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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너의 이름은.' 이례적 재더빙 "성우 오디션만 일주일" (인터뷰②)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 더빙 연출자인 배준후 PD는 보통 1년에 1~2개 타이틀, 편수로 50편 내외로 더빙 작업을 한다. 중간 중간 극장판 더빙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함께 진행한다고.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일본 애니메이션계 거장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편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이 왔다.'너의 이름은.'은 지난 2016년 개봉해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역대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 글로벌 흥행 3위를 기록 중인 작품이다. 시골 마을의 여고생 미츠하와 도쿄의 남고생 타키,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의 몸이 바뀌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너의 이름은.'은 2017년 한국에서 개봉해 381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너의 이름은.'은 개봉 당시 더빙 버전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작품이기도 하다.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 지창욱, 김소현이 각각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의 목소리를 연기했는데,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었다.그런 '너의 이름은.'이 재더빙판으로 6년 만에 재개봉했다. 업계에서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재더빙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작품이기에 더빙 연출을 담당한 배준후 PD도, 주인공을 연기한 성우 이경태, 김가령의 부담감도 상당했다고 한다.배준후 PD 일문일답 이어서.Q_'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에서 환영을 받는 건 국내 더빙업계에도 고무적인 일일 것 같다.영향력은 있는 것 같다. ('스즈메의 문단속' '너의 이름은.'의) 더빙이 결정이 안 됐다고 하더라도 외화의 분위기가 좋으면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길 수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더욱 그렇다.Q_'너의 이름은.'처럼 재더빙을 해 개봉을 하는 사례는 자주 있는 일인가? 더빙을 맡은 소감은?매우 이례적인 것 같다. (첫 더빙 버전 개봉 때)상황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논란은 인지를 하고 있었다. 일단은 좋아하는 작품이라 처음에는 좋았는데 갈수록 부담이 커지더라. 다시 더빙을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고, 앞으로 이 버전이 계속 남을 거기 때문에 최대한 잘해야겠다,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대표작으로 남길 각오였고, 내 할 일을 열심히 했다.극장에서는 개봉날 처음 봤는데, 조금 아쉬움이 있더라. 개봉 전주까지는 할만큼 했다 생각했는데 디테일한 아쉬움들이 보였다. 조금 더 해볼걸 하는.Q_극장판 제작 기간은 대체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보통 6주 정도 걸린다. 시간이 촉박하다. '너의 이름은.'의 경우 소재와 대본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똑같이 6주가 걸렸지만 다른 작품보다는 좀 더 집중해서 쫓기는 압박감 없이 할 수 있었다.Q_'너의 이름은.' 성우는 어떻게 캐스팅됐나?일단 오디션을 다 봤다. 두 주인공과 조연 3인 등 5명 역할의 오디션을 진행했다. 주인공은 남자 15명, 여자 20명 오디션을 봤다. 들어보고 상위 5인을 뽑아 의논을 거쳐 결정했다.성우들에게 대본 샘플 장면을 만들어 (현장에서) 해봐 달라고 한다. 짧은 클립에 맞춰서 녹음을 해보는 거다.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 둘이 서로 몸이 바뀌지 않나. 남자 성우가 남자일 때와 여자일 때 목소리를 구분해야 하고,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부분 위주로 클립을 뽑아서 오디션을 진행했다. 다른 작품 오디션의 경우 3분 정도(클립으로) 보는데, '너의 이름은.'은 10분 정도 했다. 욕심을 냈다. 성우들도 "이게 오디션이에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이례적으로 상당히 오래 걸렸다. 성우 1명당 30분씩, 일주일 내내 오디션을 봤다. 호들갑을 좀 떨었다.Q_여러모로 주목 받는 작품이라 성우들도 부담이 컸을 것 같다.오디션을 본 성우들 모두 쟁쟁한 분들이다. (주연 캐스팅 소식에) 처음에는 좋아하시다가 점점 부담되고 힘들다고 하기는 하셨다. 관심을 많이 받는 작품이지 않나. 다들 이 작품을 또 좋아하는 분들이다.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은 있었다고 하더라.Q_'너의 이름은.' 더빙 버전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성에 안 차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이 작품을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제가 느낀 느낌을 한국어 더빙으로도 가능한 한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 노력했다.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많이 봐 주시면 다음에 좋은 더빙 작품으로 관심과 사랑이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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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비성우 더빙 도전? 몰입감 살리는 연기 고민했으면" (인터뷰③)
인터뷰②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 최근 디즈니 '인어공주' 실사판 주인공 에리얼의 목소리를 성우가 아닌 뉴진스 다니엘이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빙 팬들에게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2017년 '너의 이름은.' 사태를 기억하는 이들은 또 한번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하고 있다.유명 성우인 심규혁은 '너의 이름은.' 더빙 캐스팅 논란 당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여러 작품에서 저를 포함한 많은 성우들이 오디션에 붙었다가도, 돈의 논리에 의해 막판에 캐스팅이 갈리는 일이 꽤 된다. 더빙연출 PD들이 그 상황을 막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말이다"라고 목소리를 냈었다.논란 후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재더빙 요구가 쇄도했고, 결국 재더빙이라는 이례적인 결정이 내려졌다. 더빙 업계에서도 의미가 큰 일이며 그렇기에 '너의 이름은.' 재더빙 이슈는 더욱 주목되는 사안이다. 더빙을 연출하는 배준후 더빙 연출 PD는 "몰입감을 살리는 연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배준후 PD 일문일답 이어서.Q_배우의 더빙 도전, 왜 문제가 될까? 또 더빙 연기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잘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다.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화면보다 2미터 뒤에 있는 대상에게 전달하는 느낌으로 연기를 하면 좀 더 캐릭터의 목소리가 달라붙는 효과가 있다. 소리를 앞으로 찌른다는 느낌이면 좋다. 성우 배우 할 것 없이 몰입감 살리는 연기에 대해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Q_PD 개인적으로 꼽는 훌륭했던 비성우 더빙 사례는?'메가마인드'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배우 김수로씨가 목소리 연기를 했다. 상당히 개성 있는, 머리 큰 못돼 보이는 캐릭터인데 텐션이 달리지 않고 충분히 그 캐릭터에 이입이 될 수 있도록 좋은 파워와 박력을 가진 연기를 해줬다. 캐릭터와 위화감이 없었다. (이순재의) '업'도 좋았다.Q_비성우의 더빙 도전, 업계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좋게 생각하자면, 그렇게 해서 콘텐츠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다른 더빙 콘텐츠도 더 나올 수 있으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Q_양질의 더빙 콘텐츠가 나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대중은 어떤 방식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까?개인적으로는 눈앞에 온 작품을 잘 연착륙 시켜 마무리하는 것, 하나하나 잘 진행하는 것, 삐끗 하는 것 없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더빙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취향이 갈린다. (다른 콘텐츠를) 너무 배척하지 마시고 여러 콘텐츠에 관심 갖고 즐기고 소비해 주시면 시장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Q_앞으로 하고 싶은 더빙 콘텐츠가 있다면?오리지널 극장판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너의 이름은.'으로 목표를 이뤘다. 새로운 것을 더 해보고 싶다. 새로운 타이틀의 시작을 해보고 싶고,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도 해보고 싶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미디어캐슬, 어도어, 드림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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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컨하우스2' 6월 첫 방송...'홍김동전' 폐지 면했다
[TV리포트=박설이 기자]KBS2 예능 프로그램 '세컨 하우스2'가 오는 6월 편성을 확정했으며, '홍김동전'은 폐지나 편성 이동 없이 계속 같은 시간 시청자를 찾아간다.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첫 시즌이 방송돼 시청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예능 프로그램 '세컨 하우스'의 두 번째 시즌이 편성이 확정됐다. 첫 방송은 오는 6월 1일.KBS2 '세컨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골에 방치된 빈집을 출연자들이 직접 리모델링해 자급자족하며 살아보는 빈집 소생, 힐링 리얼리티다.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인 최수종 하희라 커플, 절친 배우 조재윤, 주상욱이 각자 강원도 홍천, 전남 강진에 세컨하우스를 짓고, 생활하는 모습을 담아 실제 세컨하우스를 갖기를 꿈꾸는 시청자에게 힐링과 대리만족을 선사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종영과 함께 시즌2 제작을 확정한 바 있다.6월 1일부터 매주 목요일 밤 시청자를 찾아갈 '세컨 하우스' 시즌2에는 기존 출연자인 최수종, 하희라 부부, 조재윤 주상욱이 출연해 각각의 두 번째 세컨하우스를 마련하는 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한편 김숙, 홍진경, 조세호, 주우재, 장우영이 출연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홍김동전'은 기존 시간대인 목요일 오후 8시 30분 자리를 지킨다. '홍김동전'은 2022년 7월 첫 방송돼 두 차례 편성 변경이 있었던 프로그램으로 최근 폐지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다만 KBS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폐지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했던 바.TV리포트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홍김동전'은 반등 없는 저조한 시청률로 편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맞으나 결과적으로 계속 시청자와 만날 수 있게 됐다. '홍김동전'의 시청률은 여전히 1%대이나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이 나오고 있으며, 폐지설 보도 후 KBS 시청자센터에서 '홍김동전 폐지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진행되기도 했다. '홍김동전'은 시청자 성원 덕분에 반등의 기회를 한번 더 잡은 셈이다.'세컨 하우스2'는 6월 1일부터 매주 목요일 밤 9시 50분, '홍김동전'은 그 전 시간대인 오후 8시 30분 변함없이 시청자를 찾아간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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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일본에선 주류인 BL, 韓에선 불편하다는 반응 있지만..." (인터뷰②)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BL 시장은 이미 일본, 태국 등 이웃나라에서는 주류가 된 장르이며, 팬층도 넓고 탄탄하다는 게 장지혜 헤븐리 이사의 말이다. 이제 막 시작한 한국보다 장르도 다양하고 시장도 잘 형성돼 있다.지난 3월에는 태국의 유명 BL 레이블인 도문디 소속 배우와 제작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 제작 작품을 홍보하기도 했으며, 이곳 소속 배우들은 한국에서 팬미팅을 열고 소통하는 자리도 가졌다.한국에서는 여전히 비주류라는 이미지가 강한 BL 콘텐츠,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BL 드라마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고 시장 영역도 팬미팅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됐다. 헤븐리의 경우 오는 12일 '밥만 잘 사주는 이상한 이사님 극장판'을 시작으로 CGV와 협력해 BL 시리즈를 극장 상영하기로 했다.다만 잘된다고 소문난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일단 찍고 보자는 식의 퀄리티 낮은 BL 드라마들도 쏟아지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찍어만 놓고 플랫폼을 못 찾아 사장될 위기에 처한 작품도 수두룩하다. 결국 한때의 붐이 아닐까 우려에 대해 장지혜 이사는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라고 말했다.장지혜 이사 일문일답 이어서.Q_다른 나라에 이미 시장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상황이 어떤가?일본에서는 만화, 소설, 드라마, 오디오드라마 등 전 장르에서 BL 물은 서브가 아닌 주류다. 영상 쪽은 태국이 강세다. 문화적 포용력도 크고,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좋은 배우 캐스팅과 작품 제작, 관련 행사가 가능한 환경이다. 한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헤븐리가 통합적인 역할을 하면서 제작사와 팬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Q_BL시장, 순식간에 레드오션이 됐다. 거품은 아닐까?"BL이 잘된다"라고 하면서 불과 3~4년 사이 시장이 갑자기 커졌고, 드라마가 우후죽순으로 제작되고 있는 것은 맞다. 대부분 숏폼이다 보니 개연성이 떨어지는 BL 드라마도 많다. 소비층의 눈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스토리나 배우 연기, 연출 면에서 퀄리티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고, 양질의 콘텐츠만 남을 것이라고 본다.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 시리즈, 리디북스 등 플랫폼에서 BL 장르 웹소설, 웹툰 장르의 소비자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BL 드라마도 지금의 과정을 거쳐 옥석이 가려지고, 꾸준히 성장을 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본다.Q_음지 문화라는 시각은 여전히 강한데BL 전용 플랫폼인 헤븐리는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큐레이션하고 유저를 만난다. 하지만 종합 OTT 플랫폼에서 (BL이) 인기 콘텐츠로 뜨면 팬이 아닌 사람들은 아직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서브컬처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신인배우 등용문이기도 하고, 장편 감독, 작가로 가는 길목에서 웹드라마보다 훨씬 많은 유저를 끌어모으는 BL 장르물은 내용을 떠나서도 많은 의미를 갖는다. 대형 OTT 플랫폼에서도 BL 콘텐츠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하나의 취향이자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Q_성소수자들이 BL 콘텐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성향으로 단순히 '소비'된다는 데 반감은 없나?BL은 문화다양성을 응원하는 장르다. 로맨스 스토리를 지향한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관없다. 이런 측면에서 LGBTQ 콘텐츠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Q_기대되는 작품들이 있을까?한국 작품 중에는 배우들의 청량감이 돋보이는 ‘우리연애시뮬레이션’, 웹소설 원작의 '스타스트럭'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태국 BL 스타들이 출연하는 ‘큐티파이투유’, 지난해 작품이긴 하나 처음 공식 번역돼 서비스중인 'Love in the air'도 한국 팬들이 많이 기다렸던 작품이다.Q_BL 드라마 시장, 앞으로 전망은?원작이 되는 웹소설, 웹툰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퀄리티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BL 드라마 제작에 뛰어드는 제작사들도 더욱 전문화되고 있다. 고퀄리티에 흥행도 되는 좋은 BL 드라마가 나오면 투자도 활성화될 것이다. 헤븐리는 유저들에게 이를 어떻게 잘 소개할까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지난해 본격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유저는 이미 30만명을 넘어섰고, 매출은 2022년 한 해 매출을 올해 3개월 만에 50% 달성했다. 굉장한 상승 곡선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Q_이 장르에 편견을 가진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두 가지 측면을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문화 다양성이 존중 받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 유해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합법적인 콘텐츠를 즐기는 취향은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둘째, BL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폭력적이지도 않고, 자극적인 관심을 끌어내려 하지도 않는다. 로맨스의 본질 그 자체에 대한 감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이니, 하나의 장르로 인정되길 바란다.한국에서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인 BL 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서 취향을 존중 받기까지 과도기는 분명 필요할 터. 서브컬처의 양지화에는 잡음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아직 장르에 대한 대중의 제대로 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저예산 고효율'이라고 소문이 나 너도나도 BL 드라마를 만들며 순식간에 레드오션이 됐다. 지난해부터는 NEW 같은 대형 제작사와 왓챠 등 OTT도 BL 드라마 제작과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우후죽순으로 BL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이제는 소비자가 보다 높아진 눈으로 옥석을 가려내 장르의 품질을 상향평준화해야 하는 단계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스타스트럭' 스틸, 헤븐리, '큐티파이투유'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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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드라마가 쏟아지는 건에 대하여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BL 콘텐츠 플랫폼 헤븐리 장지혜 이사[TV리포트=박설이 기자]지상파에 케이블, 종편, 그리고 OTT까지 말 그대로 콘텐츠의 홍수인 2023년 현재. 장르, 길이, 형태도 제각각인 '취향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은 다양해지고, 세분화됐다. 그런 가운데 음지 문화라 여겨졌던 장르의 콘텐츠도 각종 대형 플랫폼에 자리하는 등 대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신인 배우뿐 아니라,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차서원, 공찬 같은 배우도 BL 드라마에 도전할 정도로 이 장르의 문턱은 몇 년 사이 퍽 낮아졌다.최근 서울 모처에서는 태국 인기 드라마 '큐티파이'의 두 주인공 지 프룩, 누뉴 차와린이 함께한 태국 제작사 도문디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큐티파이'는 태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BL(Boys Love) 장르다. 도문디는 태국의 유명 BL 제작사다.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곳은 BL 콘텐츠 전문 서비스 플랫폼 헤븐리다.장지혜 헤븐리 이사에게 BL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는 오래 전부터 즐기고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BL 장르에 대해, 그리고 지난 3년 간 급격하게 성장한 BL 드라마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다음은 장지혜 이사와의 일문일답.Q_BL, 어떤 장르인가?Boys Love, 사랑에 대한 장르인데 주인공들이 남자다. BL 안에서도 브로맨스, 소년 간의 감정, LGBTQ 등 장르의 차이는 있다. 공통점은 누구나 가슴 한 켠 가지고 있는 로맨스를 담은 콘텐츠라는 점이다.Q_주 소비층은?20~40대 여성, 그 중에서도 콘텐츠를 즐기는 계층이다. 봄툰,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등 주요 플랫폼에서도 보편적으로 인기가 있는 장르이다. 헤븐리는 BL 장르 자체를 전문적으로 웹툰, 드라마, 오디오 드라마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설에서 다양한 미디어로 콘텐츠가 확장되면서 여러 팬층의 반응을 볼 수 있게 됐다.Q_한국에서 BL 장르는 언제부터 소비됐나?BL 장르 자체는 1970년대 일본에서 만화로 시작됐고 이후 소설과 독자 2차 창작 같은 형태로 확장됐다. 한국에서는 웹소설이 나오고, 아이돌 팬덤 문화가 형성되던 1990년대부터 커뮤니티 중심으로 발전해왔다.주로 여성들의 판타지성 로맨스를 커뮤니티 중심으로 발전시킨 스토리라인이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클리셰적 요소가 많은 것이 이 장르의 특징이다. 일반적인 콘텐츠 가운데는 법률, 스릴러, 판타지 등 장르물이 많아진 경향이 있고, 그에 비해 로맨스물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그게 BL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맨스의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이 담겨 있기 때문에.Q_남녀 간 로맨스가 아닌, BL 장르를 소비하는 심리는 뭔가? '남녀'를 '남남'으로만 바꿨다는 시각도 있다.드라마에는 스토리 그리고 캐릭터에 사회적인 배경이 담긴다. 어느 지점에서 시청자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할텐데, 최근 로맨스물과 사회적 환경은 어찌보면 괴리가 굉장히 크다. 너무 현실적이면 감정소모가 클 테고, 현실과 너무 멀면 공감이 안 된다. 휴식의 상태로 로맨스 콘텐츠를 보고자 하는 유저들에게 BL 장르는 굉장히 좋은 유희의 요소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든, 관계가 어떻게 발전되든, 그 스토리만 제 3자의 입장에서 즐기면 될 뿐 자신을 스토리에 이입시켜 피로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성별을 떠나 사랑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유치해도 괜찮고 클리셰도 괜찮다. 일반 드라마에서 쓰면 유치하다거나 뻔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이야기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특징이 있다.Q_국내에서 BL 드라마 시장이 형성된 건 근래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한국에서 BL 드라마는 태국, 대만의 작품 인기와 함께 소수 커뮤니티에서 퍼지기 시작하다가 2020년에 최초로 BL 드라마가 나오면서 붐이 시작됐다. 헤븐리 전신인 W-story 앱에서 처음으로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드라마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한국에서 이 장르가 생소했기 때문에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아몬드컴퍼니와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를 서비스할 앱을 만들었다. 이후 입소문이 났고, 웹드라마 제작사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BL 드라마들이 제작된 거다. 점점 BL 드라마의 퀄리티가 높아졌고 왓챠의 ‘시멘틱 에러’가 큰 인기를 모으게 됐다. 덕분에 대중적으로도 BL 장르가 많이 소개가 됐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스틸인터뷰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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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셔누X형원, 몬스타엑스 첫 유닛 주인공...올여름 출격
[TV리포트=박설이 기자]믿고 듣고 보는 퍼모펀스 그룹 몬스타엑스에서 데뷔 이래 첫 유닛이 결성된다. 셔누와 형원이 그 주인공.TV리포트 취재 결과 셔누와 형원 유닛은 올 여름 유닛 데뷔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셔누와 형원은 각각 몬스타엑스에서 메인댄서와 리드댄서를 맡고 있는 멤버로, 이번 유닛을 통해 올 여름 화려한 비주얼과 강렬한 퍼포먼스를 무기로 최고의 시너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셔누와 형원 유닛 결성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리더 셔누가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후 첫 활동이기 때문. 몬스타엑스 맏형인 셔누는 지난 2021년 7월, 멤버 중 가장 먼저 군에 입대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올해 4월 21일 소집해제했다.형원은 몬스타엑스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멤버로 팀 활동은 물론 디제잉, 연기, 그리고 최근 합류한 'SBS 인기가요' MC까지 다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몬스타엑스 정규 3집에는 자작곡 '노바디 엘스'를 담아 프로듀싱 능력을 입증했으며, 그룹 에이비식스의 '컴플리케이티드(Complicated)', 멤버 기현의 솔로 미니 앨범 수록곡 '배드 라이어(Bad Liar)'와 '웨어 이즈 디스 러브(Where Is This Love)' 등을 프로듀싱한 바 있다.지난달 4일 멤버 민혁이 현역으로 입대하며 5인 체제가 된 몬스타엑스는 오는 22일 멤버 주헌이 데뷔 8년 만의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개별활동에 박차를 가한다. 주헌에 이어 셔누와 형원의 유닛 활동이 이어지며 당분간 완전체 활동을 보지 못할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전망이다.'3세대 대표 짐승돌' 몬스타엑스는 2015년 미니 1집 'TRESPASS'로 데뷔한 몬스타엑스는 '무단침입' '슛아웃(Shoot Out)' '드라마라마'(DRAMARAMA) '러브 킬라'(Love Killa) '갬블러(GAMBLER) 등 히트곡을 냈다. 지난해 8월 멤버 아이엠을 제외한 셔누, 민혁, 기현, 형원, 주헌이 스타십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체결했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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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물', 넷플릭스의 가성비 좋은 노림수일까 [리폿@이슈]
[TV리포트=박설이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정효민, 김인식 PD의 인터뷰가 공개 일주일 만인 5월 2일 진행됐다. 인터뷰 현장은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기자들은 논란에 대해 PD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기획 의도가 무엇이며, 또 논란은 예상했는지 질문했다.이날 인터뷰에서 PD들이 전하고자 한 요지는 크게 두 가지다. '신동엽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성 문화에 대한 화두를 던졌으나 일부(AV)에만 초점에 간 것은 아쉬우니 전부를 보고 판단해 달라'. PD들이 다 보고 판단하라고 자신할 정도로 전체적인 내러티브도 분명하고, 일본의 성 문화에 대해 최대한 다양하게 다루고자 했으며, 합이 좋은 베테랑 방송인과 제작진이기에 만듦새도 준수하다. 물론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빼고 본다면 말이다.바로 그 논쟁의 여지 때문에 신동엽을 향한 'TV동물농장' 하차 요구가 쇄도한 건 제작진도 생각지 못한 방향이었을 것이지만, 소재에 대한 갑론을박은 제작진도 예상 가능했을 터. PD가 인터뷰에서 "화두를 의미 있게 던져볼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말한 게 그 방증이다.전반부인 일본편이 모두 공개됐고, 시즌2에 해당하는 대만편은 연내 공개 예정인 '성+인물'. 홍보를 위해 계획된 PD의 인터뷰 시점에서 신동엽을 향한 'TV동물농장' 하차 요구가 터졌고, 자연스럽게 '성+인물'이라는 넷플릭스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이길래 'TV동물농장' 시청자가 신동엽의 선택에 분노한 것인지, 대중은 궁금할 수밖에 없다.논란의 '성+인물'은 5월 2일 오후 기준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에서 '닥터 차정숙' '퀸메이커'에 이어 3위다. 상대적으로 제작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드라마들 사이에서 예능이 선전한 것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성+인물'은 넷플릭스가 선보일 다른 블록버스터급 예능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소박하다. '성+인물' 외에 넷플릭스가 2023년 공개할 오리지널 시리즈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좀비버스' '데블스 플랜'는 대규모 세트를 짓거나, 섬을 통째로 빌리는 등 소위 '돈 냄새 나는' 제작 규모다. 그에 비해 '성+인물'은 성(性)이라는 소재 하나로 '후킹'에 성공했고, 넷플릭스가 처음 시도하는 미드폼 예능 치고는 성적 또한 매우 준수하다. 논란 혹은 관심이 지속된다면 순위는 더 올라갈 여지도 있다. 신동엽이라는 희생양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제작진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이슈화는 나쁠 것은 전혀 없다. 넷플릭스는 지난 연말연시 '피지컬:100' 그리고 '나는 신이다'라는 드라마 외 장르로 재미를 봤다. 이 기세를 이어갈 시리즈가 필요하기에 대대적으로 오리지널 예능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자리도 4월 마련했던 바다. '피지컬:100'은 뜨거운 인기와 별개로재경기 논란, 출연자의 데이트 폭행, 학폭 이슈 등이 있었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결론적으로 화제성과 순위를 모두 챙긴 '성공작'이다.넷플릭스는 예능 성공의 기세를 2023년에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고, 그런 가운데 이미 10년 전 '마녀사냥'이라는 발칙한 IP를 만들어낸 정효민 PD의 '성+인물'이 2023년의 마수걸이를 끊었다. '선수'의 재등판인 셈이다.요컨대, 소재를 둘러싼 논란의 크기와 방향은 예상 밖일지 몰라도 홍보 효과는 성공적이다. 다른 메가급 예능에 비해 출연자도 적고, 토크쇼 형식이라 큰 세트도 필요 없는 '성+인물'의 화제성, 어쩌면 가성비 좋은 노림수일지도.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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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물' 신동엽, 욕만 200% 먹을 줄이야 [리폿@이슈]
[TV리포트=박설이 기자] 예능 프로그램 존재의 이유는 '재미'가 맞다. 하지만 그 재미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한다면 더 이상 통상적인 '재미'로 볼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일본편'이 바로 '재미로만은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아니나 다를까, 프로그램 공개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그런데, 어째서인지 프로그램 진행자인 신동엽이 이 프로그램의 논란을 혼자 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시작이 문제였다. 신동엽이 오랫동안 진행을 맡고 있는 SBS 교양 프로그램 'TV 동물농장'의 게시판에 신동엽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던 것.일부 누리꾼들은 일본의 AV 등 성인 문화 산업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의 MC인 신동엽이 전 연령대과 관람하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 매체를 통해 기사화됐고, '성+인물' 논란을 신동엽이 온몸으로 뒤집어쓰는 지경에 이르렀다.사실 '성+인물'을 둘러싼 논란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었다. 성인용품 전문점 같은 일본의 성 문화 산업을 다루는 것을 넘어서서 일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AV 문화를 짚었다는 점 때문이다. 진행자인 신동엽과 성시경은 일본의 유명 AV 여성, 남성 배우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AV 산업에 종사하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한 일이며, 하나같이 "AV가 성범죄를 감소시킨다"라고 입을 맞춘 듯 말했다.하지만 AV를 보는 시선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에서도 AV 출연 강요를 사회 문제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성+인물' 측은 "AV 배우임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들의 이야기만 들려주며 업계를 미화했고, 프로페셔널한 전문가로 둔갑시켰다.이 같은 논란은 제작진이 아닌 신동엽에 집중되고 있다. 그간 신동엽은 '동물농장 아저씨'라는 성실하고 선한 이미지, 그리고 '헤이헤이헤이' '마녀사냥' 'SNL' 등을 통해 얻은 '섹드립의 달인'이라는 과감하고 발칙한 이미지, 투 트랙의 포지션을 잘 가져왔던 방송인이다. 방송가에서 독보적 입지를 지켜온 그는 이번에는 성인용품, AV, 호스트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의 MC가 되기로 했다.신동엽과 '마녀사냥'을 함께 했던 '성+인물'의 정효민 PD는 앞선 4월 열린 넷플릭스 예능 소개 행사에서 "신동엽이 이번에도 아주 즐겁게 본인의 능력을 200% 발휘했다"라고 말했었다. 또 한번 정효민 PD의 손을 잡고 즐겁게 능력을 발휘했다는 신동엽, 물론 프로그램의 간판 진행자로서 논란에 휩싸인 것은 본인의 선택에 따른 책임이다.하지만 이 모든 논란을 신동엽이 짊어지는 것은 가혹하다. 선 넘은 프로그램이 야기한 논란의 책임은 애초 선 넘은 기획에 있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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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르세라핌 안 예쁘게 나오는 건 저도 싫어요" (인터뷰②)
[TV리포트=박설이 기자]출연자인 르세라핌의 퍼모먼스가 끝나고, 그 다음은 PD의 몫이다. 가지고 있는 촬영본 안에서 얼마나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뽑아낼지가 관건이다.일단 촬영을 무사히 마쳤을지라도 제작진에게는 편집이라는 지난한 과정이 남아있다. 촬영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없는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나 전문 예능인이 아닌 이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자체 콘텐츠에서의 재미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은 어쩌면 PD의 몫이다.김경원PD 일문일답 이어서Q_아무리 팬들이 멤버들 보는 게 목적인 자컨이지만, 예능 요소도 필요하다.그건 제작진의 몫이다. '추우니까 오히려 좋아' 편의 경우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라고 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예능을 뽑아내야 한다. 그래서 장치를 마련했다. '복불복 준비를 해봤는데 해볼테냐' 같은. 그런 제작진의 준비를 멤버들이 예상보다 잘 받아주고 잘해줘서 재미있게 나왔다.Q_워낙 바쁜 그룹이지 않나? 텐션이 떨어져서 촬영장에 왔을 때는 어떤가?일단 르세라핌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콘텐츠 찍을 때 진심이다. 텐션이 지친 상황에서 만난 적이 없다. 제작진이 눈치껏 아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피곤해도 티를 안 낸다. 그럼에도 텐션이 떨어졌을 때는 박수를 치고 호응을 하거나 하는 방식을 취한다. 심각하게 텐션이 떨어졌던 적은 없다. 사쿠라가 열정적인 멤버로 알려졌는데 르세라핌은 그냥 사쿠라 다섯 명이다. 무엇보다도 멤버들이 '르니버스' 촬영을 즐거워한다. 오면 '오늘은 뭐하지?'하며 궁금해 하고. "놀러 오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데 그게 우리 제작진이 지향하는 바다.르세라핌 명언 중 하나가 "인생은 콘텐츠다"이다. 모든 것을 콘텐츠화 하려는 마인드가 있다. 멤버들에게 고맙다.Q_편집 포인트, 혹은 제작에 있어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을까?안 예쁘게 나온 건 내보내고 싶지 않다.(웃음) 사실 편집 과정이라는 건 재미있는 걸 더 재미있게 하는 과정이다.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살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한쪽에서 메인 이벤트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멤버의 리액션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예상 못한 리액션이 나오기 때문에 모든 촬영분을 열심히 보고, 다시 본다. 팬들이 자컨에서 원하는 것은 멤버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이다. 제작진이 그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편집 과정에서도 한 사람 한 사람 포커스 되게끔 편집하고자 한다. 작은 리액션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우리가 종종 하는 게 멤버의 윤곽을 따서 리액션을 삽입하는 것이다.Q_편집의 과정은 힘들지만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을 거다.감동을 받았던 건, 촬영 자체가 재미있을 때가 있지 않나? 그때 멤버들이 "빨리 편집본으로 보고 싶어요"라고 얘기한 적이 한 번 있었다. 너무 감동을 받았다. 제작진이 판을 잘 만들어 잘 담겠다는 것과 더불어 잘 만들어서 잘 내보내고 싶은 욕구도 있지 않나. 촬영 때도 즐거웠는데 공개가 됐을 때도 (멤버들이) 만족하고 있다는 반응이었기 때문에 보람을 느꼈다. 촬영을 다녀올 때마다 더 피어나가 되어있다.Q_특별히 예능감이 뛰어난 멤버가 있나?르세라핌은 특이한 게 각자의 역할이 있다. 항상 밸런스가 좋다는 것을 느낀다. 사쿠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하게 하고, 채원, 윤진은 서로 리액션을 크게 하고, 카즈하가 치고 나오는 모든 리액션도 재미있고, 은채는 말할 것도 없다. 사쿠라가 경험이 많아서 사쿠라 위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섯 명의 밸런스가 정말 좋다. 콘텐츠를 보면 알겠지만 어느 멤버에 포커스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인하우스 제작이라 골고루 내보내는 게 아니라, 멤버 간 균형이 정말 좋다.Q_팬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랑이 과해서 본의 아니게 제작진이 상처 받은 적은 없나?거의 모든 댓글을 다 보고 있다. 피어나 분들은 저희 콘텐츠에 불만이 없는 것 같다. 모두를 만족 시키는 게 정말 어려운데 '르니버스'는 아직까지는 없다. 부정적인 반응에 대한 모니터도 열심히 하고 있다. 오히려 그런 반응이 있다면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 생각을 할텐데 말이다.그런 경우들이 많다. 팬들이 이런 걸 보고 싶다 하고 댓글을 다는데 이미 촬영을 했거나 기획 중이거나 할 때. 팬들이 "다 계획이 있었구나" 라고 하는데 볼 때마다 통쾌하다. 피어나들이 해주는 좋은 말들은 제작진에게 큰 힘이 된다. 아티스트가 즐거워야 콘텐츠가 잘 나온다는 우리의 지향점, '이런 부분을 이렇게 즐기고 놀아줬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들을 팬들도 대부분 느낀다. "정말 제작진들이 너무 아껴주는 게 보인다, 진짜 얘기한 것 다 해주네?"라는 반응이 많아서 좋다. 사실 피어나는 르세라핌의 모든 콘텐츠에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나온다는 것만으로 좋아하신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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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하이브 소속 자컨 PD의 르세라핌 찬가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하이브 콘텐츠제작실 김경원 '르니버스' PD[TV리포트=박설이 기자]1, 2세대 아이돌 덕질을 한 이들은 알 것이다. 늘 볼 거리가 부족해 더욱 목이 말랐던 그 마음. 어디서 누가 뭘 했다더라 하는 '썰' 하나만 들어도 행복했던 그때. 그러다 아이돌 업계에 리얼리티라는 것이 등장하며 그 목마름은 해소되기 시작했다. 무대 아래 최애의 모습을 몰래 보지 않아도, 사생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최애의 일상을 만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하지만 엠넷 같은 방송사에 리얼리티를 태울 수 있는 팀은 한정적이었다. 소위 '중소돌'이라고 불리는 비교적 작은 회사 아이돌은 리얼리티를 제작해도 보여줄 플랫폼이 없었다. 리얼리티는 큰 회사 소속 아이돌, 인기 많은 아이돌의 전유물이었다.유튜브라는 온라인 플랫폼이 대중화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2023년 아이돌계, 일반적인 리얼리티를 넘어선 각양각색의 자컨(자체 콘텐츠의 준말)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자컨이 많으니 퀄리티도 레귤러 예능 수준으로 제작 규모도 커지고 때깔이 좋아지는 이유는, 이 자컨이 또 하나의 '입덕'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르니버스'는 하이브 콘텐츠제작실에서 만드는 르세라핌의 예능 콘텐츠다. 대부분의 엔터사가 외주 제작사에 맡기는 반면, 하이브는 회사 내 콘텐츠제작실을 두고 하이브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 관련 콘텐츠 대부분을 자체 제작 중이다. '르니버스'는 르세라핌과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현실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탐험하는 르세라핌의 평행우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버라이어티 예능을 표방한 '르니버스'는 지난해 8월 첫 선을 보인 뒤 르세라핌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팬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최근 '르니버스' 시즌2를 마친 하이브 오리지널콘텐츠제작실 김경원 PD를 서울 용산 하이브 사옥에서 만났다. 온몸으로 '힙'을 뿜어내기에 20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80년대생에 아이돌 콘텐츠 제작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크리에이터였다. 콘텐츠제작실 1스튜디오 소속인 그는 르세라핌 채널에서 서비스 되는 기획형 장기 콘텐츠를 맡아 제작 중이다.김경원PD 일문일답.Q_하이브의 모든 콘텐츠를 제작실에서 제작하나?세븐틴의 '고잉 세븐틴'의 경우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외주 제작사에서 만들고, 그밖에 대부분의 하이브 자체 콘텐츠는 하이브 제작실에서 제작한다.Q_많은 엔터사 자컨이 외주 제작인데 하이브는 자체 제작이다. 프리랜서 때와 무엇이 다른가?사실 하이브에 오기로 결심한 계기가 제작실이라는 존재였다. 기존에는 짧은 호흡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제일 아쉬운 게 편집 과정에서 알게 되거나, 뒤늦게 알게 되는 (출연 아이돌의) 매력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매력은 아티스트와 여러 번을 작업하지 않은 이상 콘텐츠에 녹여내기 힘들고, 그래서 아쉬웠다. 인하우스 제작을 하게 되면 (콘텐츠가) 공개된 이후 팬들로부터 피드백도 받을 수 있고, 연출자로서 제작팀 안에서 아티스트와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작진과 아티스트 간 호흡이 유지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 콘텐츠제작실에 가면 한 아티스트와 긴 호흡으로 제작해 그간 아쉬웠던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해 합류하게 됐다.Q_르니버스팀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여러 문제로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할텐데..르니버스를 맡아서 제작하고 있는 연출팀은 나를 포함해 4명이지만 제작실 내부에서 서로 현장 지원을 나가거나 기획에 따라 인원이 많아지는 경우, 또 적어지는 경우도 있다. 제작실 내부에서 서로 지원하며 일하고 있다. 카메라의 경우 기획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멤버들이) 앉아서 촬영하는 편은 카메라 6~7대 정도다. 오디오 스태프 등까지 하면 현장 인원은 15명 정도 된다.보안은 제작에 있어 거의 1순위이다. 멤버들이 촬영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촬영 장소 선정도 그런 부분을 많이 고려한다. 통 대관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몰입해서 촬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Q_아이템은 어떻게 정하나? 특별히 고려하는 것은?하이브 콘텐츠제작실의 기조이기도 하고, 저의 생각이기도 한데, 아티스트가 재미있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어야 콘텐츠도 재미있다는 생각이다. 역시나 아이템 선정에 있어 가장 고려하는 것은 멤버들이다. 르세라핌이 할 때 재미있어야 콘텐츠가 잘 나오기 때문에 멤버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 뭘까 늘 생각한다. 제작팀이 아티스트의 모든 콘텐츠를 챙겨보고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르니버스'화하여 발전시킨다. 그리고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도. 피어나(르세라핌 팬덤)가 뭘 보고 싶어할까 고려한다.Q_팬과 멤버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에피소드는?팬과 멤버들 반응이 겹치더라. 사실 몇 가지 꼭 찍고자 했던 아이템이 있다. 예를 들면 PC방. 사쿠라가 워낙 게임을 좋아하고, 제작팀 내에도 게임 애호가인 팀원들이 많아서 꼭 해보자고 했었다. 찍을 때도 엄청 좋아할 거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 정도로 좋아해줄 줄은 몰랐다. 누적 뷰가 400만이 넘고,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에도 올랐었다.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게임을 잘하는 멤버도 있고 게임을 안 하는 멤버도 있어서 그 갭을 어떻게 줄일까 고민했다. 사실 제작진은 개입을 많이 안 한다. PC방에서도 여러 가지 게임을 준비는 했었지만 멤버들이 하고 싶은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다. 게임을 잘 모르는 멤버도 할 수 있는 게임 위주로 준비를 해서 세팅을 했었다.그리고 르니버스 시리즈에서 사랑을 받았던 건 '오히려 좋아' 시리즈였다. '비 오니까 오히려 좋아' '추우니까 오히려 좋아' 두 편인데, 이 특집이야말로 멤버들이 많은 부분을 해줬던 에피소드다. 멤버들에게 감동을 받았던 게, 환경을 세팅하고 그 안에서 멤버들이 즐겨줬기 때문에. 제작진은 세팅만 해두고, 최대한 아웃풋을 어떻게 뽑을까 고민을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나왔다.Q_이들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멤버들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 같다.아티스트의 공식적인 스케줄을 제외하고 따로 소통을 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콘텐츠 촬영 전에 미팅은 한다. 또 콘텐츠를 찍어가면서 멤버들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경우도 많고. 대부분 어린 나이에 데뷔한 친구들이라서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을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래서 촬영을 계기로 이들이 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에게도 '촬영이 기회다, 하고 싶은 거 언제든지 얘기해주면 더 재미있게 발전시켜서 콘텐츠로 만들겠다'고 얘기하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삼겹살 회식 에피소드의 경우 멤버들이 밖에 편하게 나가서 고기를 먹기 어려우니 '르니버스'에서 하게 해주겠다고 제안을 했던 아이템이다. 멤버들도 '르니버스' 촬영장 가면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다면서 즐거워하기 때문에 대체로 (멤버들 의견이) 적극 반영이 된다. 이제 눈치를 챈 것 같더라(웃음). 또 그랬을 때 대부분 결과가 좋다. 찜질방에서 찍은 에피소드도 자컨 외 다른 콘텐츠에서 "찜질방 가고 싶다"라고 말했던 걸 기억해서 진행했다. 팬들은 잘 아는 얘긴데, 멤버들끼리 나갔다가 잘못해서 찜질방이 아닌 사우나를 가서 결국 찜질방에 못 가 본 일이 있었다. 그걸 기억해 놨다가 찜질방 촬영을 한 거라 멤버들이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하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