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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문정재 SM클래식스 대표 "SM 오케스트라 공연, 꼭 해내야 할 프로젝트" (인터뷰③)
인터뷰②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꿈꿔 왔던 헤맴의 끝"올봄, SM엔터테인먼트는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한 달 여 인수전에 마침표가 찍힌 3월, SM엔터테인먼트는 본격적으로 SM 3.0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만난 세계'는 이 시점 SM이 가장 부르고 싶고, 또 팬들에게 다시금 들려주고 싶은 노래다.SM, 그리고 SM을 오랫동안 사랑해 온 팬들에게 고난의 시기였던 2023년 3월, 마침 SM클래식스에서 '다시 만난 세계' 오케스트라 버전을 발매했다. SM과 유년 시절을 함께한 90년대생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다시 만난 세계', SM의 헤리티지를 지키며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는, 어쩌면 메시지 과잉일 수 있지만 오케스트라 버전이 주는 감동과 벅차오름만으로 이 노골적인 신호는 금세 용서 되며,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갈수록 그 포부는 점점 납득이 된다.소녀시대 멤버 유리는 오케스트라 버전을 감상한 뒤 "그만 울고 싶어요. 뭉클해요. 언젠가 직접 들을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소원합니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원곡자를 울고 싶게 만든 '다시 만난 세계' 오케스트라 버전, 문정재 대표는 "어떻게 욕심이 안 났겠느냐"라며, 이 곡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문정재 SM클래식스 대표 일문일답 이어서.Q_'다시 만난 세계' 오케스트라 버전,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 어떻게 추진하게 됐나?소녀시대 노래를 정말 하고 싶었다. 2~3년 전에도 편곡 버전을 많이 받았었다. 데뷔 15주년이었던 지난해에도 소녀시대 곡을 하고 싶었다. 의미 있는 시기에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적절한 편곡이 안 나오면 진행을 할 수가 없다.'다시 만난 세계'는 첫 소절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노래다. 언젠가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나 뿐 아니라 팀원들도 다 하고 있었다. 편곡하기 어려운 노래인 건 사실이다. 그래도 시도를 해보자고 해서 서울대 작곡과와 함께했다. 풋풋한 친구들과 풋풋한 음악을 하게 된 거다. 원곡에 젊은 작가들의 신선함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다시 만난 세계'를 모르는 작곡가도 있더라. 다들 어리지만 프로페셔널하다. 연주하는 서울시향 단원 중에도 '다시 만난 세계'를 잘 모르는 분이 있었다. 소녀시대 데뷔곡이라고 했더니 "지지지지 아니야?"라고 하시더라.(웃음)Q_보통 편곡 방향은 어떻게 결정되나?먼저 (편곡) 작가를 파악한다. 작가마다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마블 스타일로 나오지 않을까?' 같은. 중요한 건 편곡이 어떻게 나오는지다. 애초에 편곡을 의뢰하며 틀을 주는 건 할 수 없다. 대략적으로 "이런 악기 구성으로, 미디 사운드는 안 되고, 이런 의미의 곡이니 회사에서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참고하고, 원곡 뮤직비디오도 보고, 원곡도 들어봐 달라" 정도다. 편곡 버전이 오면 그때부터 방향이 정해지는 거다. 기둥이 세워지는 셈이다.이건 케이팝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다. 클래식 쪽 뮤지션들은 이런 방식은 처음 해본다고 하더라. 만약 두 사람에게 편곡을 맡겼을 때 두 버전 다 좋으면 작가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협업을 제안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블랙맘바' 오케스트라 버전이다.Q_오케스트라는 감동을 극대화하는 풍성한 사운드가 생명이다. 감정 고조 치트키가 있을까?초기에는 원곡과 BPM도 똑같이, 마디 수도 똑같이 하려고 했다. 혹시 보컬을 얹어 3차 저작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지금은 거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스트링 떼창'이다. 마지막에 모든 스트링이 활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똑같은 음을 내는 부분, 모든 곡에 한 번 씩 있다. 고조된 부분에 스트링이 들어가면 감동이 배가 된다.Q_SM 입사 전에도 SM 음악을 많이 들었나?안 듣고 싶어도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나오지 않았나.(웃음) 많이 듣지는 않았지만 진짜 좋은 노래는 찾아서 들었다. 동방신기도 들었고, 엑소의 '으르렁' '콜 미 베이비' '마마', 소녀시대 노래 중에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사운드를 좋아한다. '아이 갓 어 보이', 샤이니 '셜록'도 좋다.Q_SM 최애 아티스트도 궁금하다.매번 바뀐다. 팬미팅이나 콘서트를 꼭 가는데 갈 때마다 '미쳤구나' 싶다, 너무 잘해서. 이 사람에게 투자한 회사, 이 사람의 피와 땀의 힘이 느껴진다. 샤이니 키의 콘서트를 갔는데 혼자 25곡을 한다. 20곡 이상이 댄스곡인데 춤을 다 추고, MC 없이 멘트도 다 하고, 안무도 하나도 안 틀리고 3시간을 꽉 채운다. 버튼 누르면 딱 나오는 것처럼. 노력이고, 시스템이다. 최근 태민도 그렇고 레드벨벳도 그렇고, 최애는 계속 바뀐다. 지금은 컴백한 에스파가 좋은데, 솔직히 요즘 꽂힌 보컬은 NCT의 해찬. 매력 있다.Q_순수음악을 하다 케이팝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공부를 많이 해서 악기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길이 그리 많지는 않다. 콘서트 연주자, 아니면 교수다. 사실 한국에 들어올 생각도 없었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삶을 내가 스스로 깬 건 한국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연주를 하러 왔다가 연주가 점점 늘어났고, 한국이 좋아지더라. 내게는 항상 남들과는 다른 음악적 관점이 있었다. 공부해온 것만 연주하고 클래식을 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재즈도 해보고, 케이팝이나 팝 공연도 가 보고. 그러면서 틀이 점차 깨진 거다. 학교에서 강의도 해봤고, 독주회를 기획하며 프로그램도 짜봤지만 사실 아웃사이더였다. 늘 하고 싶은 연주를 했다. '쟤 뭐야?'라는 말을 듣는 시기도 있었다. 학교에서 강의 제의도 받고 했지만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고,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재창조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학교에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지고 있는 능력을 (클래식이 아닌) 이쪽에서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후회는 전혀 없다. 하지만 모른다. 언젠가 갑자기 다른 길을 가고 싶을 수도 있다.Q_클래식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오랫동안 클래식을 공부했을텐데, 이용을 해야 한다. 내가 공부할 땐 이 길로만 가게끔 하는 시선, 압박감이 있었다. 그게 상관없다면 여러 방향을 볼 수 있을 거다. 음악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나누고 싶지 않다. 클래식 베이스였던 사람이 재즈, 실용음악 등 다른 영역으로 가는 경우는 많다. 반대로 비트 찍는 사람이 스트링 편곡을 할 수도 있고, 장르는 나뉘어져 있지만 융합이 가능하다. 좋아하는 음악 해라. 클래식이든 뭐든, 마음 가는 대로 좋아하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Q_앞으로의 목표는?SM클래식스가 생겼을 때 모두가 생소해 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안다. SM클래식스를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레이블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유니버셜, 워너처럼 다양한 장르를 하는 레이블이 됐으면 좋겠다. 월드뮤직, 영화음악, 오리지널 클래식까지.콘서트도 늘 생각하고 있다. 해외 투어도 욕심 있다. 곡 수, 스케줄 조정 등 세부적으로 알아볼 것도 많지만 상황만 맞고 타이밍만 맞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꼭 해내야 하는 프로젝트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SM클래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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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SM 노래 오케스트라 편곡, 악보 제작만 2개월" (인터뷰②)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 SM클래식스, 다른 엔터사는 시도하기 쉽지 않다. 대중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새로이 다루면서 동시에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아는 노래' 즉 성공한 IP가 필요하기 때문이다.SM이 만들어 낸 수많은 히트곡이 익숙하지만 새로운 2차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핵심이 되는 재료다. 목소리와 퍼포먼스가 중심이던 노래는 SM클래식스를 만나 악기만이 줄 수 있는 벅찬 감동을 담은, 말 그대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지난 5월 19일에는 NCT 드림 '헬로 퓨처'를 SM클래식스 자체 제작 오케스트라인 SM클래식스 타운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됐다.문정재 SM클래식스 대표 일문일답 이어서.Q_오케스트라 편곡,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상당히 어려운 작업일 것 같다.사실 어렵다. 우리 A&R은 기본적으로 '대충 할 거면 하지 말자'라는 기조다. '이 정도면 됐지?'가 안 된다. 좋은 때, 창피하지 않게 하자는 거다.오케스트라의 경우 수정이 보통 일이 아니다. 케이팝과는 차이가 있다. 악기가 몇십 개 들어가는 오케스트라의 경우 '살짝 수정'이 일주일 걸린다. 그런 과정을 10번 씩 거친다. 물론 녹음도 힘들다. 레코딩 디렉팅을 직접 하는데 그 많은 오케스트라 인원을 이끄는 게 정말 힘들다.Q_오케스트라로 연주할 노래 선정 기준도 궁금하다.'빨간맛'이 첫 곡이었다. 여름이었던 것도 있는데,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를 때여서 (편곡)작가, 팀원들, 서울시향과 같이 얘기를 해 택한 노래다. 종현의 '하루의 끝'까지 두 곡을 했는데 좋은 선택이었고, 좋은 배움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 구나', '이건 이렇게 이용해야 하는 구나' 같은 것들을 알게 됐다. 보아의 '나무'는 보아 측 요청이 있었던 곡이었고, NCT U의 '메이크 어 위시'의 경우 편곡자의 편곡 버전을 듣고 결정했던 곡이다.SM에는 방대한 헤리티지가 있고 아티스트도 많지 않나. 그래서 일단 지금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범위를 정해 요즘 노래나 조금 옛날 곡들을 작가들에게 편곡 의뢰하는데 한 작가의 '메이크 어 위시' 편곡을 듣게 됐다. 택시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이 곡을 듣는데 '이건 그냥 내야겠다' 했다. 공개된 게 원곡 거의 그대로다. 처음으로 우리와 계약을 맺은 작가다. '오케스트레이션을 잘한 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 다른데, '메이크 어 위시'를 편곡한 작가는 똑같은 악기를 써도 사운드가 꽉 차는 느낌이 있다.Q_편곡 진행, 어떻게 이뤄지나?작가의 편곡 버전이 결정되면 작가와 소통을 통해 악기 편성을 어떻게 할지 생각한다. 작업을 거듭하니 목음과 촬영에 적합한 편성이 생기게 되더라. 편곡한 작가의 의견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악기 구성에 대해 제안을 하고, 플랜을 만들어 작가와 공유한다.Q_악보가 나오기까지 작업은?참 힘든 작업이다. 우리가 받는 데모는 사보 프로그램이라 기계음이고 사운드가 정말 안 좋다. 데모를 듣고 완벽하게 평가하기가 어려웠었지만 이제는 많이 들어서 녹음하면 어떤 사운드가 나올지 예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전개를 듣거나, 화성을 듣거나, 악기 배치, 기승전결을 듣는다든지 집중해야 할 부분에 집중한다. 노하우가 생겨서 악보 제작 기간은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 편곡이 나오면 악보 제작에만 1개월 반에서 2개월 정도 걸린다. 녹음할 악보를 만들 때 악기마다 악보를 제작해야 하니까.무엇보다 중요한 건, 클래식화가 잘 된 곡이더라도 SM의 팬들이 납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팀원들에게 늘 "가진 멜로디를 똑같이 악기로 하면 그걸 누가 듣겠나"라고 말한다. 변형을 주고 우리 색을 입히되, 팬들 귀에는 '그' 노래로 들려야 한다.또 케이팝은 아티스트 고유의 발성이 주는 힘이 있다. 동음 반복을 해도 발음이 다르고, 의미도 다르다. 오케스트라는 가사가 없고 음으로만 승부를 봐야 한다. 화성을, 악기를 잘 이용해야 한다. 작가들이 힘든 이유는 편곡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원곡의 매력을 지켜 SM의 DNA를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SM의 핑크 블러드.(웃음)Q_뮤직비디오 제작은 일반 가요와 어떻게 다른가?뮤직비디오 감독이 클래식 악기의 특성을 아는 사람이다. CF 감독으로 활동한 가수 나얼 동생 유대얼 감독인데, 음의 높낮이를 다 안다. 악보를 먼저 주면 그게 시커멓게 돌아온다. 모든 악기를 다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사실 서울시향과 뮤직비디오 촬영을 할 때 시간이 많지 않다. 단 6시간 동안 찍는 거다. 유대얼 감독은 그걸 가능하게 한다. (연주) 싱크가 틀리거나 흐트러진 적이 없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SM인터뷰③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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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다만세'가 서울시향 오케스트라로 연주되기까지 (인터뷰①)
[TV리포트=박설이 기자]<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문정재 SM클래식스 대표앎이 깊고 넓어야만 나올 수 있는 킬링 포인트, 깊이 있고 세밀한 분석, 여기에 개연성까지 갖춰야 완성되는 '세계관', 그것을 오랫동안 시도해 온 엔터사가 SM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을 부정할 이는 없다.장르의 경계는 허물어져 가고 있고, 사람들은 계속 새로운 것을 찾는 지금 필요한 것은 장르의 융합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여러 음악적, 문화적 견해를 담고 종합하는 일을 지속해 온 SM은 클래식과의 융합도 남들보다 퍽 빨랐다. H.O.T와 신화가 '행복' 'T.O.P' 같은 노래에서 클래식을 샘플링해 대중에게 익숙한 멜로디로 친근하게 다가가며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전 세계에 K-POP 열풍이 거센 지금도 클래식과 대중가요를 접목하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레드벨벳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Feel My Rhythm'으로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소녀시대의 데뷔곡이자 히트곡, '다시 만난 세계'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클래식을 단순히 가요에 접목하는 샘플링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자 한 SM, 당시 대표이사였던 이성수 이사의 주도로 2020년 첫 발을 내디딘 SM클래식스는 SM이 가진 IP를 클래식화하는 작업을 3년째 계속하고 있다. 고문으로 SM클래식스 시작을 함께한 문정재, 오랫동안 해외에서 음악 활동을 해온 그는 베를린 필하모니홀 선정 '올해의 젊은 연주가'로 뽑히기도 했을 정도로 인정 받는 클래식 뮤지션이다. 케이팝과 만나 별종이 된 문정재 SM클래식스 대표, 케이팝과 클래식을 융합하는 선봉에 선 그를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다음은 문정재 SM클래식스 대표와 일문일답.Q_SM클래식스는 어떤 회사이며, 어떤 일을 하고 있나?클래식 레이블이지만 클래식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클래식으로 파생될 수 있는 음악, 예를 들어 영화음악, OST, 재즈 등을 다룬다. 회사 IP를 이용해 클래식화하는 작업도 하고, 우리만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도 만들고 있다. 연주자도 영입했고, 추가적으로 영입 계획이며 클래식, 영화음악 작곡가 등도 영입 중에 있다.Q_SM이 클래식 레이블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음악에 미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그렇다. 임원을 비롯해 우리 회사 사람들은 SM과 음악 안에서 오랫동안 함께하며 회사를 경영하고, 발전시킨 분들이다. 다들 음악에 미쳐있다. 팬들이 우리의 음악을 볼 때도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음악에 진심인 회사다. 전공자 입장에서도 너무 고맙다. 클래식 장르에 계신 분들도 고마워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Q_복합 장르는 대중문화에서는 필수이지만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복합'은 여전히 흔치 않다.다 똑같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가 꼭 클래식만 연주해야 한다는 것, 그건 사람이 정해 놓은 거다. 오케스트라 연주로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하는 건 오케스트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이 꼭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베토벤, 모차르르만 연주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보스턴필, LA필, 뉴욕필 같은 교향악단도 팝도 하고 순수음악도 하며 여러 가지를 시도 중이다. 클래식을 조금 더 쉽게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고, 그렇게 해서 순수음악을 지키려는 노력일 수도 있고.SM클래식스에서 하이든을 연주하면 과연 사람들이 들었을까? 회사의 IP를 갖고, 팬덤이 있는 아티스트의 다양한 들을 거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클래식 팬들이 SM클래식스의 음악을 듣고 SM 아티스트의 팬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리지널 IP를 클래식화한 2차 저작물을 들으면서 '악기로 들어도 매력이 있구나' 생각할 수 있다.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의) 윈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Q_서울시향과 협업 중이고, 서울대 음악대학과도 MOU를 체결했다. 어떤 프로젝트를 전개 중인가?서울시향이 우리가 편곡한 곡을 연주해 주는데 처음에는 힘들어 하셨지만 지금은 정말 재미있어 하고 있다. 공동 작업이다. (우리와의 작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서울시향을 언급하고, 해외에서도 서울시향을 많이 알게 됐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처음 레이블을 만들어 MOU를 맺고 '빨간맛'과 '하루의 끝' 작업을 했고, 자체 오케스트라인 SM클래식스타운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연주하기도 했다. 나의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일일이 단원을 모았었다. SM 클래식스타운오케스트라와 함께 '메이크 어 위시' '나무'를 재해석했으며, 2022 SMTOWN 겨울 앨범 1번 트랙인 '웰컴 투 SMCU 팰리스'의 오리지널 곡 작업을 했다. 서울시향과는 지난해 3월 다시 MOU를 맺어 협업 중이다.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의 MOU는 학교 쪽에서 제안을 줘 성사됐다. 우리는 작곡자, 편곡자 등 재창조를 하는 작가가 필요하다. 올해 공개한 '다시 만난 세계'도 서울대 음대 작곡과 학생 3명이 함께했다. 그 중 한 분은 SM클래식스 소속 작곡가로 '필 마이 리듬'에도 참여했다.Q_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본격적으로 접목하고자 하는 레이블, 탐탁지 않은 시선은 없었나?현대음악(클래식)을 하는 분들은 '뭐하는 거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클래식을 해왔다고 해서 꼭 그 방향으로만 갈 필요는 없다. 원하는 진로와 음악은 자신이 선택하는 거다. '돈을 쫓는 거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목표는 다양하지 않나. 대중음악을 정말 사랑해서 한 선택일 수도 있는 것이다.'다시 만난 세계'를 함께한 대학생 편곡가들에게도 물어봤다. 무엇이 하고 싶냐고. 이 프로젝트에 매우 즐겁게 참여한 한 분은 "나는 현대음악 할 거다"라고 하더라. 이 프로젝트는 그에게 경험인 거다. 다른 한 분은 대중음악을 더 하고 싶다고 하더라. 이런 사람이 있기에 지켜지는 것이 있고, 저런 사람이 있기에 케이팝이 풍성해질 수 있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SM클래식스인터뷰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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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인기가요' 미술감독 "에스파 데뷔 때, 시대 앞선다 생각했죠" (인터뷰③)
인터뷰②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 'SBS 인기가요' 공성현 미술감독은 대학에서 금속 공예를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 '무한도전'을 좋아해 막연하게 방송국 미술감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운이 좋아 방송국 무대 디자이너가 됐다는 공성현 감독, 그 운을 만든 건 일 생각을 멈추지 않는 열정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끈기, 지구력이었다.공성현 미술감독 일문일답 이어서.Q_어쩌다 방송국에서 일하게 됐나?학교에서 배운 것을 무대 디자인으로 풀어갈 방향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산업디자인을 같이 공부했는데, 이때 재료에 대해 대학에서 잘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료 특성에 대해 이해를 한 게 자연스럽게 방송 세트 디자인에 이롭게 작용했다. 공간 디자인 자체가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했고, 정말 우연치 않게 일이 잘 풀렸다.Q_평소 어떤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지...남자인지라, 여자 아이돌이 더 좋다. 트와이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사심이 가기는 하지만 가수 무대 디자인을 할 때 경중을 두지는 않는다. 남자 아이돌 중에는 방탄소년단. 무대를 확실히 잘한다. 옛날에는 빅뱅도 좋아했다. 음악은 안 가리고 듣는 편이다.Q_본의 아니게 아이돌 박사가 됐을텐데, 주로 무엇을 보고 공부하나?기획사 홈페이지에서 보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아티스트의) 팬들이 얘기해주는 것을 듣기도 한다. (온라인에) 팬들이 잘 정리해 놓았더라. 요즘에는 그 아티스트의 세계관이 어떤 건지 제일 먼저 확인한다.Q_요즘 아이돌 콘셉트가 정말 다양하다. '와, 이건 진짜 신박하다' 했던 경우가 있나?에스파가 처음 나왔을 때. 시대의 흐름을 앞서갔다고 생각한다. 결국 (메타버스로의) 에스파는 가능하지 않을까? IP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VR 콘서트도 했더라. 이 분야를 더 알기 위해서 대학원도 다니고 있다. 공부를 하는 이유도 무대 디자인에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하기 위해서다.Q_대학원까지, 쉬는 날은 있나?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은 한다. 한번은 친구가 "너는 언제 쉬냐?"라고 물어보길래 "안 쉬는데?"라고 했더니 "쉬는 날은 네가 만드는 거야"라고 하더라.(웃음) 아침에 출근할 때 딸에게 "내일 봐" 할 때가 많다. 이제 31개월인데, 쉴 때는 무조건 딸과 밖에 나간다. 밥도 먹고, 최근엔 벚꽃 구경도 하고.Q_지금의 제작 환경도 좋을 테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을까?나도 디자이너이다 보니 하고 싶은 그림들이 있다.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웃음). 좋은 장비를 쓰면 당연히 더 좋다. 규모를 키우려면 예산을 많이 써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 항상 예산이 초과되기는 하지만, 예산 때문에 한계에 부딪치는 상황이 늘 있다.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제대로 살리려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예산 때문에 실현이 안 되면 아쉽다. 한번 찍으면 끝이니까. 그래서 할 때 제대로 해서 방송에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Q_무대 미술감독, 어떤 사람이 하면 좋을까?콘텐츠를 재미있게 보는 친구들이면 좋을 것 같다. 방송국은 몸도 많이 쓰는 곳이기 때문에 '창조적인 노동'을 하는 집단이라는 얘기를 우리끼리 한다. 그러려면 계속 생각을 해야 한다. 길 가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걸 일이라고 생각 안 하고 자연스러우려면 평소 방송을 재미있게 보는 게 중요하다. 그걸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 할 거다.Q_팀과 업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팀원들에게는 너무 고맙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다. 후배들에게는, 재미를 처음부터 느끼기는 힘들다. 나도 그랬다. 버티다 보니 재미있어지는 시기가 오더라. 뜻이 있다면 힘들어도 조금만 버텨보면 재미있는 순간이 올 거다. 또, 할 때는 제대로, 빡세게 했으면 좋겠다.Q_'SBS 인기가요'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모든 디자이너들이 본인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디자인을 하고 있고, 모든 디자인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다. 그걸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분명 있다.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란다. 이 업계 모든 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을 테니.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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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인기가요' 미술감독 "BTS 지민 솔로, 며칠 밤새운 작품" (인터뷰②)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 'SBS 인기가요'의 블랙핑크 무대와 방탄소년단 무대는 매번 컴백 때마다 레전드를 찍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BS 가요 유튜브 채널 '스브스케이팝'에 올라온 동영상을 인기순으로 보면 상위권은 방탄소년단 또는 블랙핑크 차지다. 1위는 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 무대로 조회수 6천만 뷰가 넘으며, 비교적 최근 영상인 블랙핑크의 '핑크 베놈' 무대는 3천만 뷰를 돌파했다.굵직한 케이팝 가수들의 무대를 디자인한다는 부담감은 상당할 것 같았다. 역시나 공성현 미술감독은 "부담이 엄청나다"라고 토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번 찍으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공성현 미술감독 일문일답 이어서.Q_'인기가요'의 블랙핑크 무대는 늘 화제다. 부담이 크지는 않나?엄청나다. 모든 무대가 늘 잘될 수 만은 없지 않나. 매번 무대가 잘 나오기를 바라면서 디자인하고, 노력을 하지만 원하는 대로 안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늘 아쉽다. 그래서 잘 안 나왔다는 피드백을 더 귀담아 듣게 된다. 그래야 다음 아티스트 무대를 디자인할 때 시행착오를 줄이니까.Q_K팝 팬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는 데 자부심도 있을 것 같다. 희열을 느낀다거나.잘 모르겠다. 희열보다는 부담이 크다. 무대가 잘 만들어지고, 피드백이 좋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블랙핑크나 방탄소년단뿐 아니라 누가 나오든 상황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무대를 디자인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아티스트에 경중을 두지 않고, 아티스트의 콘셉트에 맞춰 무대를 잘 살려주자, 카메라에 잘 담기게, 노래와 잘 어우러지게.요즘엔 팬들이 방송사 별로 무대 비교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 아티스트의 세계를 이해 못한 상태에서 만들 수가 없다. 그런 부분은 확인을 확실히 하는 편이다. 예전보다 무대 디자인을 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훨씬 많아졌다.Q_근래 디자인한 무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무대, 또 힘들었던 무대는?지민의 'Like Crazy'가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시간도 촉박했기 때문에 밤도 며칠을 새웠지만 그만큼 잘 나왔다. 제일 힘든 건 역시 '가요대전'이다.Q_무관중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다시 관중이 있는 무대로 바뀌었다.관객이 없을 때는 스태프만 있기 때문에 솔직히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시도가 더 많았다. 양면 무대 같은 못 해보던 걸 시도할 수 있었으니까.관중이 다시 들어오면서 중요한 건 안전 사고가 안 나게 하는 것이다. 관중이 있으면 녹화할 때 더 재미있다. 반응이 있으니까. 언택트 때 가수에게 줌을 넣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그와 비교도 안 되는 현장감은 관중이 준다. 무대의 완성은 관중이라는 느낌? 더 재미있다.Q_'가요대전' 준비 과정은 어떤가?'인기가요'와는 규모가 아예 다르지 않나. 스타디움에서 하는 것이다 보니 최소 3개월을 준비한다. 먼저 그 해 '가요대전'의 콘셉트를 먼저 정한 뒤 가수별 콘셉트를 녹여 디자인한다. 공연이 가까워지면 각 기획사에서 콘셉트 자료를 보내주는데 거기에 맞춰서 또 수정 보완을 해야 한다. 일이 안 끝난다.Q_큰 무대인 만큼 변수도 훨씬 많을 듯한데..간혹 순서가 바뀌거나 하는 변수가 있지만 시간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사실 나의 경우 변수를 최소화해서 무대 시스템을 돌아가게 하는 게 내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상한 놈이라고 할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하는 편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큰 이슈는 없었다. 셋업 스케줄은 어떻게든 맞추려고 노력하고, 미리 조율한다. 회의도 다른 감독님들보다 훨씬 많이 하는 편이다. 현장에서 쉬고 있는 스태프들이 보이면 '왜 쉬고 있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다. 실제로 (스태프들이) 피곤해 한다.(웃음) 끝나고 밥 사고, 술 사고 한다.Q_팀워크가 좋아야 할 것 같다.팀원이 나를 포함해 4명인데 팀워크는 좋다. 잘 따라주고 콘셉트도 잘 해석해준다. 걱정되는 부분을 잘 반영해서 수정도 해주고. 내가 못 보는 부분을 챙겨주기도 한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SBS인터뷰③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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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음방 무대 디자인, 누가, 어떻게, 며칠 만에 만들까? (인터뷰①)
[TV리포트=박설이 기자]<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SBS A&T 미술본부 아트1팀 공성현 미술감독"일요일에 어디가요? 다 같이 인기가요!"수십 년 역사의 지상파 3사 가요 순위 프로그램. 1%도 안 되는 시청률에도 방송사는 가요 프로그램을 폐지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데뷔하는 신인들은 계속해서 대중에게 노래를 알릴 수 있었고, 이중 누군가는 케이팝을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됐다.케이팝이 세계로 뻗어나간 지금,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중요성과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야말로 시청률이 전혀 의미가 없는 프로그램이다. OTT가 대신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순위 프로그램은 매우 오랜 시간 각 방송사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였다. 그중 SBS는 케이팝이 글로벌 주류 장르가 될 것이라는 걸 미리 내다본 듯, 시청률도 안 나오는 가요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초근접 촬영은 팬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은 바.'SBS 인기가요'는 카메라 앵글도 앵글이지만 무대 디자인도 남다르다.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음악을 좀 더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아티스트의 의도를 최대한 담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무대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첫 솔로 앨범 '페이스'(FACE)를 들고 컴백했던 지민은 SBS 스튜디오가 아닌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사전녹화(사녹)를 진행했다. 방송사가 사녹을 외부에서 진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미술팀도 이 무대에 남달리 신경을 썼다.SBS A&T 소속 공성현 감독이 바로 이 지민의 'Like Crazy' 컴백 무대를 디자인했다. 10년 경력의 그는 하나 뿐인 딸에게 "아빠 내일 올게"라고 인사하고 출근할 정도로 일에 미친 사람이었다. 길을 가다가도 무언가 아이디어를 주는 오브제를 보면 '아, 저건 OOO 다음에 컴백할 때 적용해 볼까?'라고 생각한다는 공성현 미술감독을 따스한 봄날, 서울 상암 SBS 프리즘 타워에서 만났다.다음은 공성현 미술감독 일문일답.Q_SBS A&T는 어떤 회사인가?SBS에서 제작하는 콘텐츠의 미술 기술 관련 부분을 맡아서 담당해 기술 부서라고 보면 된다. SBS의 자회사다.Q_'인기가요' 감독이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인기가요'와 SBS에서 주최하는 외부 콘서트 무대 디자인을 맡는다. '인기가요'의 경우 전환 무대(컴백 무대)에 보통 집중을 한다. 컴백 팀이 한 주에 한두 팀은 있다. (컴백 무대는) 연출팀과 회의를 진행하며, 어떤 경우에는 소속사와도 회의를 하고 콘셉트를 정한 뒤 디자인을 한다. 실제로 무대를 만들어서 세우는 프로덕션 전반을 함께 한다. 조명을 제외하고 영상, 전시, 세트 부문을 총괄한다.Q_시안 짜는 과정이 궁금하다. 타임라인도.보통 컴백 1~2주 전 콘셉트를 받는데, 3주 전에 주는 소속사도 있다. 상당히 촉박하다. 그래서 평소에 레퍼런스를 많이 본다. 바로 적용해서 디자인할 수 있도록.콘셉트 회의를 하며 노래를 먼저 듣는데 노래를 최대한 많이 듣고 (메시지나 분위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가끔 조금 더 신경 쓰고 싶은 가수가 있다고 하면 가사를 유심히 보기도 한다. 10년 정도 하다 보니, 가수들이 어떤 세계관을 가져오는지 이해를 하면 콘셉트를 잡기가 좋다. 공부를 많이 한다. 그렇게 콘셉트가 정해지면 시안 작업에 들어가는데, 보통 손으로 먼저 그리면서 대략적인 이미지를 뽑고, 컴퓨터로 3D 이미지를 만들고, 그걸 도면화해서 제작에 들어간다.시안 컨펌은 이틀 안에 끝난다. 그리고 세트 제작이 이틀 걸린다. 화요일에 회의하고 수요일에 디자인 컨펌, 목요일부터 세트 지어서 토요일 새벽 '사녹' 리허설 전까지 (무대 설치를) 마친다.Q_컴백 무대의 프로덕션 기간과 규모는 어떤가?무대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촬영하는) 스튜디오가 어디냐에 따라 시스템도 다르고, 외부에서 진행이 되면 장비 등을 전부 다 새로 꾸려야 한다. 방송사 내에서 하는 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서 용이한건 사실이다.외부에서 진행한 무대 중에는 방탄소년단 'ON' 컴백 무대가 기억에 남는다. 이번 지민 솔로 컴백 무대도 오랜만에 외부에서 했는데 완전체보다 더 힘들었다.(웃음) 아티스트 측이 무대를 조금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어해서 많은 것을 준비했다.Q_한 주에 보통 10여 팀이 출연을 하는데 뒤에 나오는 그래픽이 전부 다르다.LED 디자인의 경우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가 관건이다. 화면에 나오는 소스는 담당 팀이 따로 있는데, 소스 플레이를 하는 팀이 곡 당 4개 정도를 만들어낸다. 어떤 소스를 플레이할지는 연출팀에서 결정한다.Q_얼마 전 MC가 몬스타엑스 형원과 배우 김지은으로 바뀌었는데, MC 스페셜 무대 디자인도 심상치 않았다.봄 느낌의 노래('봄 사랑 벚꽃 말고')였다. 연출팀과 회의할 때 (전형적인) 봄 느낌 말고 다른 요소로 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팝업북처럼 디자인을 했다. MC 스페셜 무대에 이렇게 힘을 준 적은 없다고 하더라.Q_퍼포먼스가 주가 되는 무대와 정적인 솔로 무대를 디자인할 때 어떤 차이를 두나? 솔로 가수는 무대가 비어 보일까 우려를 하지는 않나?개인적으로는 발라드 같은 노래를 좋아한다. 무대가 비어 보인다는 개념은, 노래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솔로 가수 딱 한 명 있어도 완전 블랙인 상태에서 핀 조명 하나만 받아도 멋있을 수 있다. 노래와 아티스트, 곡 분위기, 카메라 앵글이 맞았을 때 느낌이 노래가 잘 전달되면 된다.솔로 가수의 경우 오히려 혼자라서 무대를 조금 작게 해도 되면 그 안에서 변화를 많이 주려고 한다. 무대를 높이거나 하는 디테일이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가수의 숫자가 적고, 발라드라 서서 부를 경우에는 아티스트와 무대 시스템이 좀 더 잘 어우러질 수 있되, 아티스트에게 시선이 더 집중되게 한다.Q_컴백 무대가 일주일에 한두 팀은 있다. 매주 새로운 무대를 디자인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닐 것 같다.매주 2~3팀, 예전에 많을 때는 일주일에 대여섯 팀이 컴백할 때도 있었다. 그때는 힘을 분산해서 진행을 했었다. 지금은 두세 팀이 컴백하면 (시간이) 빠듯하다.물론 힘들다. 하지만 아티스트가 무대에 섰을 때 내가 의도한 게 잘 표현이 되면 기분이 좋다. 또 아티스트와 연출팀으로부터 좋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더 좋다. SNS는 아예 안 한다. 좀 무섭기도 하고. 댓글도 잘 안 보는데 주변에서 (반응을) 많이 알려 주더라. 안 좋은 반응을 더 귀담아 듣는다. 그런 피드백이 오면 잘 기억하고 생각한다. 지민 컴백 무대 때는 피드백이 다 좋았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있다.Q_무대 디자인 전에는 어떤 정보를 받나?일단 안무 영상, 노래와 가사다. 여기에 앨범과 의상 콘셉트를 보내주는 팀도 있다. 세트와 무대 디자인에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받는다고 보면 된다. 보안은 당연히 철저하다. (자료에) 워터마크 다 찍혀있다.Q_자료를 취합해 디자인을 끝내는 게 이틀, 가능한 일인가?공간과 시간의 싸움이다. 곡과 콘셉트가 (디자인과) 맞다고 결론이 나면 세트를 짓는 거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한 번 찍고 릴리즈 되면 끝이지 않나. 할 때 잘해 놔야 부담도 덜어진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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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극장 VVIP에 OTT 구독만 7개, 뭐하는 사람들이길래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웨이브 글로벌비즈팀 김의종, 김도형 매니저[TV리포트=박설이 기자] "이게 여기 있었네?"지상파 3사의 합작으로 만들어져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토종 OTT를 대표하는 플랫폼 웨이브(wavve), VOD 다시보기 서비스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포지셔닝에 변화를 주고 있다.'러브씬넘버#' '유 레이즈 미 업'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트레이서' '위기의 X' 청춘 블라썸' 등을 선보여 온 웨이브는 드디어 지난 2022년 '약한영웅 Class1'이 성공을 거두며 오리지널 제작의 가능성을 증명했다.하지만 웨이브가 다시보기 플랫폼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주효했던 콘텐츠는 독점 해외 시리즈, 그리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풍성한 영화 콘텐츠들이다.최근 서울 여의도 웨이브 본사에서 만난 영화, 해외 시리즈 수급 담당 김의종, 김도형 매니저는 모르는 영화가 없는 씨네필인 데다, 누구보다 먼저 국외 시리즈를 접하는 콘텐츠 전문가 겸 '덕후'들이었다.'덕업일치'를 이룬 이들, 김의종 매니저는 해외 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 콘텐츠, 김도형 매니저는 영화(국내외) 수급을 맡아 웨이브 이용자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 혹은 이용자가 다시 보고 싶을 콘텐츠를 찾아 밤낮도, 휴일도 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콘텐츠를 사냥한다.다음은 김의종, 김도형 매니저와 인터뷰.Q_어떤 콘텐츠가 나오는지 파악하려면 쉴 틈이 없겠다.도형 : 콘텐츠를 안 좋아하면 절대 못할 일이다. 학생 때부터 좋아했다. 오히려 전공이 아니어서 이 일을 하고 싶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이 길로 취업을 하려고 했다.의종 : 저는 잡덕이다. 집에서 쉴 때도 늘 (시리즈나 영화를) 켜 놓고 있다.Q_좋아하는 걸 일로 하는 기분은 어떤가?도형 : 좋은데, 좋다가도 싫어지기도 한다. 반대로 좋아하는 걸 일로 해서 이 정도 하는 거 같기도 하고.의종 : 영화, 애니메니션, 해외시리즈 안 가리고 좋아한다. 그래서 플랫폼 일을 시작했다. 플랫폼에서는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하게 다룰 수 있다. 덕업일치를 위해. 직업 특성상 시사회에 간다든지 스크리너를 받아서 좋은 콘텐츠를 일찍 본다. 그럴 때 '이런 콘텐츠를 소개하고 싶다' 하는 보람이 있더라.너무 많이 보면 지칠 때도 있다. 그래도 이곳에 온 이유가, 콘텐츠를 보고 느낀 감동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것이라 좋다.Q_내 취향과 대중성이 부딪칠 때는 없나?의종 : 입사 초반에 그랬다. 좋은 콘텐츠라 생각했는데 국내에서 성과가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시트콤의 경우 해외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하는데 언어적 장벽이 있다 보니 일반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 수급할 때 취향과 대중성을 분리하려고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한다.도형 : 저도 비슷하다. 취향이 있기 때문에 업계에 들어왔지만 일을 진행할 때 취향을 배제해야 하는 부분에서 기복이 올 수 있더라. 원하는 걸 못할 수 있는 거니까.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고 의식을 해야 한다. 그게 취향과 맞을 때는 좋다. 그러면 과정도 편안하다. 정해진 게 없고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게 대중의 취향이라,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다.Q_그렇다면 두 사람이 선호하는 장르는?의종 :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판타지 SF 장르를 좋아한다. '스타워즈' 같은. 솔직히 말하면 국내에서 수요가 있는 장르가 아니다. 웨이브에 있는 구작 중 '배틀스타 갤럭티카'라고 2000년대 초반 드라마다. SF 팬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는 시리즈이고 죽기 전 봐야 할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사심을 담아 패키지에 넣었었다. 이렇게 구작을 발굴하는 재미도 있다. 국내에서 볼 수 없던 구작 타이틀이 오랜만에 올라오면 반응이 있는 편이다.도형 : 장르를 잘 구분을 안 하기는 하는데, 개성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연출이든, 촬영이든, 음향이든 시나리오가 세련됐든, 기존에 없던 걸 하는 작품을 선호한다. 연출자가 CF 감독 출신이거나 연극 대본 쓰던 사람이 영화를 찍거나 하면 장르가 섞이는데 그러면 기존에 없던 스타일도 나온다. 보는 재미가 있다.직장인이니 일을 하며 너무 사심을 채울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사심이 담긴 건 있다. 영화 '마녀2'. 전편도 호감이 있던 작품이었고, 전 직장(영화배급사)에서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마녀'를 웨이브에서 독점 서비스 중이었기도 하고, '마녀2'도 독점으로 서비스하는 게 여러 면에서 좋다고 판단했다.Q_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도형 : 일단, 영화를 많이 봐야 한다. 전 직장에서도 보는 게 일이었고. (상영작을) 다 못 챙겨보는 경우는 따로 극장을 간다든지 주말에 한두 편 본다든지 한다.의종 : 극장 VVIP다. 저도 OTT 6~7개 구독 중이다. 재택근무 할 때는 틀어놓는 편이다. 주말에도 게임을 하면서 보는 멀티플이 가능하다. 애니메이션은 1.5배속으로 보기도 한다. 영화도 좋아한다. 김도형 매니저 오기 전에는 제가 영화도 맡았었기 때문에.Q_수급할 콘텐츠는 주로 어떻게 서치하나? 선정 기준도 궁금하다.의종 : 취향이 너무 반영 안 되게 하려고 조심한다. 원래 마니악하긴 한데, 그런 마니악한 곳에서 대중의 취향에 맞는 부분을 찾는다. 배우 인지도, 제작진의 전작, 브랜드 자체 인지도, 원작에 대한 인지도 등 외적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가장 보람 있었던 건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다. 제 취향, 기준, 대중적 인지도가 맞아 떨어졌다. 원작 소설을 좋아했는데 이 작품이 수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왕좌의 게임' 결말 반응이 안 좋지 않았나. '닥터후' 출연 배우여서 인지도도 괜찮았고, 전작인 '왕좌의 게임' 인지도도 좋고, 대중성, 작품성을 다 충족하는 작품이었다.도형 : 콘텐츠라는 틀 안에서는 많은 사람이 좋아할만한 것, 그게 기준이다. '좋아하는 것만 수급하는가'라고 한다면, 그건 각 플랫폼의 도전인 부분이다.성과가 있었던 건 (개별구매가 아닌) 월정액 독점 영화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였다. 웨이브에 와서 처음 수급한 작품인데, 북미 개봉해서 반응이 올라올 때였다. A24 제작이고, 양자경 주연이고, 멀티버스에 가족 얘기고, 다양한 장점이 섞여 있는 영화였다. 어느 정도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만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튀는 부분은 베팅을 해봐도 되겠다 했다. 가족 얘긴데 멀티버스라는 부분이라든가, 예산이 크지 않은데 액션이고, 이질적인데 조화로울 수 있을지.여우주연상은 받을 줄 알았지만 아카데미를 7개나 탈 줄은 몰랐다. 세계 영화제에서 구매자들과 미팅을 해보면 그해 분위기를 알 수 있다. 흐름 상 '에에올'이 잘될 것 같았지만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한 게 홍콩 출장 가있을 때였는데, 해외에서 맘 졸이면서 봤었던 기억이 있다. 웨이브에서의 성과도 좋았다.의종 : 영화 팬이 많아서 N차 관람 하시는 분들도 많았던 작품이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웨이브, '배틀스타 갤럭티카', '마녀2'인터뷰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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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토종 OTT로써 넷플릭스에 견줄 수 있도록" (인터뷰③)
인터뷰②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웨이브에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많더라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존재의 이유는 사라진다. 김의종, 김도형 매니저가 늘 자신의 취향과 대중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콘텐츠에 진심이기 때문이다.마음 같아서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작품성 있고 좋은 콘텐츠로 평가 받는 시리즈나 영화를 들여오고 싶지만 다수의 입맛에 맞는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충족한 콘텐츠를 웨이브에 띄웠을 때 이들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웨이브가 수년 간 적자라지만, 수급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만족감을 줄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는 건 당연한 사명이고 소명이다. 이용자가 더 오래, 알차게 웨이브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김의종, 김도형 매니저 인터뷰 이어서.Q_웨이브의 제공자이지만 이용자이기도 하다. 플랫폼에 대한 아쉬운 점은 없을까?도형 : 우리가 생각보다 많은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노출이 잘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잘 확인해서 참여하고 혜택을 누리셨으면 좋겠다. SNS, 유튜브, 홈페이지 등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잘 알려야 할 것이다. 이용자도 잘 찾아서 참여하시면 생각보다 좋은 혜택들이 있다.의종 : 커뮤니티 반응을 모니터링한다. 많이 듣는 얘기가 화질이 안 좋다는 얘기를 하신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4K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그런 타이틀, 해외 타이틀을 최대한 노력 중이다. 화질 개선을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화질에 민감한 편이라서.Q_다른 OTT에서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웨이브의 타개책은 무엇일까?도형 : 웨이브도 오리지널을 많이 만들고 있다. 드라마도, 예능도, 영화도 다양한 장르를 서비스 중이다. 대내외적으로 인지도가 올라간 작품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시작한 지 오래됐고, 디즈니+는 IP가 워낙 방대하다. 회사 자체가 얼마 안 됐다고 생각한다. 기간이 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웨이브만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오면 해소될 것이다.의종 : 플랫폼이 먼저냐, 콘텐츠가 먼저냐 고민을 많이 한다. 좋은 콘텐츠가 나와야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좋은 오리지널 제작, 독점 타이틀 수급 등 노력을 하면 좋은 콘텐츠를 통해 주목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Q_"웨이브에 있었어"라는 카피가 있었다. 실제로 '이런 것까지 있다' 하는 콘텐츠 알려 달라.의종 : 다 있다(웃음). 다큐부터 BL 장르까지 웬만한 건 다 있다.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BL 영화 드라마도 많다. 일본 콘텐츠도 워낙 많다. 추억의 애니메이션 ‘나루토’ ‘카드캡터 체리’, ‘무한도전’ 정주행도 할 수 있다. ‘무한도전’ 전회차가 있는 곳은 웨이브 뿐이다.도형: 영화 담당이다 보니 괜찮은 영화를 계속 수급하려 노력 중이다.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계속 찾고 있고, 다른 데 없는 것으로 보완하려 하고 있다.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 아쉽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을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Q_각자가 추천하는 웨이브 독점 콘텐츠는?의종 : 앞서 말한 ‘배틀스타 갤럭티카’. 회사 면접 볼 때도 언급을 했을 정도로 좋아한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 시대를 가리지 않는 타이틀이라 추천 드린다. ‘러브 앤 데스’는 상반기 가장 규모가 큰 해외 시리즈다. 엘리베자스 올슨 주연작이고 HBO맥스 오리지널이다.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룬다. 시골 마을의 불륜 이야기인데 자극적이지만 영상미가 있다. 치정극이 잘된다. ‘노멀 피플’도 명작 시리즈 중 하나다.도형 : ‘에에올’ 그리고 장이머우 감독의 ‘홍등’ ‘인생’ ‘귀주이야기’ ‘붉은 수수밭’은 웨이브에만 있다. 최근 이 4편을 묶어서 수급했다. 공리 나오는 좋은 영화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Q_마지막으로 이용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의종 : 찾다 찾다 (웨이브에서) 발견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우린 콘텐츠에 진심이다. 그런 분들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던 것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숨은 콘텐츠, 좋아하지만 못 찾는 콘텐츠를 찾도록 노력하겠다.도형 : 더 색깔 있는 OTT 플랫폼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그런 콘텐츠를 발굴하겠다. 콘텐츠는 신작이면 신작이라 이슈이고 구작은 신작과 맞물려 의미가 있다. 신구는 우리가 콘텐츠를 구분하기 위한 장치일 뿐, 콘텐츠는 다 ‘신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웨이브는 많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살려 좋은 토종 OTT로써 넷플릭스에 견줄 수 있도록 하겠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웨이브, MBC,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붉은 수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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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친애적 어쩌구? 중국 드라마는 제목이 왜 그럴까 (인터뷰②)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미안 넷0릭스엔 없단다."토종 OTT 웨이브에 의외로 볼 만한 해외 시리즈가 많다는 것, 나라 밖 콘텐츠를 즐기는 마니아라면 모르지 않을 거다. 웨이브 메인 페이지에는 아예 'N사에는 없는 미드'라는 코너를 만들어 웨이브에서 서비스 되는 해외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레전드로 꼽는 '섹스 앤 더 시티'와 '왕좌의 게임', '부부의 세계' 원작인 '닥터 포스터'도 웨이브에만 있다. 영미권 시리즈 외에 일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중국 드라마, 대만 드라마 편수도 상당하다.다만 플랫폼 측에서는 남들이 만든 것을 수급한 것보다는 직접 만들거나, 제작에 투자한 작품 홍보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수요도 적고, 관심도 덜 받는 해외 콘텐츠를 발굴해 수급하는 입장에서 김의종, 김도형 매니저에게 서운한 마음이나 아쉬움은 없을지 물었다. 결론은, 오리지널은 이용자 모객, 그 밖의 콘텐츠는 이용자를 머무르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었다.김의종, 김도형 매니저와 인터뷰 이어서.Q_해외 시리즈 제목은 어떻게 정하나? 중국 드라마는 왜 한자 독음을 쓰나?의종 : 홍콩, 중국 등 콘텐츠는 독음으로 가져오는 게 업계 관행이었다. 유통사에서 정한 제목을 그대로 써야 하고, 제목을 바꿀 권한이 플랫폼에는 없다. 유통사에서 심의를 받은 제목이고, 계약 단위에서 협의하는 부분이다.미드의 경우에는 제가 지을 수 있었던 적도 있기는 하다. 최근에 지은 게 '불경한 신부님'이다. 미국에서 깡패를 하다 호주로 도망쳐서 신부 행세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인 피콕 오리지널 시리즈 'Irreverent'의 원제 '불경하다'는 뜻을 살려 '불경한 신부님'으로 바꿨다. 해외 시리즈는 성인들이 많이 보는데, 제목 덕을 봤다고 생각한다.Q_해외 시리즈나 영화는 오리지널보다 홍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아쉽지는 않나?도형 : 편성 혹은 플래닝이다. 우리 팀이 수급한 걸 편성팀에서 편성을 하는 건데, 업무적으로 구분이 된다. 수급할 때도 이 콘텐츠에 대해 같이 논의하고 편성 의견을 받기도 한다. 반영이 잘 되는 경우가 많지만 타이틀이 워낙 많지 않나. 한정된 공간에 모든 콘텐츠를 넣을 수 없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는 많다. 그 부분은 다른 노출이 가능한 시점을 노리는 등 어떻게든 노출을 하려고 한다.오리지널이 아닌 콘텐츠이지만 노출의 혜택이 없이도 성과가 나오는 타이틀들도 분명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 업무적 성과를 인정 받고, 만족을 느끼고 있다.의종 : 메인 페이지가 한정 돼있고 장르는 다양하다. 개발이나 서비스 개발 쪽에서도 개인화 혹은 상세페이지를 개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많이 개선되고 있다. 월간 라인업을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려주기도 하는 등 해외 시리즈와 영화도 많이 소개하고 있다. 메인 배너에도 영화, 해외 시리즈가 많이 노출되고 있고, 영화 부문 톱20도 생겼다.Q_오리지널이 다른 해외 콘텐츠 소비에도 교두보가 될 거라 생각한다. 최근 공개됐던 다큐 '국가수사본부'는 어땠나?의종 : 이 장르를 좋아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이런 작품이 나오면 웨이브 내 범죄 실화 영화도 같이 뜨는데, (웨이브 독점인) HBO도 범죄 다큐를 잘 만든다.도형 : 범죄 리얼 다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어필하는 점이 많은 작품이다. OTT는 유입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머무느냐도 중요하다. 웨이브가 지상파와 오리지널 위주이기는 하지만 영화, 해외 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는 시청자가 머무르게 하는 장치가 된다.의종 : 팬덤, 마니아가 없으면 OTT는 돌아가지 않는다. 영화나 해외 시리즈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마니아는 존재한다.Q_HBO의 굵직한 시리즈,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 시리즈 등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 같다. 실제 매출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의종 :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가 유료 기여 중 해외 시리즈에서 1위고 시청 시간도 1위다. 성적이 좋은 시리즈는 '하우스 오브 드래곤', '유포리아'. 국내에서는 웨이브에서 최초 공개라 반응이 좋았다. 상속 승계를 받기 위해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그린 '석세션'은 작품성이 좋아 미국에서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다. 처음 론칭 때는 시들했는데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상을 받아 역주행을 했었다.Q_해외 시리즈에 대한 OTT 간 선점 경쟁도 치열할 것 같다.의종 : 비딩 경쟁이 실제로 있다. 주요 플랫폼이 몇 개 없다 보니 어디서 뭘 가져갔는지도 안다. 좋은 타이틀을 미리 가져가려 경쟁한다. HBO 시리즈와 해리 포터 시리즈는 당연히 좋은 성과다.해외 시리즈의 경우 LA 스크리닝이라는 큰 행사가 있다. 그때 작품을 보여 주는데, 사실 정보 싸움이다. 그렇게 콘텐츠를 파악하고 내부에서 심의를 거쳐 OK가 나면 계약을 진행한다. 자막, 심의 절차를 팔로우를 한다. 오픈할 때 마케팅이 필요한 메이저 스튜디오는 컨펌 과정이 필요하다. 영어로 소통할 경우 팔로우업한다.도형 :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제작사 또는 여러 마켓에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한다. 서칭을 하기도 한다. 모든 콘텐츠 계약에는 정답이 없다. 비딩도 비일비재하다.Q_국외 콘텐츠 번역 과정도 궁금하다.의종 : 번역은 외주 번역가들이 하고 있다. 어떤 장르는 어느 업체가 잘한다거나 하는 게 있다. 주요작의 경우에는 자막을 같이 검수한다. 한 주에 한번씩 자막을 보면서 피드백을 하기도 했다. 나 역시 자막의 완성도에 민감한 편이라 (자막에 대한 시청자의 요구는) 충분히 이해한다.Q_넷플릭스는 장르물, 디즈니+는 마블과 애니메이션이라는 확실한 정체성이 있다. 웨이브 해외 콘텐츠의 셀링 포인트는 무엇인가?의종 : 해외 시리즈 부문에서는 HBO의 유일한 한국 플랫폼이며, NBC-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오리지널 드라마, 피콕의 오리지널 드라마도 유일하게 서비스하고 있다. 메이저 스튜디오 두 곳의 콘텐츠가 독점 제공되는 것이다. 독점 제공하는 일본 드라마도 많고, 일본 드라마 타이틀도 제일 많다.Q_OTT가 대중화 됐다고 해도, 여전히 불법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누누TV 문제도 최근 업계 화두다.도형 : 우리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난다.의종 : 업계 존속을 위협하는 부분이다. 우리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회사 차원에서도 연합해서 대응한 것으로 한다.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라프텔처럼 애니메이션도 OTT에서 볼 수 있다는 걸 이제 이용자들이 많이 알고 있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웨이브인터뷰③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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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더 글로리'에 한국어 더빙을 왜 해요?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씨아이씨 미디어 배준후 더빙연출 PD[TV리포트=박설이 기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는 본국인 일본에서의 흥행 돌풍에 이어 한국에서도 500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역대 일본 영화 최고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 영화계 일본 IP 흥행 열풍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감독의 전작들도 재조명되는 한편, '스즈메의 문단속' 이후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이 재개봉했다.감독의 전작 중 두 번째 한국 흥행작 '너의 이름은.'(381만)의 경우 새로운 옷을 입고 한국 관객을 만나게 돼 주목된다. 2016년 더빙 버전의 성우를 전면 교체, 재더빙을 결정한 거다. 지난 10일 국내 개봉해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는 '너의 이름은.' 재더빙판의 더빙 연출을 담당한 배준후 PD를 만나 애니메이션, 외화 등 더빙 뒷이야기를 들어봤다.배준후 PD가 일하고 있는 더빙 스튜디오에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인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더빙 작업을 진행했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극장판 외에도 미국 카툰네트워크 시리즈,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작업도 하고 있다. 배준후 PD는 2016년 더빙 연출을 시작한 8년차 PD다.다음은 배준후 PD 일문일답.Q_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붐으로 더빙과 성우를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감하고 있나?'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같은 더빙판 애니메이션 극장판들이 개봉하고, 몇몇 작품이 흥행을 하기는 했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다만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잘되면 앞으로 다른 작품들을 더빙할 기회가 생기니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Q_애니메이션 더빙 연출이 하는 일은 무엇이며, 어떤 식의 디렉팅을 하나?기본적으로 외국어로 되어있는 작품을 우리말로 잘 구현하는 작업이다. 일본어든 영어든. 캐릭터의 분위기나 느낌을 손상 없이 잘 우리말로 담아내는 것. 녹음 외적으로는 판권을 가진 수입사, 방송사, 녹음감독, 번역 작가, 종합 편집 감독, 성우와 일정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과정도 담당한다.디렉팅의 경우 두 가지다. 성우들이 웬만하면 작품에 대해 알고 오는데, 캐스팅이 되면 캐릭터를 어떻게 해하면 좋을지 우리와 논의를 한 뒤 녹음하는 경우도 있고, 성우가 캐릭터를 잡아서 오는 경우도 있다. 몇 마디 (대사를) 듣고 이런저런 느낌을 더 추가해 달라고 하는 등 캐릭터 톤을 함께 잡아간다.Q_영어와 일본어 더빙에 차이가 있나?일본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하다 보니 캐릭터 입에 맞게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인 편안함은 있다. 영어는 어순이 달라 맛을 살리기가 조금 더 어렵고, 보통은 말이 빠르고 많아서 잘 살리면서 담아내야 한다.Q_일본 애니메이션 더빙이 많아 성우들이 원작 연기의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여러 경우가 있다. 캐릭터 목소리 그 느낌 그대로 가져가려는 성우도 있고, 자기만의 새로운 해석을 하려는 성우도 있다. 새로운 해석이 캐릭터와 잘 붙으면 그렇게 가는 거다. 기본적으로 원본 캐릭터에 가깝게 연기하기를 원하기는 하지만 필수는 아니며,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원작과 비슷하게 가는 것을 선호한다.Q_한국은 더빙 시장이 그리 넓지 않아 성우 선택의 폭도 좁을 텐데, 새로운 시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선택의 폭이 좁은 건 있다. 더빙하는 작품 자체가 적고, 한정된 것 안에서 잘 나와야 하니 새로운 시도를 꺼려지는 것도 분명 있을 거다. 가뭄에 콩 나듯 (새로운) 타이틀이 왔을 때 그걸 잘하지 못하면 안 되니까. 공급이 많다면 시도도 많이 해볼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쓴 사람 또 쓴다'는 말은 나올 수 있다.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는 분명 있다. 게임이나 OTT 외화 더빙에서 조금씩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시청자가 모든 더빙 콘텐츠를 다 보지는 않지 않으니 잘 모를 수도 있다. 타이틀이 많아지면 새로운 시도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Q_대중에게 익숙한 목소리를 가진 성우를 우선 캐스팅되나?네임드 성우도 오디션 과정을 거친다. 캐릭터와 진짜 느낌이 맞는지 실제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성우계도 세대가 바뀌는 시점이라, 정말 유명한 성우들은 우리 입장에서는 '진짜 많이 들었던 목소리'이기 때문에 '꼭 이 성우를 기용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없다. 저의 경우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갖고 있다. 팬덤이 있는 성우를 우선 기용해야 한다거나 하는 건 없다. 원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가장 우선순위다.Q_외화 더빙 콘텐츠가 많지 않고, 더빙은 애니메이션에서만 주로 이뤄진다는 생각이 든다.요새는 지상파 외화에서도 자막이 나오더라. 그런데 최근에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OTT에서 외화 더빙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게임에서도 성우들이 활약하고 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에도 성우 내레이션이 필요하다. 그 외 성우들은 행사 진행, 스피치 강의 같은 것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Q_시각장애인용 음성해설 배리어 프리, 어떤 작업인가?우리 스튜디오에서도 배리어 프리 작업을 하고 있다. 보통 한국 영화, 드라마의 배리어 프리 더빙을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상황 설명을 하는 내레이션인데, 최대한 감정이 들어가지 않도록,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게 일정하게 가는 내레이션 작업이다. (극의 상황을 말로) 잘 전달을 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발음이 정확해야 하고, 립 노이즈가 적어야 하고, 구현성보다는 전달력이 중요하다.성우 기용에 있어서는,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 중저음의 남성이 나오면 분위기가 안 맞으니 장르별로 극 분위기에 맞는 목소리를 찾는다. 화면 해설용 대본이 나오면 어울리는 성우를 내부적으로 논의해 선정한다.최근에 우리 스튜디오에서 '더 글로리' '길복순' '정이' 배리어 프리 작업을 했다. 미리 내용을 알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나는 '길복순'을 작업했는데, 외국어 대사가 좀 있었다. 그 부분은 남자 성우를 기용해 더빙(연기)을 하기도 했다. '더 글로리'는 다른 PD님이 진행했는데, 비밀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하더라.Q_어떻게 더빙 PD가 됐는지도 궁금하다.고등학교 때 옆에 성우 덕후 친구가 있었다. PMP로 어떤 오디오 드라마를 들었다. 전생에서 온 남자와 삼각관계에 빠지는 여자 이야기였다. 여자가 말로는 싫다지만 속으로는 흔들리는 씬이었는데 인상 깊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나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처음에는 성우가 되고 싶었는데 누가 멍석 깔아주면 뭘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 주변에서라도 무언가 관여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했다. 덕업일치가 된 거다.더빙 PD가 돼서 좋은 건, 성우 덕후들의 즐길 거리 중 하나로 가상 캐스팅인데 이제는 캐스팅을 내가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그린 그림대로 실현할 수 있어서 좋더라. 행복하다. 상상을 실현한다는 것이.Q_더빙 작업을 한 작품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은?시작한 지 1~2년쯤 '숲의 요정 페어리루'이라는 작품을 했었다. 처음으로 한 장편이기도 했고, 여아용이라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남자라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이들이 나름 좋아해줘서 기억에 남는다.극장판 중에는 '너의 이름은.'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신경을 쏟아서 애정이 크다. VOD판 중에는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 인연'이 기억에 남는다. '디지몬' 주인공들이 어른이 된 뒤 이야기라 성우도 대거 바뀌었었다. 성우들도 디지몬을 보며 자란 세대라 몰입을 잘 해주셨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넷플릭스, 씨아이씨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