뒤에서 따라온다. 나는 좀 둔해서 초반엔 잘 몰랐는데 티아(이육분)가 금방 알아챈다. 그 친구는 정말 많이 찍혀서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라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서희원 씨, 한국어 배우고 싶으면 연락 주세요"지난해 구준엽이 대만 스타 서희원과 결혼하면서 대만의 '국민 사위'자리를 차지했지만, 일찍이 송미진은 대만의 원조 '국민 며느리'였다. 송미진에게는 구준엽이 연예계 국제결혼 선배인 셈이다.송미진은 "진짜 난리예요"라고 구준엽과 서희원 결혼에 대한 현지 반응을 전했다. 그는 "워낙 그들의 러브스토리가 유명했었고, 대만에 클론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 두 사람 사이 썸이 있었던 걸 기억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라면서 "서희원이 중국인과 결혼했을 때, 불화설도 많이 나왔고 대만 사람들도 '왜 저런 사람과 결혼했을까' 하는 반응이 많았는데 구준엽이 딱 나타났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러브스토리가 실현된 느낌이었다"라고 현지 반응을 전했다.구준엽 서희원 커플과 국제결혼 커플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 송미진은 서희원을 향해 "연락 달라. 한국어 가르쳐 드리겠다"라면서 웃었다."올해는 한국어 유튜브 채널 만드는 게 목표"송미진과 그의 4살 연상 남편의 러브스토리도 만만찮게 로맨틱하다. 걸그룹 데뷔 초반부터 알고 지내던 남편과는 스페인 레스토랑 셰프와 손님 사이로 처음 만났다. "오픈 키친이었는데 남편이 내게 첫눈에 반했다고 하더라. 셰프가 와서는 요리 소개를 하더니 안 떠났다. 나갈 때 전화번호를 물어보는데 내 입장에서는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첫 만남을 떠올렸다. 결국 남편의 대시 끝에 친구 관계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 대만에서 걸그룹으로 데뷔한 한국인과 공대 출신 대만인 스페인 레스토랑 셰프, 두 자유로운 영혼의 만남은 결국 2015년 5월 부부의 연으로 이어졌고, 결혼 3년 만인 2018년 8월 딸을 얻었다.그러나 결혼과 출산이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혼 후에도 연예 활동과 의류 브랜드 사업을 병행하던 송미진은 출산 후 한동안 일과 멀어졌다. 의류 사업은 실무에서 물러나 투자자로만 이름을 올린 상황. 하지만 송미진은 시도했다. 아이가 4살이던 지난해는 음원도 냈고, 올 하반기에도 음원을 발매할 계획이다.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운영 중이며, 여러 기회를 엿보고 있다.송미진은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예전처럼 가수 생활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드라마는 호흡이 너무 길고, 외국인이기도 하고 해서 연기는 포기했다"라면서 "MC를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바랐다. 한국 관련 콘텐츠 제작도 꿈꾸고 있다. 중국어 채널을 운영 중인 송미진은 "유튜브가 제작의 시작이다.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걸 해보고자 한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한국어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송미진
-
[막후TALK] '더 글로리'에 한국어 더빙을 왜 해요?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씨아이씨 미디어 배준후 더빙연출 PD[TV리포트=박설이 기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는 본국인 일본에서의 흥행 돌풍에 이어 한국에서도 500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역대 일본 영화 최고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 영화계 일본 IP 흥행 열풍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감독의 전작들도 재조명되는 한편, '스즈메의 문단속' 이후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이 재개봉했다.감독의 전작 중 두 번째 한국 흥행작 '너의 이름은.'(381만)의 경우 새로운 옷을 입고 한국 관객을 만나게 돼 주목된다. 2016년 더빙 버전의 성우를 전면 교체, 재더빙을 결정한 거다. 지난 10일 국내 개봉해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는 '너의 이름은.' 재더빙판의 더빙 연출을 담당한 배준후 PD를 만나 애니메이션, 외화 등 더빙 뒷이야기를 들어봤다.배준후 PD가 일하고 있는 더빙 스튜디오에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인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더빙 작업을 진행했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극장판 외에도 미국 카툰네트워크 시리즈,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작업도 하고 있다. 배준후 PD는 2016년 더빙 연출을 시작한 8년차 PD다.다음은 배준후 PD 일문일답.Q_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붐으로 더빙과 성우를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감하고 있나?'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같은 더빙판 애니메이션 극장판들이 개봉하고, 몇몇 작품이 흥행을 하기는 했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다만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잘되면 앞으로 다른 작품들을 더빙할 기회가 생기니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Q_애니메이션 더빙 연출이 하는 일은 무엇이며, 어떤 식의 디렉팅을 하나?기본적으로 외국어로 되어있는 작품을 우리말로 잘 구현하는 작업이다. 일본어든 영어든. 캐릭터의 분위기나 느낌을 손상 없이 잘 우리말로 담아내는 것. 녹음 외적으로는 판권을 가진 수입사, 방송사, 녹음감독, 번역 작가, 종합 편집 감독, 성우와 일정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과정도 담당한다.디렉팅의 경우 두 가지다. 성우들이 웬만하면 작품에 대해 알고 오는데, 캐스팅이 되면 캐릭터를 어떻게 해하면 좋을지 우리와 논의를 한 뒤 녹음하는 경우도 있고, 성우가 캐릭터를 잡아서 오는 경우도 있다. 몇 마디 (대사를) 듣고 이런저런 느낌을 더 추가해 달라고 하는 등 캐릭터 톤을 함께 잡아간다.Q_영어와 일본어 더빙에 차이가 있나?일본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하다 보니 캐릭터 입에 맞게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인 편안함은 있다. 영어는 어순이 달라 맛을 살리기가 조금 더 어렵고, 보통은 말이 빠르고 많아서 잘 살리면서 담아내야 한다.Q_일본 애니메이션 더빙이 많아 성우들이 원작 연기의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여러 경우가 있다. 캐릭터 목소리 그 느낌 그대로 가져가려는 성우도 있고, 자기만의 새로운 해석을 하려는 성우도 있다. 새로운 해석이 캐릭터와 잘 붙으면 그렇게 가는 거다. 기본적으로 원본 캐릭터에 가깝게 연기하기를 원하기는 하지만 필수는 아니며,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원작과 비슷하게 가는 것을 선호한다.Q_한국은 더빙 시장이 그리 넓지 않아 성우 선택의 폭도 좁을 텐데, 새로운 시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선택의 폭이 좁은 건 있다. 더빙하는 작품 자체가 적고, 한정된 것 안에서 잘 나와야 하니 새로운 시도를 꺼려지는 것도 분명 있을 거다. 가뭄에 콩 나듯 (새로운) 타이틀이 왔을 때 그걸 잘하지 못하면 안 되니까. 공급이 많다면 시도도 많이 해볼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쓴 사람 또 쓴다'는 말은 나올 수 있다.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는 분명 있다. 게임이나 OTT 외화 더빙에서 조금씩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시청자가 모든 더빙 콘텐츠를 다 보지는 않지 않으니 잘 모를 수도 있다. 타이틀이 많아지면 새로운 시도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Q_대중에게 익숙한 목소리를 가진 성우를 우선 캐스팅되나?네임드 성우도 오디션 과정을 거친다. 캐릭터와 진짜 느낌이 맞는지 실제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성우계도 세대가 바뀌는 시점이라, 정말 유명한 성우들은 우리 입장에서는 '진짜 많이 들었던 목소리'이기 때문에 '꼭 이 성우를 기용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없다. 저의 경우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갖고 있다. 팬덤이 있는 성우를 우선 기용해야 한다거나 하는 건 없다. 원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가장 우선순위다.Q_외화 더빙 콘텐츠가 많지 않고, 더빙은 애니메이션에서만 주로 이뤄진다는 생각이 든다.요새는 지상파 외화에서도 자막이 나오더라. 그런데 최근에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OTT에서 외화 더빙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게임에서도 성우들이 활약하고 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에도 성우 내레이션이 필요하다. 그 외 성우들은 행사 진행, 스피치 강의 같은 것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Q_시각장애인용 음성해설 배리어 프리, 어떤 작업인가?우리 스튜디오에서도 배리어 프리 작업을 하고 있다. 보통 한국 영화, 드라마의 배리어 프리 더빙을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상황 설명을 하는 내레이션인데, 최대한 감정이 들어가지 않도록,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게 일정하게 가는 내레이션 작업이다. (극의 상황을 말로) 잘 전달을 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발음이 정확해야 하고, 립 노이즈가 적어야 하고, 구현성보다는 전달력이 중요하다.성우 기용에 있어서는,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 중저음의 남성이 나오면 분위기가 안 맞으니 장르별로 극 분위기에 맞는 목소리를 찾는다. 화면 해설용 대본이 나오면 어울리는 성우를 내부적으로 논의해 선정한다.최근에 우리 스튜디오에서 '더 글로리' '길복순' '정이' 배리어 프리 작업을 했다. 미리 내용을 알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나는 '길복순'을 작업했는데, 외국어 대사가 좀 있었다. 그 부분은 남자 성우를 기용해 더빙(연기)을 하기도 했다. '더 글로리'는 다른 PD님이 진행했는데, 비밀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하더라.Q_어떻게 더빙 PD가 됐는지도 궁금하다.고등학교 때 옆에 성우 덕후 친구가 있었다. PMP로 어떤 오디오 드라마를 들었다. 전생에서 온 남자와 삼각관계에 빠지는 여자 이야기였다. 여자가 말로는 싫다지만 속으로는 흔들리는 씬이었는데 인상 깊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나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처음에는 성우가 되고 싶었는데 누가 멍석 깔아주면 뭘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 주변에서라도 무언가 관여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했다. 덕업일치가 된 거다.더빙 PD가 돼서 좋은 건, 성우 덕후들의 즐길 거리 중 하나로 가상 캐스팅인데 이제는 캐스팅을 내가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그린 그림대로 실현할 수 있어서 좋더라. 행복하다. 상상을 실현한다는 것이.Q_더빙 작업을 한 작품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은?시작한 지 1~2년쯤 '숲의 요정 페어리루'이라는 작품을 했었다. 처음으로 한 장편이기도 했고, 여아용이라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남자라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이들이 나름 좋아해줘서 기억에 남는다.극장판 중에는 '너의 이름은.'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신경을 쏟아서 애정이 크다. VOD판 중에는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 인연'이 기억에 남는다. '디지몬' 주인공들이 어른이 된 뒤 이야기라 성우도 대거 바뀌었었다. 성우들도 디지몬을 보며 자란 세대라 몰입을 잘 해주셨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넷플릭스, 씨아이씨미디어
-
[막후TALK] '너의 이름은.' 이례적 재더빙 "성우 오디션만 일주일" (인터뷰②)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 더빙 연출자인 배준후 PD는 보통 1년에 1~2개 타이틀, 편수로 50편 내외로 더빙 작업을 한다. 중간 중간 극장판 더빙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함께 진행한다고.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일본 애니메이션계 거장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편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이 왔다.'너의 이름은.'은 지난 2016년 개봉해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역대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 글로벌 흥행 3위를 기록 중인 작품이다. 시골 마을의 여고생 미츠하와 도쿄의 남고생 타키,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의 몸이 바뀌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너의 이름은.'은 2017년 한국에서 개봉해 381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너의 이름은.'은 개봉 당시 더빙 버전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작품이기도 하다.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 지창욱, 김소현이 각각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의 목소리를 연기했는데,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었다.그런 '너의 이름은.'이 재더빙판으로 6년 만에 재개봉했다. 업계에서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재더빙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작품이기에 더빙 연출을 담당한 배준후 PD도, 주인공을 연기한 성우 이경태, 김가령의 부담감도 상당했다고 한다.배준후 PD 일문일답 이어서.Q_'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에서 환영을 받는 건 국내 더빙업계에도 고무적인 일일 것 같다.영향력은 있는 것 같다. ('스즈메의 문단속' '너의 이름은.'의) 더빙이 결정이 안 됐다고 하더라도 외화의 분위기가 좋으면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길 수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더욱 그렇다.Q_'너의 이름은.'처럼 재더빙을 해 개봉을 하는 사례는 자주 있는 일인가? 더빙을 맡은 소감은?매우 이례적인 것 같다. (첫 더빙 버전 개봉 때)상황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논란은 인지를 하고 있었다. 일단은 좋아하는 작품이라 처음에는 좋았는데 갈수록 부담이 커지더라. 다시 더빙을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고, 앞으로 이 버전이 계속 남을 거기 때문에 최대한 잘해야겠다,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대표작으로 남길 각오였고, 내 할 일을 열심히 했다.극장에서는 개봉날 처음 봤는데, 조금 아쉬움이 있더라. 개봉 전주까지는 할만큼 했다 생각했는데 디테일한 아쉬움들이 보였다. 조금 더 해볼걸 하는.Q_극장판 제작 기간은 대체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보통 6주 정도 걸린다. 시간이 촉박하다. '너의 이름은.'의 경우 소재와 대본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똑같이 6주가 걸렸지만 다른 작품보다는 좀 더 집중해서 쫓기는 압박감 없이 할 수 있었다.Q_'너의 이름은.' 성우는 어떻게 캐스팅됐나?일단 오디션을 다 봤다. 두 주인공과 조연 3인 등 5명 역할의 오디션을 진행했다. 주인공은 남자 15명, 여자 20명 오디션을 봤다. 들어보고 상위 5인을 뽑아 의논을 거쳐 결정했다.성우들에게 대본 샘플 장면을 만들어 (현장에서) 해봐 달라고 한다. 짧은 클립에 맞춰서 녹음을 해보는 거다.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 둘이 서로 몸이 바뀌지 않나. 남자 성우가 남자일 때와 여자일 때 목소리를 구분해야 하고,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부분 위주로 클립을 뽑아서 오디션을 진행했다. 다른 작품 오디션의 경우 3분 정도(클립으로) 보는데, '너의 이름은.'은 10분 정도 했다. 욕심을 냈다. 성우들도 "이게 오디션이에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이례적으로 상당히 오래 걸렸다. 성우 1명당 30분씩, 일주일 내내 오디션을 봤다. 호들갑을 좀 떨었다.Q_여러모로 주목 받는 작품이라 성우들도 부담이 컸을 것 같다.오디션을 본 성우들 모두 쟁쟁한 분들이다. (주연 캐스팅 소식에) 처음에는 좋아하시다가 점점 부담되고 힘들다고 하기는 하셨다. 관심을 많이 받는 작품이지 않나. 다들 이 작품을 또 좋아하는 분들이다.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은 있었다고 하더라.Q_'너의 이름은.' 더빙 버전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성에 안 차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이 작품을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제가 느낀 느낌을 한국어 더빙으로도 가능한 한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 노력했다.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많이 봐 주시면 다음에 좋은 더빙 작품으로 관심과 사랑이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미디어캐슬
-
[막후TALK] "비성우 더빙 도전? 몰입감 살리는 연기 고민했으면" (인터뷰③)
인터뷰②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 최근 디즈니 '인어공주' 실사판 주인공 에리얼의 목소리를 성우가 아닌 뉴진스 다니엘이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빙 팬들에게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2017년 '너의 이름은.' 사태를 기억하는 이들은 또 한번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하고 있다.유명 성우인 심규혁은 '너의 이름은.' 더빙 캐스팅 논란 당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여러 작품에서 저를 포함한 많은 성우들이 오디션에 붙었다가도, 돈의 논리에 의해 막판에 캐스팅이 갈리는 일이 꽤 된다. 더빙연출 PD들이 그 상황을 막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말이다"라고 목소리를 냈었다.논란 후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재더빙 요구가 쇄도했고, 결국 재더빙이라는 이례적인 결정이 내려졌다. 더빙 업계에서도 의미가 큰 일이며 그렇기에 '너의 이름은.' 재더빙 이슈는 더욱 주목되는 사안이다. 더빙을 연출하는 배준후 더빙 연출 PD는 "몰입감을 살리는 연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배준후 PD 일문일답 이어서.Q_배우의 더빙 도전, 왜 문제가 될까? 또 더빙 연기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잘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다.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화면보다 2미터 뒤에 있는 대상에게 전달하는 느낌으로 연기를 하면 좀 더 캐릭터의 목소리가 달라붙는 효과가 있다. 소리를 앞으로 찌른다는 느낌이면 좋다. 성우 배우 할 것 없이 몰입감 살리는 연기에 대해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Q_PD 개인적으로 꼽는 훌륭했던 비성우 더빙 사례는?'메가마인드'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배우 김수로씨가 목소리 연기를 했다. 상당히 개성 있는, 머리 큰 못돼 보이는 캐릭터인데 텐션이 달리지 않고 충분히 그 캐릭터에 이입이 될 수 있도록 좋은 파워와 박력을 가진 연기를 해줬다. 캐릭터와 위화감이 없었다. (이순재의) '업'도 좋았다.Q_비성우의 더빙 도전, 업계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좋게 생각하자면, 그렇게 해서 콘텐츠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다른 더빙 콘텐츠도 더 나올 수 있으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Q_양질의 더빙 콘텐츠가 나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대중은 어떤 방식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까?개인적으로는 눈앞에 온 작품을 잘 연착륙 시켜 마무리하는 것, 하나하나 잘 진행하는 것, 삐끗 하는 것 없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더빙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취향이 갈린다. (다른 콘텐츠를) 너무 배척하지 마시고 여러 콘텐츠에 관심 갖고 즐기고 소비해 주시면 시장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Q_앞으로 하고 싶은 더빙 콘텐츠가 있다면?오리지널 극장판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너의 이름은.'으로 목표를 이뤘다. 새로운 것을 더 해보고 싶다. 새로운 타이틀의 시작을 해보고 싶고,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도 해보고 싶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미디어캐슬, 어도어, 드림웍스
-
[막후TALK] "일본에선 주류인 BL, 韓에선 불편하다는 반응 있지만..." (인터뷰②)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BL 시장은 이미 일본, 태국 등 이웃나라에서는 주류가 된 장르이며, 팬층도 넓고 탄탄하다는 게 장지혜 헤븐리 이사의 말이다. 이제 막 시작한 한국보다 장르도 다양하고 시장도 잘 형성돼 있다.지난 3월에는 태국의 유명 BL 레이블인 도문디 소속 배우와 제작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 제작 작품을 홍보하기도 했으며, 이곳 소속 배우들은 한국에서 팬미팅을 열고 소통하는 자리도 가졌다.한국에서는 여전히 비주류라는 이미지가 강한 BL 콘텐츠,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BL 드라마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고 시장 영역도 팬미팅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됐다. 헤븐리의 경우 오는 12일 '밥만 잘 사주는 이상한 이사님 극장판'을 시작으로 CGV와 협력해 BL 시리즈를 극장 상영하기로 했다.다만 잘된다고 소문난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일단 찍고 보자는 식의 퀄리티 낮은 BL 드라마들도 쏟아지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찍어만 놓고 플랫폼을 못 찾아 사장될 위기에 처한 작품도 수두룩하다. 결국 한때의 붐이 아닐까 우려에 대해 장지혜 이사는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라고 말했다.장지혜 이사 일문일답 이어서.Q_다른 나라에 이미 시장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상황이 어떤가?일본에서는 만화, 소설, 드라마, 오디오드라마 등 전 장르에서 BL 물은 서브가 아닌 주류다. 영상 쪽은 태국이 강세다. 문화적 포용력도 크고,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좋은 배우 캐스팅과 작품 제작, 관련 행사가 가능한 환경이다. 한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헤븐리가 통합적인 역할을 하면서 제작사와 팬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Q_BL시장, 순식간에 레드오션이 됐다. 거품은 아닐까?"BL이 잘된다"라고 하면서 불과 3~4년 사이 시장이 갑자기 커졌고, 드라마가 우후죽순으로 제작되고 있는 것은 맞다. 대부분 숏폼이다 보니 개연성이 떨어지는 BL 드라마도 많다. 소비층의 눈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스토리나 배우 연기, 연출 면에서 퀄리티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고, 양질의 콘텐츠만 남을 것이라고 본다.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 시리즈, 리디북스 등 플랫폼에서 BL 장르 웹소설, 웹툰 장르의 소비자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BL 드라마도 지금의 과정을 거쳐 옥석이 가려지고, 꾸준히 성장을 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본다.Q_음지 문화라는 시각은 여전히 강한데BL 전용 플랫폼인 헤븐리는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큐레이션하고 유저를 만난다. 하지만 종합 OTT 플랫폼에서 (BL이) 인기 콘텐츠로 뜨면 팬이 아닌 사람들은 아직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서브컬처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신인배우 등용문이기도 하고, 장편 감독, 작가로 가는 길목에서 웹드라마보다 훨씬 많은 유저를 끌어모으는 BL 장르물은 내용을 떠나서도 많은 의미를 갖는다. 대형 OTT 플랫폼에서도 BL 콘텐츠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하나의 취향이자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Q_성소수자들이 BL 콘텐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성향으로 단순히 '소비'된다는 데 반감은 없나?BL은 문화다양성을 응원하는 장르다. 로맨스 스토리를 지향한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관없다. 이런 측면에서 LGBTQ 콘텐츠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Q_기대되는 작품들이 있을까?한국 작품 중에는 배우들의 청량감이 돋보이는 ‘우리연애시뮬레이션’, 웹소설 원작의 '스타스트럭'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태국 BL 스타들이 출연하는 ‘큐티파이투유’, 지난해 작품이긴 하나 처음 공식 번역돼 서비스중인 'Love in the air'도 한국 팬들이 많이 기다렸던 작품이다.Q_BL 드라마 시장, 앞으로 전망은?원작이 되는 웹소설, 웹툰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퀄리티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BL 드라마 제작에 뛰어드는 제작사들도 더욱 전문화되고 있다. 고퀄리티에 흥행도 되는 좋은 BL 드라마가 나오면 투자도 활성화될 것이다. 헤븐리는 유저들에게 이를 어떻게 잘 소개할까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지난해 본격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유저는 이미 30만명을 넘어섰고, 매출은 2022년 한 해 매출을 올해 3개월 만에 50% 달성했다. 굉장한 상승 곡선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Q_이 장르에 편견을 가진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두 가지 측면을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문화 다양성이 존중 받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 유해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합법적인 콘텐츠를 즐기는 취향은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둘째, BL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폭력적이지도 않고, 자극적인 관심을 끌어내려 하지도 않는다. 로맨스의 본질 그 자체에 대한 감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이니, 하나의 장르로 인정되길 바란다.한국에서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인 BL 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서 취향을 존중 받기까지 과도기는 분명 필요할 터. 서브컬처의 양지화에는 잡음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아직 장르에 대한 대중의 제대로 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저예산 고효율'이라고 소문이 나 너도나도 BL 드라마를 만들며 순식간에 레드오션이 됐다. 지난해부터는 NEW 같은 대형 제작사와 왓챠 등 OTT도 BL 드라마 제작과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우후죽순으로 BL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이제는 소비자가 보다 높아진 눈으로 옥석을 가려내 장르의 품질을 상향평준화해야 하는 단계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스타스트럭' 스틸, 헤븐리, '큐티파이투유' 스틸
-
수줍지만 당당한 에이디야 "방탄소년단 팀워크 닮고 싶어요" [인터뷰]
[TV리포트=박설이 기자]K팝 4세대 아이돌, 특히 걸그룹 시장은 유난히 치열한 2023년, 게다가 아이돌 그룹 컴백이 쏟아지는 이 시기, 신인 걸그룹 에이디야가 호기롭게 '데뷔'라 적힌 도전장을 던졌다.에이디야(ADYA), 모험이라는 뜻의 AD와 출발을 의미하는 YA를 합쳐 만들어진 팀명이다. 연수, 서원, 채은, 세나, 승채 다섯 멤버가 자신들만의 색깔로 다양한 모험을 향해 출발한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 4월 28일,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데뷔 전 소속사 스타팅하우스의 사옥에서 에이디야 멤버들을 만났다. MBTI 앞자리가 모두 I라는 에이디야 멤버들, 세상 힙한 스타일링을 하고 있지만 신인답게 수줍음 많은 소녀들이었다. 데뷔를 앞둔 심경을 묻자 조심스럽게 "걱정 반, 기대 반"이라고 답한 세나는 그러면서도 "저희 멤버들이 끼도 많고 매력도 넘쳐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알려지는 게 기대가 된다"라면서 설렘을 드러냈다. 말투는 수줍지만, '요즘 아이들' 답게 할 말은 할 줄 아는 당당한 면모가 묻어났다. 팀에서 유일한 학생이라는 한림예고 3학년 세나는 연습생 생활을 하는 친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데뷔를 하게 됐다고. "가장 먼저 데뷔해서 기분이 좋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잘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크다"라는 세나는 "친구들도 데뷔해서 같이 무대에 서고 싶다. 반가울 것 같다"라고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막내인 승채는 "아직 데뷔가 실감이 잘 안 난다"라며, 남은 시간 더 열심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강점은 퍼포먼스. 방탄소년단 팀워크 배우고 싶어요"걸그룹 대전에 뛰어든 에이디야가 내세운 강점은 퍼포먼스. 에이디야는 "퍼포먼스적으로 강력한 팀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다섯 명 전원 안무 창작이 가능하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퍼포먼스를 통한 멤버 각자의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에이디야, 멤버별 매력도 각양각색이다. 서원은 "밝은 분위기에 활짝 웃는 모습"이 매력이라며 걸리쉬한 안무에 자신있다고 말했다. 서원은 "선미 선배님의 '싸이렌'을 춰보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내기도.멤버 세나는 힙합에 강하다. "힙합 코레오와 강렬한 춤을 잘한다. 특히 보이그룹 춤에 자신 있다"면서, NCT의 '영웅'을 완곡으로 춰보고 싶다고 말했다. 채은은 "팀에서 최장신이고 팔다리가 긴 편"이라고 본인의 강점을 자신있게 말했다. 선 쓰는 동작을 잘하고 힐 댄스에 자신있다고. 즐겨듣는 팝에 안무를 직접 만들어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리더 연수도 힐 코레오에 자신 있다면서도 "귀엽고 러블리한 분위기도 매력"이라고 자신의 강점을 전했다. 승채는 힙합과 힐 코레오를 섞은 춤을 좋아한다면서 "저만의 스타일로 창작 안무를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퍼포먼스가 장점인 팀인 만큼 에이디야는 데뷔곡 '퍼'의 안무에도 참여했다. 채은은 "데뷔곡 안무의 인트로와 아웃트로 후렴 부분을 만들었다. 참여도가 꽤 높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채은은 함께 팀내 래퍼 파트인 세나와 함께 작사 작곡도 공부 중이라고. 하지만 아쉽게도 데뷔곡에는 참여하지 못했다고, 채은은 "작사를 해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퀄리티가 높지 않아 데뷔곡에는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라면서 "다른 멤버들도 혼자 글을 쓰는 연습을 하면서 시도해보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스타일링에도 멤버들이 목소리를 냈다. 은채는 "프리 데뷔 콘텐츠 촬영을 할 때 헤어, 메이크업, 의상에 대해 저희 멤버들에게 어울리는 시안을 매니저님에게 따로 부탁을 했고, 반영된 부분도 있었다"라고. 데뷔 전부터 자신들의 색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앨범 준비 과정에서 자신들의 색을 녹여내기는 했지만, 신인이기에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은 에이디야. 이들에게 롤모델이 되는 선배 가수를 물었다. 리더 연수는 주저 없이 소녀시대를 말하며, 팀워크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연수는 "오랫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도 팀과 팬을 잊지 않고 팀으로 모이는 모습이 멋지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며 랩을 처음 시작했다는 채은은 블랙핑크 제니와 리사를 꼽으며 "랩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두 선배님 영상을 보면서 카피를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했다"라고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나는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을 꼽으며 "프로듀싱하는 모습도 멋지고, 팀원의 색을 파악해 최적의 파트 분배를 해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게 멋지다"라고 답했다. 서원은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찾아보면 팀워크에 대한 마음가짐, 꿈과 목표에 대한 태도를 보고 닮고 싶다"라고 롤모델을 언급, "사춘기 때 방탄소년단 음악을 들으며 위로도 많이 받고,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RM 선배님의 리더십을 닮고 싶다"라고 덧붙였다."I만 다섯, 화해할 땐 '사랑해'"팀 맏이와 둘째가 롤모델을 소녀시대, 방탄소년단으로 꼽으며 '팀워크'를 언급했다. 데뷔도 전인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서로를 아끼는 면모를 보여준 에이디야는 같이 산 지 1년이 넘었다고. 팀이 결성된 직후부터 다섯 멤버가 동고동락했다. 가족이나 다름 없이 가까운 사이가 된 멤버들, 그 가운데서도 맏이와 막내는 특히 케미가 좋았다. 리더 연수와 한 방을 쓴다는 승채는 "연수 언니와 합이 잘 맞는다"라고 룸메이트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수도 "퇴근하고 영화도 같이 보고 항상 밥도 같이 먹는다. 성향이 정말 잘 맞는다"라고 화답했다.또 다른 방의 주인인 채은, 세나, 서원은 승채, 연수와는 달리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타입이다. 채은은 "회사에서 늘 붙어있으니 숙소에서는 개인 시간을 존중하는 편"이라고, 세나는 "숙소에 들어가면 각자 침대로 흩어진다. 서원 언니는 집안일 하고, 채은이는 거실에 있고, 저는 침대에 커튼 치고 넷플릭스 본다"라고 퇴근 후 숙소 풍경을 그렸다.멤버들에게 MBTI도 물어봤다. 리더 연수는 ISTJ, 서원은 INFJ, 채은은 ISFP, 세나는 ISTP, 승채는 INFP로 제각각이지만, 놀랍게도 맨 앞자리는 I로 모두 같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거나 불편한 게 있어도 한 번 참고 보는 성격들이라고. 그 덕분에 1년 간 함께 살면서 싸운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없는 건 아닐 터. 속내를 잘 얘기하지 못하는 만큼 리더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래서 꺼내든 키는 "사랑해"라고. 채은은 "오래 같이 있다 보면 서로 예민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연수 언니가 중단을 시키고 멤버들을 모아서 "사랑해"라고 외친다"라고 에이디야만의 화해법을 공개했다. 멤버들은 리더 연수의 "사랑해"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서원은 "분위기 풀기 좋은 것 같다"라고 만족하며 "멤버들 전부 I이고 생각을 속에 담아두는 경향이 있는데 쌓인 게 있으면 연수 언니가 리더로서 멤버들 의견을 들어주고 의사소통에 도움을 준다"라고 리더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하지만 다른 성향 때문에 숙소 생활을 하며 놀란 적도 있다고. P 성향의 승채는 룸메이트인 J 연수의 행동에 놀랐던 적이 있다면서 "연수 언니가 자기 전에 '언제 자?'라고 물어보길래 '자는 걸 왜 정해요?'라고 해서 싸우다시피 토론을 했었다"라고 논쟁(?) 당시를 떠올렸다. 반면 서원은 P인 두 룸메이트 채은과 세나를 보고 "(숙소에) 처음 들어갔을 때, 정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라고 자유분방했던 방 상태를 폭로하기도. 다만 서로의 공간이 분리됐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세나는 "새벽 1시쯤 서원 언니가 부시럭거리길래 봤더니 야밤에 화장대며 뭐며 정리를 하고 있더라"라고 J의 만행을 폭로하기도."외국어 분담해 공부해요...빌보드 1위 하고 싶어요"지난 1년 동안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팀워크를 다져온 에이디야 5명은 어느덧 데뷔 시점에 다다랐다. 멤버들은 가수로 데뷔를 하게 되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었을까? 먼저 연수는 "자컨을 해보고 싶다"라면서 "4세대 아이돌들의 자컨을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서원은 "이영지 선배님처럼 라이브 방송으로 팬과 실시간 소통을 해보고 싶다"라고 답했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세나는 "저희가 아무래도 일반적인 대학 생활을 하기는 힘들테니, 대학 축제에 가서 그곳만의 열기를 느끼고 싶다"라고 소망을 드러냈다. 채은은 "시상식에 가고 싶고, 평생에 한 번 뿐인 신인상도 받고 싶다"고, 승채는 "단독 콘서트를 하고 싶다"라고 바랐다.그렇다면, 에이디야라는 팀으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서원은 "점점 성장해서 대상을 받고 월클이 되는 것"이라고 큰 포부를 드러냈다. 세나는 "빌보드 1위"라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자신의 목표를 전했다. 채은과 연수는 "우리가 모두 한국인 멤버이지만 각자 맡은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해외 진출과 빌보드 1위가 목표인데 우리가 만든 곡으로 1위를 하고 싶다. 돔 투어도 하고 싶다"라고, 승채는 "해외 투어를 하고 싶다"라고 답했다.전원 한국인인 에이디야 멤버들은 훗날 해외 활동을 위해 외국어 공부에도 열중하고 있다. 서원은 영어, 세나는 영어와 일본어, 채은과 승채는 중국어, 연수는 일본어를 맡아 외국어를 분담 중이라고. 중국어를 맡은 채은은 "듣기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워낙 언어에 관심이 많다"라면서 "프랑스어도 배우고 싶다. 프랑스 패션쇼에 가서 프랑스어로 대화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아직 데뷔 전이었지만 멤버들은 벌써 어떤 선배 가수와 챌린지를 할지도 정해 놨다. 만나고 싶은 선배 가수를 묻자 서원은 "'퍼'라는 노래가 자신감 넘치는, 100% 준비돼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있지 선배님들과 콘셉트가 맞을 것 같다. 신선한 자극이 될 것 같다"라고 있지와의 만남을 소망했다. 세나는 르세라핌을 꼽으며 "자컨을 본 적이 있는데 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저희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저희와 춤을 추면 굉장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답했다.채은은 세븐틴을 만나고 싶다면서 "에너제틱하고 활기찬 모습이 저희의 콘셉트와도 비슷해서 시너지가 있을 것 같다"고, 승채는 "제가 06년생이라 규진(엔믹스), 해린(뉴진스), 은채(르세라핌) 06즈를 만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위클리 지한, 스테이씨 수민, 라잇썸 멤버들과 친분이 있다는 리더 연수는 "연습생 생활을 했었는데 같이 무대에 서보자고 했었다"라고 함께 챌린지를 하고 싶은 남다른 이유를 밝혔다.오랫동안 기다려온 데뷔의 순간, 다른 신인 아이돌들처럼 화려한 쇼케이스 대신 인터뷰로 데뷔를 알리게 됐다. 자신들만의 화려한 무대에서 대중에게 데뷔곡 첫 무대를 꾸미고 싶었던 욕심도 분명 있었겠지만, 에이디야는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저희는 앞으로 설 무대가 많을 거다.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큰 기회이기도 했다"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마지막으로 에이디야 멤버들은 "열심히 노력했으니, 데뷔 후에도 끝까지 겸손한 마음 장착하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신인의 패기로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예쁘게 봐 주시고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린다"라고 인사했다.무대 아래에서는 수줍지만 스테이지에서는 자신감 장착, '빌보드 1위가 목표'라 말하는 당당한 '요즘 아이들'이 되는 다섯 멤버의 진짜 강점은 마음가짐이다. 팀워크, 겸손, 초심을 지키면 서로를 의지하며 롱런할 수 있는, 사이 좋은 걸로 소문 난 퍼포먼스 장인 에이디야가 될 수 있길 바란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스타팅하우스
-
[막후TALK]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드라마가 쏟아지는 건에 대하여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BL 콘텐츠 플랫폼 헤븐리 장지혜 이사[TV리포트=박설이 기자]지상파에 케이블, 종편, 그리고 OTT까지 말 그대로 콘텐츠의 홍수인 2023년 현재. 장르, 길이, 형태도 제각각인 '취향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은 다양해지고, 세분화됐다. 그런 가운데 음지 문화라 여겨졌던 장르의 콘텐츠도 각종 대형 플랫폼에 자리하는 등 대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신인 배우뿐 아니라,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차서원, 공찬 같은 배우도 BL 드라마에 도전할 정도로 이 장르의 문턱은 몇 년 사이 퍽 낮아졌다.최근 서울 모처에서는 태국 인기 드라마 '큐티파이'의 두 주인공 지 프룩, 누뉴 차와린이 함께한 태국 제작사 도문디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큐티파이'는 태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BL(Boys Love) 장르다. 도문디는 태국의 유명 BL 제작사다.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곳은 BL 콘텐츠 전문 서비스 플랫폼 헤븐리다.장지혜 헤븐리 이사에게 BL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는 오래 전부터 즐기고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BL 장르에 대해, 그리고 지난 3년 간 급격하게 성장한 BL 드라마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다음은 장지혜 이사와의 일문일답.Q_BL, 어떤 장르인가?Boys Love, 사랑에 대한 장르인데 주인공들이 남자다. BL 안에서도 브로맨스, 소년 간의 감정, LGBTQ 등 장르의 차이는 있다. 공통점은 누구나 가슴 한 켠 가지고 있는 로맨스를 담은 콘텐츠라는 점이다.Q_주 소비층은?20~40대 여성, 그 중에서도 콘텐츠를 즐기는 계층이다. 봄툰,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등 주요 플랫폼에서도 보편적으로 인기가 있는 장르이다. 헤븐리는 BL 장르 자체를 전문적으로 웹툰, 드라마, 오디오 드라마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설에서 다양한 미디어로 콘텐츠가 확장되면서 여러 팬층의 반응을 볼 수 있게 됐다.Q_한국에서 BL 장르는 언제부터 소비됐나?BL 장르 자체는 1970년대 일본에서 만화로 시작됐고 이후 소설과 독자 2차 창작 같은 형태로 확장됐다. 한국에서는 웹소설이 나오고, 아이돌 팬덤 문화가 형성되던 1990년대부터 커뮤니티 중심으로 발전해왔다.주로 여성들의 판타지성 로맨스를 커뮤니티 중심으로 발전시킨 스토리라인이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클리셰적 요소가 많은 것이 이 장르의 특징이다. 일반적인 콘텐츠 가운데는 법률, 스릴러, 판타지 등 장르물이 많아진 경향이 있고, 그에 비해 로맨스물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그게 BL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맨스의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이 담겨 있기 때문에.Q_남녀 간 로맨스가 아닌, BL 장르를 소비하는 심리는 뭔가? '남녀'를 '남남'으로만 바꿨다는 시각도 있다.드라마에는 스토리 그리고 캐릭터에 사회적인 배경이 담긴다. 어느 지점에서 시청자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할텐데, 최근 로맨스물과 사회적 환경은 어찌보면 괴리가 굉장히 크다. 너무 현실적이면 감정소모가 클 테고, 현실과 너무 멀면 공감이 안 된다. 휴식의 상태로 로맨스 콘텐츠를 보고자 하는 유저들에게 BL 장르는 굉장히 좋은 유희의 요소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든, 관계가 어떻게 발전되든, 그 스토리만 제 3자의 입장에서 즐기면 될 뿐 자신을 스토리에 이입시켜 피로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성별을 떠나 사랑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유치해도 괜찮고 클리셰도 괜찮다. 일반 드라마에서 쓰면 유치하다거나 뻔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이야기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특징이 있다.Q_국내에서 BL 드라마 시장이 형성된 건 근래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한국에서 BL 드라마는 태국, 대만의 작품 인기와 함께 소수 커뮤니티에서 퍼지기 시작하다가 2020년에 최초로 BL 드라마가 나오면서 붐이 시작됐다. 헤븐리 전신인 W-story 앱에서 처음으로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드라마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한국에서 이 장르가 생소했기 때문에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아몬드컴퍼니와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를 서비스할 앱을 만들었다. 이후 입소문이 났고, 웹드라마 제작사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BL 드라마들이 제작된 거다. 점점 BL 드라마의 퀄리티가 높아졌고 왓챠의 ‘시멘틱 에러’가 큰 인기를 모으게 됐다. 덕분에 대중적으로도 BL 장르가 많이 소개가 됐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스틸인터뷰②로
-
"'성+인물'의 性 산업, 어둠 있다고 못 다룰 건 아니니까" [인터뷰 종합]
[TV리포트=박설이 기자]좀처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 일본편' 얘기다.'성+인물'은 다른 나라의 성(性) 문화, 성 산업을 탐방하고 그 속의 인물들을 탐구하는 토크 버라이어티쇼다. 지난 4월 25일 '성+인물: 일본편'이 릴리즈됐으며, '성+인물: 대만편'도 연내 공개 예정이다. 편당 40분이 안 되는 미드폼 형식의 이 프로그램은 총 6개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넷플릭스 최초 미드폼 예능에,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만 공론화하기에는 부끄럽고 쑥스러운 이야기를 발칙하게 담아내 시청자, 구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다.6개 에피소드는 성인용품-성인VR방, AV 여배우, AV 남배우, 자위도구 회사 텐가, 가부키초의 호스트, 그리고 일본 2030의 사랑 등을 주제로 구성됐다. MC인 신동엽과 성시경은 방대한 일본의 성 문화를 세분화해 곳곳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일본 젊은이들과 술자리에서 연애와 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하다.문제는 AV 산업 에피소드였다. '성+인물: 일본편'은 일본의 AV 산업을 중립적, 혹은 다소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일종의 '판타지'라고 설명하고 있다.그러나 AV 배우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존재한다면 판타지를 판타지로, 예능을 예능으로만 볼 수는 없는 문제다. 실제 '성+인물: 일본편'을 본 일부 시청자가 지적하는 부분 역시 이 지점이다. '동물농장 아저씨' 신동엽은 '성+인물'의 MC를 맡았다는 이유로 'TV동물농장'과 '놀라운 토요일' 하차 요구까지 받고 있다.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성+인물'의 정효민, 김인식 PD를 만났다. 프로그램, 그리고 출연자 신동엽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 두 사람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PD들은 '성+인물'을 향한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했다. 두 PD는 "다양한 반응을 예상했다" "반응을 꼼꼼하게 보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두 PD는 '성+인물'은 일본의 여러 성 문화에 대해 다루는 프로그램이지만 AV 편에 대해 유독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때문인지 두 PD는 "단편적인 '짤'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효민 PD는 "(이런 짤이) 프로그램에 홍보가 돼 PD로서는 좋지만, 짤로 도는 게 건전한 담론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걱정했으며, 김인식 PD 역시 "저희가 프로그램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단편적인 짤이나 특정 의견으로 압축될 수 없다"라고 지나친 해석과 비난을 경계했다.PD들의 말대로 '성+인물'에서는 성인용품 시장, 일본 2030의 연애와 성 이야기 등 AV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성 문화의 전반을 다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성 문화를 다루면서 1조원 시장 규모의 일본 AV 시장 얘기를 빼놓는 것도 어불성설이긴 하다. PD는 "산업에 명(빛)과 암(어둠)이 있고, 성인 관련 산업은 (암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일부 암이 있다고 해서 전혀 다룰 수 없는 건가? 그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소재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는 이들, 정효민 PD는 "이 산업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소신과 직업적 사명감을 갖고 최대한 중립적 태도를 취할지,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진지한 이야기를 드러낼지에 포인트를 맞췄다"라고 접근 방식을 피력했다.유의미한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AV 배우의 입에서 "AV는 판타지다"라는 말을 끌어냈다는 점을 내세웠다. 정 PD는 "소신을 갖고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우리가 궁금해하는 흐름에 맞게 들어보고,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접근했다"라고 AV 배우들을 토크쇼에 출연시킨 이유를 밝히며 "우리가 얻어낸 것이라면, 이 대화를 통해 AV 배우의 입에서 'AV는 판타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진짜가 아닌 연출이라는 건 배우 입장에서 하고 싶지 않은 얘기일 수 있지 않나. 처음 시도한 것이고, 아쉬운 분들이 있겠지만 그 정도 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이들의 이야기는 대만편으로 이어진다. 정 PD는 "'성+인물'은 성과 인물의 이야기다. 성이 자기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제작 의도를 재차 설명하며 "대만편에서는 얘기가 더 확장된다. (성 관련) 직업에만 국한된 게 아닌,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LGBT 부부 같은 얘기(를 다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향유하는 것, 성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구나, 성인들이 ('성+인물'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즐길 수 있길 바라며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아쉬움도 피력했다. 정 PD는 "(2013년의) '마녀사냥'은 위클리여서 시청자에게 수용할 시간이 차차 주어진 반면 이번에는 (에피소드들이) 한번에 공개됐고, 하나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제작한 사람의 입장으로 조금 아쉽기도 하다"라면서 "한편으로는 10년 동안 성에 대한 예능 프로그램이 적었구나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능이 이 정도 화제성을 갖기 시작하면 교양, 시사에서 다루고, 좀 더 그 분야에 관심 갖고 귀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는 게 예능의 순기능일 것"이라면서 "이 예능 한편으로 모든 걸 해결하지 못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이 하나로 다양한 담론이 나올 수 있다면 예능이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았나 한다"라고 생각을 밝혔다.'성+인물'의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이 화두를 던지는 데 성공했다고 보는 분위기였다. 그 과정에서 신동엽이라는 예상 밖 피해자가 생겼지만 결론적으로 PD는 "다양한 담론이 나왔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 그리고 AV편뿐 아닌 모든 에피소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하지만 예능의 목적성이 '재미'인 만큼, 제작 의도를 아무리 얘기해도 "왜 만들었느냐"라는 질문에 결국 할 수 있는 말은 '재미있으라고'일 수밖에 없다. PD조차 화두를 던진 것에 의의를 두며, 더 깊이있는 얘기는 교양과 다큐가 풀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성+인물'은 성(性) 문화의 '암'(暗)보다는 '명'(明)에 무게를 뒀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여전히 시청자의 몫이지만, AV편뿐 아닌 전체를 보고 판단해 달라는 게 제작진의 호소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넷플릭스
-
'성+인물' PD "AV, 韓서 만드는 건 불법 보는 건 법 규정 無" [인터뷰①]
[TV리포트=박설이 기자]'성+인물'의 두 연출자가 논란에 입을 열었다.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의 연출을 맡은 정효민, 김인식 PD의 인터뷰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어제 대만에서 돌아왔다는 정효민 PD는 "빨리 만나뵙고 여러 얘기들이 있어서 프로그램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라고 입을 열었다.김인식 PD는 "다양한 반응은 예상했다. 낯설게 여기는 분, 익숙하게 여기는 분, 시시하다는 분 등 다양한 피드백이 있던 걸로 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 PD는 "반응을 꼼꼼히 볼 수 밖에 없었다"라면서 "한국 반응을 보니 성에 대한 기준이 나라마다 다양하다는 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이어 "2013년 '마녀사냥'도 초반에는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다. 10년이 지나 미혼의 성을 다루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됐다. 여러 생각이 들더라"라고 덧붙였다.'성+인물'에서 다뤄진 AV의 합법 불법 논란에 대한 질문에 정 PD는 "당연히 제일 고민하고 회의한 부분이다"라며 "AV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은 불법의 영역이다. 그런데 AV를 개인이 보는 것이 불법이냐, 우리나라에서 불법이 아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AV를 제작하는 게 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AV를 제작하는 게 합법인 나라가 적잖이 있다"라고 설명했다.'성+인물'에서 일본을 다루며 AV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는 입장도 전했다. 정 PD는 "종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로 법적인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는 무엇이냐 생각했다. 이 산업이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소신을 갖고 직업적 사명감을 갖고 최대한 중립적 태도로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진지한 이야기를 드러내고자 포인트를 맞췄다"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그러면서 정 PD는 "이미 유튜브 등에서 몇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AV 배우들이 있고, 그들의 생각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을 때, 우리가 어떤 톤으로 중립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낼 것이고 어떤 의미를 가질까, 조심스럽고 존중하는 태도로 그들의 일을 들어보려 노력했다. AV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그렇게 접근했다"라고 부연했다.그러면서 일본 등 타국의 성 문화를 다룸에 있어 음주 문화를 비교군으로 들었다. 정 PD는 "타인을 해하거나 폭력, 살인은 만국 공통으로 처벌 받는다. 법은 사회적 약속에 의해 정해진다. 성인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성, 음주, 흡연, 폭력성 등은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문화적 스탠다드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이라면서 "누가 옳고 그른지가 아닌, 우리나라의 좌표가 어딘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그는 "유럽은 14세, 16세도 어떤 종류의 음주에 대해서는 허용된다. 어떻게 보면 관대하고, 일본은 20세, 미국은 21세다. 우리나라는 거리 음주가 허용되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공원 등에서 술을 못 마신다. 한국은 음주에 대해 관대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문화에서 틀린 거라 말하기는 어렵더라"라면서 "합법과 불법이 만국 공통으로 처벌돼야 하는 게 아닌 문화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라면, 성인이라면 주장을 담는 게 아닌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면 호불호는 있을 수 있고,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충분히 의미 있게 던져 볼 화두라 생각하고 도전했다"라고 기획에의 의의를 설명했다.김인식 PD는 "우리 문화 안에서 옳고 그름의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문화가 다른 나라에 가서 우리가 문화를 본다는 건, 비주류의 입장에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다. 그런 관점에서 놀란 부분이 있었다"라며 "당연히 이 문화가 맞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조금만 떨어져도 저기엔 이런 문화가 있구나 알아볼 수 있고, 들어보는 게 나름 흥미롭고 즐거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넷플릭스
-
'성+인물' PD "젠더 갈등? 초반 예상했지만...개개인 가치관 달라" [인터뷰③]
[TV리포트=박설이 기자]'성+인물' PD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젠더 갈등이 야기될 것을 예상했다고 밝혔다.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의 연출을 맡은 정효민, 김인식 PD의 인터뷰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가운데,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한 생각과 편집 방향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정효민 PD는 "(여러 반응은) 충분히 이해한다"라면서도 "정리하고자 하는 편집 방향은 인물들이 갖고 있는 직업에 대한 소신, 생각을 최대한 저희가 손상하지 않고 전달하고 싶었다. AV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회차를 통해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정확히 무엇인가,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됐나', 그 다음 '왜 당신은 그 일을 선택했으며, 주변에서 그 일을 하는 걸 알고 있고 반응은 어떻나. 어느 정도의 수입을 얻고 어떻게 살고 있나' 등을 묻는다. 프로그램의 줄기는 그것으로 고정된다"라며 성 산업 종사자에게 질문한다는 큰 편집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대만편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못 박은 PD는 "LGBT를 다루는 게 조심스럽지만 우리는 인간의 삶의 방식, 이를 대하는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생각을 꺼내놓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PD들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프로그램을 둘러싼 반응은 자연스럽게 여성 대 남성으로 나뉘고 있다.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프로그램 자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반면, 프로그램을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젠더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중이다.이에 대해 정효민 PD는 "초반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 영향력이 크다고 느껴지는 게, 하루에도 여론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걸 느낀다.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남녀의 생각이 크게 갈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성별 보다는 성에 대해 어느 정도 관용도를 가졌는가에 대해 판단이 달라진다고 본다. 연령별, 나이대에 따라 (반응이) 다른 것을 봤다.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하게 나온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공론화되고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성+인물'에서 인터뷰에 응한 AV 여배우들은 "AV가 범죄율을 낮춘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 역시 다툼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PD는 이 역시 이들의 '의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 PD는 "그 사람들의 생각을 물어봤을 때 나왔던 질문이고 대답이다. 당연히 그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다"라면서 "범죄율을 낮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정확한 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미화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배우 본인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성+인물' 마지막 화를 언급했다. 마지막 화는 일본 젊은이들의 성과 연애에 대해 보통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에피소드다. 정 PD는 "(보통 남녀에게) MC가 물어본다. 'AV가 범죄율을 낮춘다'는 데 대해 실제 생각은 어떤지. 그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대답이 있다"라면서 "논의할 수 있는 장을 펼치고 싶었다. 더 나아가는 건 교양이나 다큐에서 해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그런 가운데 신동엽과 성시경의 역할은 중립적이어야 했다. PD는 "그분들에 대한 존중, 산업을 희화화하거나 업신여기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인터뷰어의 포지션"이라고 신동엽과 성시경의 역할을 설명하며, 다시 한 번 "신동엽에게는 논란에 대해 도의적으로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이어 PD는 "MC들의 생각을 드러낸다기 보다 타국에 가서 문화적 특성, 그들의 소신을 솔직하게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뒀다"라면서 "신동엽 씨가 생각보다 야한 드립, 장난의 빈도, 강도가 세지는 않다. 주도적으로 그것을 끌고 가거나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는다"라고 부연했다. 김인식 PD는 "성시경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이고, 신동엽은 MC로서 프로그램을 잘 이끄는 사람인데, 솔직하게 저 사람들 이야기를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자였다"라면서 "두 분이 MC를 봤기 때문에 더 대화가 잘 진행됐다. 여러모로 좋은 질문들을 던지고 유쾌한 이야기를 이끌어내지 않았나 한다"라고 평가했다.마지막으로 두 연출자는 이 프로그램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있는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김인식 PD는 "우리나라 안에서도 사람마다 다르다. 문화권을 넘어가면 더 달라진다. 각자의 의견이 다를 거라 생각한다. 그런 차이를 보고 싶었던 거고, 생각이 다른 분들의 의견도 감사하다"라면서 "프로그램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단편적인 짤, 특정 의견으로 압축될 수 없다. 많이 보고 평가해 달라"라고 당부했다.정효민 PD는 "'예능이 여행 가는 것밖에 못하냐'라는 비판이 요즘 나온다. 해외에 가서 우리와 다른 모습들을 보여 드리는 재미였는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더 이상 특별한 게 없어져 갔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건, 해외 여행으로 가도 만날 수 없었던, 사는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었다"라고 기획 의도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게시판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이 모이는 특성이 있다. 그 안에서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곳에서 매몰되는데 그러기 보다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일지 얘기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통해 (이슈가) 교양, 다큐로 뻗어 나가길 바란다"라고 바랐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넷플릭스
-
'성+인물' PD "신동엽에 너무 죄송하다" 거듭 사과 [인터뷰②]
[TV리포트=박설이 기자]'성+인물' 연출자가 신동엽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의 연출을 맡은 정효민 PD는 프로그램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에 대해 "긍정적이고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MC에 대해 이야기, 찬반이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라면서도 신동엽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그는 "신동엽에게 너무 죄송한 일이 됐다.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는 것이다. 라이브도 아닌 편집을 거치는 것인데, 그게 '동물농장' 하차로 얘기가 나온다는 건 너무 죄송한 일이다. 사실 대만에서 그 얘기를 하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신동엽이 논란에 휩싸인 부분은 그가 일각에서는 성 착취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AV 업계 종사자와 인터뷰를 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성+인물' 측은 앞서 밝혔듯 일본의 성 문화를 다루며 AV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효민 PD는 "논란은 당연히 고려한 부분"이라면서도 "성인 엔터테인먼트 부분에서 AV는 일본에서 굉장히 주류다. 거의 1조원에 가까운 시장이다. 편의점 산업 규모와 맞먹는다"라면서 "산업의 명과 암이 있고, 성인 관련 산업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일부 암이 있다고 해서 전혀 다룰 수 없는 건가? 그건 아니었다"라고 이 소재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업계 종사자에 대한 가치 판단 보다는 이들의 '소신'을 듣고 싶었다는 정 PD는 "소신을 갖고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우리가 궁금해하는 흐름에 맞게 들어보고 가치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대화를 통해 AV 배우의 입에서 'AV는 판타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이 성취다. 진짜가 아닌 연출된 것이라는 건 배우 입장에서 하고 싶지 않은 얘기일 수 있지 않나. 처음 시도한 것이고, 아쉬운 분들이 있겠지만 그 정도 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았다"라고 '성+인물'의 성과를 자찬했다.김인식 PD는 "작가들이 고생했다. 우리나라 자료면 접근이 편하고 언어도 편했는데, 외국 자료도 접근도 어렵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자료를 얻고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덧붙였다.이들이 AV 문화를 중립적으로 다루려 노력했던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논란은 뜨겁다.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으로서 억울하지는 않았을까? 정 PD는 "성과 인물을 뜻하는 제목이다. 성이 자기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면서 "대만편에 가면 얘기가 더 확장된다.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분들, LGBT 부부 같은 얘기들을 통해 성에 대해 완고하고, 포용적인지를 떠나 성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향유하고, 성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와 다른 여러 생각을 갖고 있구나여러 생각을 즐길 수 있길 바라며 만들었다"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재미있다는) 그런 반응들도 있다. '마녀사냥'은 시청자에게 수용할 시간이 차차 주어진 반면 이번에는 한번에 공개됐고, 하나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제작한 사람의 입장으로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10년 동안 성에 대한 예능 프로그램이 적었구나 생각한다"라면서 "사실 예능이 이 정도 화제성을 갖기 시작하면 교양, 시사에서 다루고, 좀 더 그 분야에 관심 갖고 귀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는 게 예능의 순기능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예능 한편으로 모든 걸 해결하지 못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이 하나로 다양한 담론이 나올 수 있다면 예능이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았나 한다"라고 덧붙였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넷플릭스
-
[막후TALK] "르세라핌 안 예쁘게 나오는 건 저도 싫어요" (인터뷰②)
[TV리포트=박설이 기자]출연자인 르세라핌의 퍼모먼스가 끝나고, 그 다음은 PD의 몫이다. 가지고 있는 촬영본 안에서 얼마나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뽑아낼지가 관건이다.일단 촬영을 무사히 마쳤을지라도 제작진에게는 편집이라는 지난한 과정이 남아있다. 촬영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없는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나 전문 예능인이 아닌 이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자체 콘텐츠에서의 재미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은 어쩌면 PD의 몫이다.김경원PD 일문일답 이어서Q_아무리 팬들이 멤버들 보는 게 목적인 자컨이지만, 예능 요소도 필요하다.그건 제작진의 몫이다. '추우니까 오히려 좋아' 편의 경우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라고 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예능을 뽑아내야 한다. 그래서 장치를 마련했다. '복불복 준비를 해봤는데 해볼테냐' 같은. 그런 제작진의 준비를 멤버들이 예상보다 잘 받아주고 잘해줘서 재미있게 나왔다.Q_워낙 바쁜 그룹이지 않나? 텐션이 떨어져서 촬영장에 왔을 때는 어떤가?일단 르세라핌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콘텐츠 찍을 때 진심이다. 텐션이 지친 상황에서 만난 적이 없다. 제작진이 눈치껏 아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피곤해도 티를 안 낸다. 그럼에도 텐션이 떨어졌을 때는 박수를 치고 호응을 하거나 하는 방식을 취한다. 심각하게 텐션이 떨어졌던 적은 없다. 사쿠라가 열정적인 멤버로 알려졌는데 르세라핌은 그냥 사쿠라 다섯 명이다. 무엇보다도 멤버들이 '르니버스' 촬영을 즐거워한다. 오면 '오늘은 뭐하지?'하며 궁금해 하고. "놀러 오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데 그게 우리 제작진이 지향하는 바다.르세라핌 명언 중 하나가 "인생은 콘텐츠다"이다. 모든 것을 콘텐츠화 하려는 마인드가 있다. 멤버들에게 고맙다.Q_편집 포인트, 혹은 제작에 있어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을까?안 예쁘게 나온 건 내보내고 싶지 않다.(웃음) 사실 편집 과정이라는 건 재미있는 걸 더 재미있게 하는 과정이다.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살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한쪽에서 메인 이벤트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멤버의 리액션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예상 못한 리액션이 나오기 때문에 모든 촬영분을 열심히 보고, 다시 본다. 팬들이 자컨에서 원하는 것은 멤버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이다. 제작진이 그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편집 과정에서도 한 사람 한 사람 포커스 되게끔 편집하고자 한다. 작은 리액션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우리가 종종 하는 게 멤버의 윤곽을 따서 리액션을 삽입하는 것이다.Q_편집의 과정은 힘들지만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을 거다.감동을 받았던 건, 촬영 자체가 재미있을 때가 있지 않나? 그때 멤버들이 "빨리 편집본으로 보고 싶어요"라고 얘기한 적이 한 번 있었다. 너무 감동을 받았다. 제작진이 판을 잘 만들어 잘 담겠다는 것과 더불어 잘 만들어서 잘 내보내고 싶은 욕구도 있지 않나. 촬영 때도 즐거웠는데 공개가 됐을 때도 (멤버들이) 만족하고 있다는 반응이었기 때문에 보람을 느꼈다. 촬영을 다녀올 때마다 더 피어나가 되어있다.Q_특별히 예능감이 뛰어난 멤버가 있나?르세라핌은 특이한 게 각자의 역할이 있다. 항상 밸런스가 좋다는 것을 느낀다. 사쿠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하게 하고, 채원, 윤진은 서로 리액션을 크게 하고, 카즈하가 치고 나오는 모든 리액션도 재미있고, 은채는 말할 것도 없다. 사쿠라가 경험이 많아서 사쿠라 위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섯 명의 밸런스가 정말 좋다. 콘텐츠를 보면 알겠지만 어느 멤버에 포커스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인하우스 제작이라 골고루 내보내는 게 아니라, 멤버 간 균형이 정말 좋다.Q_팬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랑이 과해서 본의 아니게 제작진이 상처 받은 적은 없나?거의 모든 댓글을 다 보고 있다. 피어나 분들은 저희 콘텐츠에 불만이 없는 것 같다. 모두를 만족 시키는 게 정말 어려운데 '르니버스'는 아직까지는 없다. 부정적인 반응에 대한 모니터도 열심히 하고 있다. 오히려 그런 반응이 있다면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 생각을 할텐데 말이다.그런 경우들이 많다. 팬들이 이런 걸 보고 싶다 하고 댓글을 다는데 이미 촬영을 했거나 기획 중이거나 할 때. 팬들이 "다 계획이 있었구나" 라고 하는데 볼 때마다 통쾌하다. 피어나들이 해주는 좋은 말들은 제작진에게 큰 힘이 된다. 아티스트가 즐거워야 콘텐츠가 잘 나온다는 우리의 지향점, '이런 부분을 이렇게 즐기고 놀아줬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들을 팬들도 대부분 느낀다. "정말 제작진들이 너무 아껴주는 게 보인다, 진짜 얘기한 것 다 해주네?"라는 반응이 많아서 좋다. 사실 피어나는 르세라핌의 모든 콘텐츠에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나온다는 것만으로 좋아하신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하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