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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의 홍수 속 OTT의 저널리즘 [리폿@이슈]
[TV리포트=박설이 기자]OTT(Over the Top) 플랫폼의 홍수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요즘 누가 TV 보냐고, 집에 TV 설치도 안 했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지상파와 종편의 시청층 나이는 점점 높아지고, 유명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라도 좀처럼 두 자릿수 시청률을 내기가 힘들다. 일부 톱배우들은 "지상파 드라마는 안 할 거예요"라 잘라 말하기도 할 정도로 지상파의 위상은 날로 추락하고 있다.지상파를 떠나 '재미의 톱'을 찾고 있는 시청자들은 OTT로 향했다. 이에 발맞춰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티빙 같은 OTT 서비스는 앞다퉈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중이다. 구독자 유치를 위한 독점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드라마나 영화는 선혈 낭자하거나 미스터리하거나 살색이 만연하거나 욕설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장르물 위주가 돼버렸다.OTT가 만드는 오리지널은 허구의 창작물에 그치지 않는다. 돈 많이 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화려한 출연진과 아름다운 해외 관광지가 등장하는 여행 예능, 국민 MC를 중심으로 딱 봐도 세트 건설에만 수십 억 들인 듯한 생존 예능 같은 눈 쉴 틈 없는 고자극 예능 프로그램들도 쏟아진다.이처럼 오락의 기능에 충실해온 OTT가 이번엔 저널리즘에 손을 뻗었다. 넷플릭스에서 해외 크라임 다큐를 즐겨 찾아보던 구독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 선봉장에 선 두 프로그램,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그리고 웨이브의 '국가수사본부'다.두 프로그램은 지상파인 MBC와 SBS를 대표하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 PD들의 작품이다. '나는 신이다'는 'PD수첩' 출신 조성현 PD, '국가수사본부'는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의 배성현 PD와 박진아 작가가 만들었다. '나는 신이다'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의 추악한 민낯을 속속들이 파헤쳐 큰 충격을 안겼고, '국가수사본부'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우리 경찰들의 수사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하지만 순기능만 있을 줄 알았던 OTT의 다큐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나는 신이다'의 JMS 정명석 편에서는 신도들의 나체가 얼굴만 가려진 채 등장해 논란을 낳았다. 신분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얼굴 블러 처리라 2차 가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기본적인 보도 윤리는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이에 대해 조성현 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영상을 보고 섹스어필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너무 끔찍한 일이고,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분들은 참담함을 느낄 것이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넣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가도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경찰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며 이들이 살인, 강도, 마약 등 사건을 수사하고 체포, 기소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국가수사본부'에서도 작은 잡음이 있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 피의자의 실제 조사 장면이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 얼굴을 가렸지만 사건 지역, 사건의 종류가 모두 공개된 만큼 인물 특정이 가능하다. 웨이브 측은 관련 장면의 수정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저널리즘, 팩트라는 전재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개선을 도모케 하는 데 그 가치를 둔다면 넷플릭스와 웨이보, 그리고 제작진이 취한 입장은 그에 부합하는 것일까?결과론적으로만 본다면 '나는 신이다'는 JMS, 아가동산, 그리고 만민중앙교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사이비 종교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을 세상에 알렸다. '국가수사본부'는 국가수사본부라는 생소한 경찰 조직의 이름을 알린 것은 물론, 그간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표적이 되기만 했던 경찰들이 일선에서 어떻게 수사하고,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대중이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했다.각종 OTT 오리지널을 시청해 온 시청자들은 '새로운 자극'을 찾고자 콘텐츠를 클릭했을지 모른다. "재미있겠다"는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시청했다가 여러 가지 감정을 갖게 됐을 것이다.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을 향한 분노, 알면서도 외면했다는 죄책감, 개선에의 의지가 조금이라도 생겼다면 OTT의 저널리즘은 어느 정도 성공이다. 다만 심의에서 자유로운 OTT이기에 보도 윤리를 적당히 뭉개도 된다는 판단은 여전히 위험하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넷플릭스,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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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성시경 킬링보이스 썸네일에 숨은 비밀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딩고뮤직 문지윤 제작2팀장[TV리포트=박설이 기자]트렌드를 선도한다는 것, 제작자에게 자부심을 안기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들의 찬사를 이끌어내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독창적이고 마니악하던 건 주류가 되면 흔해진다. 비슷한 것들이 쏟아지면 'One of them'이 된다. 그렇기에 앞서가던 이들은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어내야 살아남는다. 무엇보다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는 제일 먼저 시도한 걸 알아주지 않는다. 두 번째여도 더 때깔 좋고 재미있으면 결국 그게 주인공이 된다.딩고뮤직의 '딩고 프리스타일' 채널에서 힙합 뮤지션들을 주인공으로 선보였던 '킬링벌스'의 스핀오프 격으로 시작된 '킬링보이스', 리스너들이 노래를 메들리로 듣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 기획은 제대로 통했다.2021년 '킬링보이스'가 등장했고, 조회수 수천만 뷰에 달하는 영상이 나올 정도로 대박 콘텐츠 반열에 올랐지만, '킬링보이스'가 만든 트렌드는 아무나 따라할 수 없었다. '킬링' 시리즈의 영상 퀄리티, 섭외력, 그리고 '킬링' 특유의 분위기까지 삼박자가 맞아야만 나올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킬링벌스'와 '킬링보이스'가 트렌드를 만들되, 남들이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3월 어느 날, 서울 역삼동 딩고 본사 회의실에서 문지윤 제작2팀장을 만났다. 2015년부터 메이크어스에서 일했다는 문지윤 PD는 7명의 다른 PD들과 함께 딩고뮤직 내에서 많은 음악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 다음으로 오래된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문 PD는 '세로라이브'를 성공 시켰고, 지금은 '킬링보이스'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그에게 '킬링보이스'의 시작부터 제작 비하인드, 꼭 섭외하고 싶은 아티스트에 대해 물었다.Q_제작 규모는?카메라는 풀샷 하나, 타이트 하나, 여기에 촬영, 조명, 사운드 스태프까지 해서 10명, 연출진 2~3명, 13명 정도다. 인원수 많은 아이돌 그룹이 나와도 여기에 5명 추가되는 정도다. 출연진 인원수가 많아지면 대수도 추가된다Q_주 시청층은?딩고뮤직 채널은 20~30대가 가장 많이 본다. 예전에는 아이돌 콘텐츠를 주로 제작했었고, 여성 시청자가 더 많았다. 그런데 '킬링보이스' 영상이 채널에 올라가면서 30~50대 시청층이 올라갔고, 남성과 여성 비율이 5.5대 4.5 정도 됐다. 아이유, 태연 편을 남성 시청자가 많이 본다.Q_썸네일 색이 다채롭다. 기획된 것인가?썸네일은 현장에서 보통 여러 버전으로 찍어둔다. 아이돌이거나 아이돌 출신의 경우 팬클럽 고유의 색상으로 하기도 하고,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색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신곡이 나오는 아티스트의 경우 앨범 커버와 배경색을 똑같이 맞추기도 한다. 대부분 기획 단계에서 정해지는데, 이번주 아티스트와 다음주 아티스트의 색상이 겹치지 않도록 신경 쓴다.Q_조명이 몰입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아티스트의 세트리스트가 나오면 곡에 맞게 조명 색이나 효과를 결정한다. 1분 1초대로 조명 큐시트를 짠다. 클라이맥스로 가거나 고음을 지르는 부분에서 하얗게 조명을 날린다든지 빛이 퍼지게 하는 효과는 다 약속된 것들이다. 현장에서는 연극 무대처럼 조명이 바뀌는 순간 조명감독에게 큐를 준다. 조명 색도 노래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 밝은 노래에는 밝게, 무거운 노래에는 차분하게. 같은 초록색이라도 우울한 무드의 노래에서는 좀 더 우울하고 어두운 초록으로, 여행을 가는 느낌의 흥을 돋우는 노래에서는 더 밝고 상쾌한 초록으로.초반에는 조명 작업을 준비하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래 하다 보니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촬영 전 준비 과정 중 현장에서 조명 색을 보고 고르고 결정하는 과정에 공을 들인다. 영상에 따라 PD가 다른데, PD에 따라 스타일도 다르다.Q_20분 이상 계속 노래를 원테이크로 해야 한다. 촬영을 여러 번 하는 아티스트도 있나?초반에는 촬영본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두 번씩 촬영을 했다. 지금은 한 번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여러 테이크를 가는 경우도 있다. 김종국 씨가 한 번에 촬영이 끝난 경우인데, 히트곡이 워낙 많다 보니 분량이 30분이었다.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박자를 잘못 맞춰서 '아..아니다, 큰일 났다' 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나온다. 사실 의심을 하는 사람도 많다. 진짜 라이브가 맞는지. 이런 경우 오히려 라이브인 게 인증이 된다. 가사를 틀린 아티스트도 있었는데 가사 틀린 그대로 (자막에) 쓰기도 했다. 오히려 인간적이라고 팬들이 좋아하더라.물론 재촬영 여부는 대부 아티스트의 의견을 따른다. 한 번 부르고 "더 이상 못하겠다. 더 잘나올 것 같지 않다"라고 하신 경우도 있고, 본인이 만족하지 못해 5번 촬영한 분도 계시다. 최대한 아티스트의 의견을 들어드린다.Q_잔뼈 굵은 뮤지션들이라 음향 등에 많이 예민할텐데...그렇다. 그래서 아티스트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한다. 초반에는 벤에 있다가 바로 스튜디오로 들어와서 노래를 부르셨다. 지금은 대기실을 만들었고 부족하지만 간식이나 준비할 수 있는 부분들(가습기, 온도 조절 등)을 준비해 놓는다. 컨디션이 어떤지 먼저 물어보는 등 아티스트가 노래할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현장은 굉장히 조용하다. 몰입하고 집중을 해야 하니까. 사실 현장에서 보면 아티스트와 일부 스태프만 인이어로 MR을 듣고, 무반주로 목소리만 나온다. 아티스트의 생 목소리를 듣는 거다 반주 없이. 그러니 다른 현장보다 더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긴장을 풀어드리기 위해 환영 문구를 대기실에 붙여 놓기도 하고, 케이크를 선물하기도 한다.스태프들은 당연히 숨죽이고 있다. 20분 동안 밖에 나가지를 못한다. 마이크에 모든 사운드가 다 들어가기 때문에 20분 동안 숨만 쉬고 있다.기획 단계부터 아티스트의 컨디션을 고려한다. 촬영 시기, 촬영 시간까지 아티스트에게 최대한 맞춘다. 아침 촬영은 절대 안 잡는다. 보통 오후 2시에서 8시 사이 촬영을 하고, 9시 이후가 좋다고 하셔서 그때 촬영을 한 경우도 있다.Q_그 덕분에 최상의 라이브 퀄리티가 나오는 것 같다.세트리스트도 가수가 최종 결정한다. 우리가 먼저 제안할 경우도 있고, 아티스트가 먼저 세트리스트를 작성할 때도 있다. 아티스트가 원하는 노래 위주로 세트리스트를 구성하는 게 라이브 퀄리티가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아티스트가 본인의 컨디션에 맞게 세트리스트를 구성하니까.우리 입장에서는 출연해 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뮤지션으로서의 필모를 집결하는 콘텐츠 아닌가. 제대로 못 만든 상태로 노출을 해버리면 이 사람의 경력이 무시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주의한다. 우리보다 아티스트가 더 열심히 준비를 해서 오시는 경우도 있고 해서, 우리가 책임감을 갖고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Q_개인적으로 좋았던 뮤지션, 기억에 남는 뮤지션은?최애는 태연과 스텔라장. 태연 씨는 오래 철저한 준비 기간을 거쳤기에 기억에 남는다.스텔라장은,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를 더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한다. 싱어송라이터이지 않나. 본인이 직접 '킬링보이스'에 맞게 MR을 만들어 왔다. 인이어를 빼고 생목소리로 들었을 때 가장 좋았던 가수였다. 스태프들도 모두 이어폰 빼고 듣는 게 좋다고 입을 모았었다.반대로 선우정아 씨는 인이어를 끼고 들었을 때 가장 좋은 아티스트로, 마치 ASMR을 하는 것처럼, 마이크 활용을 정말 잘하는 아티스트다. 속삭이듯 노래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다 감탄했었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딩고뮤직[막후TALK] 인터뷰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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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국수본' 작가-감독 "경찰, 우릴 반가워하지 않았어요" (인터뷰②)
[막후TALK] 인터뷰②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국가수사본부'('국수본'). 왠지 입에 잘 안 붙는 이 단어는 현 경찰청 내 수사 본부 이름으로 2021년 1월 1일 출범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국가수사본부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니 그런 조직이 있는지조차 잘 몰랐다.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 덕분에 인지도가 치솟기 전까지는.'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출신의 두 제작진이 함께 만드는 웨이브 오리지널 크라임 다큐 '국가수사본부'는 그런 의미에서 경찰이라는 조직에게는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을 이렇게 가까이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크라임 다큐가 국내에 없었기에 경찰에게는 이들이 일선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어려움에 부딪치고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지 가감 없이 알릴 절호의 기회다.하지만 시작은 어려웠다. 경찰의 아픈 곳, 경찰이 놓친 것을 파헤쳐 온 '그알' 제작진이 만들기에 그랬다. 경찰에게 미움 받던 제작진은 어떻게 경찰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Q_국내에서 시사교양이 OTT에 진출하는 게 이례적이잖아요?박: 우선 '국가수사본부'를 보고 "외국에서만 보던 걸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댓글을 보고 감사했어요. '국가수사본부'나 '나는 '신이다'가 지금 집중을 받고 있는데, 저희가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그간 지상파가 시사교양을 잘 만들어왔기 때문이거든요. 다른 단계의 시작이라 생각해요. 시사교양 콘텐츠의 힘이 조금씩 증명되면서 OTT에서 예능이나 드라마 말고 현실의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된 거죠.시간, 비용 등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작가의 노하우와 경험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콘텐츠의 힘이에요. (드라마가 아닌) 시사교양으로도 작가의 이름을 알릴 수 있고, 작가를 믿고 그 프로그램을 보고, 또 작가 덕분에 프로그램이 잘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길 바라고요.배: '그알', 'SBS 스페셜' 같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서 시사교양 PD가 됐습니다. '그알'을 30대 중반까지 했는데, 공허해지더라고요. 5년 8개월 정도 했는데요. 그렇게 하고 싶던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재미있게 했어요. 그런데 '그 다음엔 뭐하지?'라고, 스스로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웠죠. 또 좋은 기회로 파일럿을 하게 되면 '그 다음은 뭘 하지?' 또 질문이 생겨요. 그런데 이번에 '국가수사본부'를 OTT에서 하면서 (다른 길이) 열린 느낌이에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그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아요.실제로 작가님과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서너 개의 프로그램을 더 기획할 수 있었거든요. 기회를 더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굳이 SBS에서가 아니고 넷플릭스가 될 수도 있고, 디즈니가 될 수도, 또 웨이브가 될 수도 있고요.박: (프리랜서인) 작가는 어딘가에 고용 돼야 하잖아요? 이제는 내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고용되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했어요. 이 가능성에 대해 작가 후배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작가들은 이렇게 인터뷰를 당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알저알'(SBS 시사교양 유튜브 채널) 인터뷰 끝나고 얼마나 이불킥을 했는지.(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서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건, 지금 있는 자리가 최고, 최선이 아닐 수 있으니 넓은 곳을 보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재능 있는 작가들이 어떠한 제약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니까요.배: 다만 PD도 작가도 간과해선 안 되는 건, 다들 차근차근 이력을 밟아온 거거든요. 이걸 건너뛸 수는 없어요. 그때그때 소화할 수 있는 과정이 있는데 갑자기 '그알' PD가 될 수는 없죠. 된다고 해도 소화할 수 있을까요? 못 버틸 거예요.Q_경찰과 사이가 좋지 않으셨을 텐데, 왜 경찰 이야기를 하시나요?배: '그알' 하면서 경찰의 잘못을 많이 찾아다녔잖아요? 당연히 우리 방문을 반가워하지 않죠. 오랫동안 탐사 프로그램을 하면서 개인적 친분, 신뢰 관계를 다진 경찰을 사석에서 만나면 "왜 잘못한 것만 얘기하냐?"라고 하시거든요. 잘한 건 뉴스가 안 되잖아요? 마음 한 켠에 '왜 그런 건 뉴스가 안 될까?'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OTT를 기획하면서 <국가수사본부 출범 1년, 초라한 성적표>라는 기사를 보게 된 거예요. 국가수사본부라는 기관 자체를 몰랐어요. 이제는 다들 알지만요.박: 기획안 들고 국가수사본부에 가서 설득을 해야 했는데요. 일선 형사님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알' 출신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안 만난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경찰이 놓친 부분을 파고 드는 것부터가 우리 일의 시작이었으니까요. 그런 한편, 우리가 일선의 형사님들 이야기도 많이 알고 있는데 할 기회가 없었던 거고 그러니 (이 기획을) 해보자 했죠. 얼마나 발로 뛰며 어렵게 수사를 하고 있는지 제대로 조명한 프로그램이 있었나, 그걸 제일 잘 알고 있는 우리가 제일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설득했어요. "여러가지로 미안했지만, 잘못하신 거잖아요? 이번에는 잘못한 것이 아닌 잘하고 계신 것을 조명하겠다"라고요.탐사 보도를 하면서 둘 다 아쉬웠던 건, 사건으로 들어가는 지점이 중간 단계일 수밖에 없다는 거였어요. 결국 끝을 다 못 본 것도 있고요.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목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목표였죠.Q_'국가수사본부', 언제 처음 기획했나요?박: 우리끼리 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자 한 게 2년 전이었고, 기획부터 3월 3일 첫 오픈 기점으로 딱 1년 걸렸어요. 다큐멘터리의 경우 제작 기간 1년은 굉장히 긴 거거든요. 2년 안에 3~4개 정도 기획을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국가수사본부'였어요. 어디에서 방송할까 계획한 게 아닌, 우리 이야기를 선택한 곳이 웨이브였고요.Q_형사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어려워했을 것 같아요.박: 우리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고마워 하면서도 두려워하셨어요. 일선에 있는 형사들은 치열하게 수사하지만, 가장 많은 민원과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계세요. '잘해도 나를 오해할 거야'라는 생각이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당연히 다 (인터뷰를) 싫어하셨고,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냥 (경찰서에) 가서 기다리고 따라갔어요. 권역별로 피디들이 상주하면서 처음엔 거의 지켜만 봤죠.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게 아니라 몇 개월 같이 지낸 PD 앞에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과정이었죠.Q_촬영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요?배: 권역별로 팀당 6명, PD와 촬영, 기사님까지. 많을 때는 7팀까지 있었어요. 이번에 장비를 영화 장비를 투입했어요. 없어서 SBS에서 이례적으로 두 대 구입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보시는 분들이 영화 같다고 느끼는 이유가 이 장비 덕분이에요. 4K 24프레임으로 찍어서 더 영화처럼 보이는 거예요. 카메라 수는 작전별로 달라요. 셀 수 없어요. 바디캠도 있고, 갑자기 휴대폰으로 찍을 때도 있고. 예측이 안 되니까요. 블랙박스도 있고요.저희 회사에서 편집했는데 서버 용량이 너무 많아서 민폐를 끼쳤어요. 그 정도로 촬영 분량이 너무 많았어요. 편집도 오래 걸리고요.Q_발제부터 종편까지 과정을 알고 싶어요.배: "이 사건 찍읍시다" 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이 경찰관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촬영을 준비하고 기다린 거거든요. 방송에 안 나간 사건도 많아요.박: 다른 탐사 보도 프로그램과는 완전 다른 제작 패턴이에요. 권역별 경찰서를 섭외하고 거기서 붙박이로 있다가 사건이 일어나면 그때부터 찍는 거죠.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배: 어떤 경찰서에서는 한 달 동안 일이 안 터졌어요. 원래 사건 많이 나는 곳인데 갑자기 사건이 안 나요.박: 저희가 가니까 갑자기 범죄 없는 도시가 됐어요.(웃음) 그런데 저희도 그렇고 형사님들도 그렇고 사건이 나길 바랄 수는 없는 거니까.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평화로운 상황에 놓인 적도 있죠. 그렇게 기다리다 무조건 다 따라갔죠. 거기에 중간 중간 인터뷰 한 걸 가지고 구성을 해요. 그 많은 분량을 40분에 맞춰야 돼요.작가 입장에서 큰 도전이었던 게, '국가수사본부'에 내레이션이 없어요. "내레이션이 없는지 몰랐다"는 댓글 보고 행복했어요. 내레이션이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주는데 이건 기획 단계부터 '논 내레이션'이었어요. 잘 모르시는 분들은 내레이션이 없는데 작가가 왜 필요하냐고 하세요. 그런데 내레이션이 없으니 작가의 공력이 정말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내레이션 없이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정보를 줘야 하고, 감정이 들어갈 때 감정도 줘야 하고, 그런데 순수하게 형사님들 인터뷰로 끌고 가야 하죠. 또 신경을 쓴 게, 현장의 소리에 집중했어요. 형사님들 숨소리, 엘리베이터 내려오는 소리, 바람 소리, 문 닫히는 소리 등을 내레이션 요소로 생각했어요. 작가들이 정말 어려워했어요. 대본이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가는 게 아닌, 형사님의 이야기와 현장의 소리, 현장에서 확보한 오디오, 음악으로 채워야 했으니까요.배: 내레이션이 없어서 현장감이 있었고, 그게 장점이었어요.박: 어떤 프로그램이든 매뉴얼, 레퍼런스가 있는데 저희는 없었어요. 배PD와 제가 제작진들에게 "우리는 길을 우리가 만들어가는 거야, 있던 길을 가는 게 아니야"라고 했는데 나중에 원성이 자자했죠. "길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길이 없으면 안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들 너무 지치고 힘들었던 시간이었거든요.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작가가 저 포함 총 7명이었는데 최소의 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냈죠. 작가들이 정말 고생 많았어요.배: 안타깝게도 같이 가다가 완주를 못한 스태프도 있었어요. 너무 힘들어서.Q_'논 내레이션' 외에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요?박: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했죠.배: 관찰자의 시점으로요.박: 모든 프로그램에는 이야기의 주체, 시청자, 그 사이에 제작진이 있거든요. 저희는 이 제작진의 부분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제작진의 어떠한 해석과 간섭 없이, 시청자가 그대로 느끼고 해석할 수 있도록 했어요. 상황 자막, 설명 자막, 내레이션이 없는 건 그 사실 속에 시청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어요.Q_영상에 피해자, 피의자들이 등장하잖아요? 반발은 없었나요?배: 경찰을 따라다니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의 피의자들이 일부 등장하는데요.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촬영을 진행했습니다.박: 사실 처음부터 고민했던 부분이었어요. 피해자나 피의자나.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지켜야 했고 지켜온 부분이기도 하고요.배: '친절한 이웃' 편에서 피해자 모녀의 얼굴을 오픈한 데 의문을 가지실 수 있는데요. 당연히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유족의 의사를 충분히 여쭸고요. 원래는 모자이크 처리를 했었는데, 가서 유가족을 직접 만나 뵙고 방송 계획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오히려 (얼굴 오픈을) 원하셨어요. 또 피해자를 왜 굳이 가려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도 나오잖아요?박: 유가족 분들이 원하셨던 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모자이크가 되고 피해자가 감형이 돼서 괜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데 대한 우려가 있으셨어요.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 사건이 잊히지 않고 끝까지 기억되면서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염원도 담겼고요.Q_많은 분들이 믿고 보는 SBS 교양국 제작진으로서 부담감이나, 특별히 가치를 두는 부분이 있을까요?배: '그알' 한참 제작할 때는 젊었어서 그런지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겁이 좀 나요. 저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겁이 늘었다는 건, 조심한다는 의미일 수 있잖아요. 저와 가족, 제 프로그램, 제 동료를 위해서요.박: 겁 없이 덤비는 것 같지만 여러 각도에서 염려하고 걱정하고 있어요. 탐사 보도는 누군가가 다친 이야기를 전하잖아요. 저희로 인해 정의가 실현되길 기대하지만 거기까지 가긴 어렵죠. 이야기를 전하면서 더 이상 누군가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 같아요.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SBS, 웨이브[막후TALK] 인터뷰③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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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그알' 돌아간다면? 故김성재 사건 양심선언할 사람 있다"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국가수사본부' 박진아 작가, 배정훈 PD[TV리포트=박설이 기자]탐사 다큐 프로그램 장인 두 사람이 만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제작진 출신의 PD와 작가가 '국가수사본부'로 의기투합했다.경력 23년 박진아 방송작가의 '그알' 경력은 4년 6개월, 배정훈 PD와는 '그알'에서 만난 적은 없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특집 '모닝와이드'로 한 달간 동고동락하며 시작된 오랜 인연이다. "나중에 프로그램 꼭 같이 하자"는 막연한 약속은 세월이 지나 현실이 됐고, 두 사람이 같이 기획한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일 대중에 공개됐다.3월 어느 날 서울 목동 SBS 사옥 보도국 회의실에서 박진아 작가와 배정훈 PD를 만났다.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 전면으로 나서는 PD 말고, 뒤에서 움직이는 작가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 박진아 작가를 단독으로 만나고자 청했고, 박 작가의 SOS로 배정훈 PD가 인터뷰에 동석했다.Q_'그알', 배정훈 PD와의 인연은?박: 방송 작가는 올해로 딱 23년, 시사교양에만 쭉 있었어요. '그알'은 2006년부터 2년, '궁금한 이야기 Y' 등 다른 프로그램 하다가 2012년에 다시 돌아가서 2년 6개월, 총 4년 6개월 했죠. 2014년 8월 떠났어요.배정훈 PD와는 프로그램을 기획에서 제작까지 한 건 처음이에요. 알고 지낸 인연은 오래됐는데 같이 하자고 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어요. 제 필모와 배 PD의 필모가 유사한 게 많은데 타이밍이 다 달라요.배: 같이 한 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현지에서 한 달 동안 숙식을 같이 했어요. '생방송 모닝와이드'. 전 막내 조연출이었고 여기는 왕작가님. 보기보다 제가 어려요. 한 열 살 차이? (박에게) 몇 살이에요?(웃음) 보기보다 (박 작가님) 연배가 있고, 제가 보기보다 어려요.박: 저희가 '국수본' 하면서 경찰분들 섭외하러 같이 다녔는데, 가장 놀라시는 지점이죠.Q_'그알' 작가로 산 4년 6개월의 삶은 어땠나요?박 : 그때는 괴로웠는데 돌이켜보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생각보다 잘 맞았어요. 작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꿈의 프로그림이기도 했고요. 처음 갔을 때 어렵고 힘든 게 있었죠. 생각보다 연차가 낮았을 때여서 엄청난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고 힘들었지만 소재의 무게감도 힘들고, 진행 과정도 녹록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행복했고 작가로서 집중력 있게 성장시켜준 프로그램이어서 애정이 많이 가요. 작가 선배님들 대단하신 게, 저는 2년 했다가 다른 거 하고 다시 돌아가서 2년 6개월, 그것도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나왔는데, 더 길게 하신 작가 선배님들이 많아요. 존경스러워요. 내가 버틸 수 있던 시간이 2~3년 정도였구나 싶더라고요.Q_탐사 보도, 발제부터 방송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박 : 소재를 발굴하죠. 선정 기준은 '해야 할 이야기인가'이고요. 사회 흐름에서 이슈가 되는,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는 과정이 있죠. 그 과정은 화석을 찾아내듯, 원형은 분명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것이 있고요. 아주 오랫동안 팔로우하며 경작해온 이야기,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가지고 가야 하는 이야기, 이렇게 세 가지 정도가 있죠. 소재가 결정되면 그때부터는 취재에 들어가고, 작가는 취재의 얼개를 짜요. 아무 방향 없이 무조건 PD를 현장에 내보낼 수는 없으니 PD와 함께 이 이야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 당연히 현장 상황에 따라 내용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단 설계하죠. 그리고 누굴 만나 어떤 질문을 할지, PD가 어느 현장에 갈지 상의하고, 가야 할 장소와 사람을 섭외합니다.이때 작가는 PD가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낼 때 그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료를 조사하죠. 논문을 뒤진다거나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다거나 유사한 사례, 판례를 찾는 작업을 해요. 그렇게 2~3주, 물론 이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고요. 그렇게 취재가 되면 PD가 찍어온 영상, 작가가 인터뷰한 이야기 등 쌓인 것을 60분의 시간 안에 녹여낼 수 있게 구조화하는 편집 구성안 작업을 하고, 이를 가지고 PD와 편집을 하고, 편집이 끝나서 60분의 내용물에 대한 대본을 작성합니다.제가 문예창작과 강의를 할 때 "시사교양 방송작가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물음에 "시사교양 작가는 이름이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해요. 어떤 일을 하는지 드러나지 않거든요. 시청자가 보는 화면 속 이야기 속에 작가는 녹아 들어가 있잖아요? 강의가 끝날 때는 "시사교양 작가는 이름이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얘기해요. 언제나 거기 있는데 한 번도 드러나지 않는 일이 작가인 것 같아요.Q_탐사 프로그램에는 보통 작가 몇 명이 투입되나요?박: 메인작가, 대본 쓰는 작가, 취재작가, 그 사이 구성의 틀을 잡거나 메인작가가 크게 설계한 안에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일을 하는 구성작가. 대부분의 시사 프로그램이 그럴 거예요.Q_방송작가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섭외잖아요? 탐사 보도 섭외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박: 시사교양 작가에게 가장 섭외하기 어려운 사람은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에요. 전화나 만나서 섭외하기 전 준비 과정이 오래 걸리고요. 만나는 시간도 힘들고, 끝나고 나서도 힘들어요. 제가 한 모든 프로그램에는 피해자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섭외 과정이 다 힘들었어요. 나쁜 짓을 한 사람의 주변인을 섭외하는 것은, 물론 많이 거절당하지만 거절당하는 게 힘들지는 않아요. 거절도 결국 목소리라고 생각하면 되고, 거절이 의미하는 게 뭘까 생각하면 되니까요. 시사교양 작가에게 거절 당하는 건 그리 힘든 일은 아닐 거예요.Q_섭외 노하우가 있을까요?박: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멋진 대답을 못하겠어요. 만날 하는 말이 진정성? 그리고 인터뷰 대상자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먼저라고 생각해요. 누굴 만날 때 아무 준비 없이 만나기보다는, 어떤 형사님을 만난다고 했을 때 그 형사님이 어떤 사건을 했는지 기본적으로 알고 가야죠. 피해자를 만난다고 하면, 그 피해자 정보는 당연히 없잖아요? 유사한 사건의 유사한 피해자가 했던 얘기를 보고, 이런 사람에게 이런 질문이 적당한지 확인하고 고민해요. 스킬보다 중요한 건 인터뷰 전 준비 과정이에요. 노하우가 크게 있지는 않아서 준비를 많이 하죠.Q_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작가, 연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박: 면접을 보셔야죠. 저 면접 세게 보는 작가예요.(웃음) 탐사 보도를 하고자 하는 작가들에게 근성, 끈기, 독기가 있어야 한다고 얘기를 많이 하죠. 예전에 저도 독기가 무기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알'로) 4년 6개월을 보내고 시사교양 작가로 사는 게 20년이 넘어가면서, 지금 가장 필요한 자질은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에요. 사회적으로 이슈를 바라보는 균형적 관점이기도 하고,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바라보는 균형적 철학,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까지. 예전에 버텨야 한다고 얘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버티지 말고 지키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 스스로 이길 수가 없거든요. 결국 자기를 지키는 방향으로 갈 때 오래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각자의 마음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시사교양 작가에게 제일 중요한 건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도 이야기 원형을 살리는 것, 변질되지 않게 가져와서 잘 전달될 수 있게, 거기에서 자기의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 중요해요.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죠. 이야기는 세상에 있으니까. 나 혼자 어떤 관점을 가지고 탐사에서 할 수 있는 메시지가 나오지는 않아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 많아야죠.배: 저도 비슷한데, PD는 공감 능력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저희는 직접 취재 대상을 만나서 눈을 보고 대화를 나눠야 하니까요. 작가님이 말씀하신 작가의 자질과 PD의 자질이 상당히 흡사하지만, PD는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다 보니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공감력이 있어야 돼요.Q_두 분의 MBTI가 궁금해요.박: 저희 그런 거 되게 몰라요. 트렌드를 쫓아가려 노력하는데, 저는 그래서 캡처해 놨어요.배: 저도 캡처했어요. 저는 ENFJ. 우리 같은 거였나?박: 저는 완전 I예요. 후배들이 캡처해 줬어요, 못 외운다고. 저는 ISTJ. J 빼고 다 다르다!배: 저희 처음에 '국가수사본부' 기획할 때, 연남동에서 에어비앤비 구해서 회의했거든요. 심심해서 젊은 친구들이 하는 방탈출게임 같이 했어요. 우리 다 처음 했는데 탈출했잖아요. 꽤 어려운 난이도였는데.박: 너무 신기했던 게 그 안에서도 일할 때 캐릭터와 역할이 드러났어요. 저는 전체를 보고 PD는 먼저 가서 뒤지고. 그 캐릭터가 보여서 신기했어요. PD와 작가는 잘 맞아야 돼요. 안 그러면 힘들어요. 싸우기도 싸우고, 프로그램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배: 우리는 10년 넘도록 싸운 적이 없어요.박: 이번에 생각해봤어요. 성향이 달라서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이성적인 사람인데, 제가 감성적인 사람이 될 때가 있잖아요? 그때는 (배PD가) 이성적이게 되고.Q_사건의 종류에 따라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규격화된 틀이 있나요?박: 전혀요. 똑같은 사건이어도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패턴화된 구성이 없어요. 그래서 어렵죠.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라도 메시지가 다를 수 있거든요. 매뉴얼이 없어서 구성이 늘 어려워요. 탐사는 정보를 전달하는 보도와는 다르잖아요? 심층적이고 메시지의 방향이 분명해야 하고 과정이 담겨야 하고요.사람들이 외면하는 발제는 잘못된 발제라고 생각해요. 어두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밝고 건강한 사회로 가고자 하는 거고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야 하잖아요. 아무리 하고 싶은 얘기, 좋은 메시지가 있는 얘기라고 해도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실패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하고,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죠. SBS 교양국이 잘하고 있는 부분이 사람들에게 얘기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공고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PD와 작가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Q_SBS 탐사보도 PD 중 신변의 위협을 느낀 분들이 있죠. 작가는 어떤가요?박: 맞아요. 보통 PD들이 그렇죠. 전면에 나서니까. 아까 작가가 이름이 없다고 했잖아요? 사람들이 작가의 존재를 크게 생각하지는 않아서 위협을 받는다거나 한 적은 없어요.배: 전 (작가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건데...(웃음)박: 위험한 현장인 걸 뻔히 알면서 보내지는 않아요. "가볼 테면 가 봐" 정도지, "가!" 이러지는 않아요.배: 안 가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하잖아요?박: 안 가면 어려운 상황이 된다는 걸 설명은 하겠죠.(웃음)Q_언젠가 다시 '그알'에 돌아간다면 다루고 싶은 사건이나, 아직도 제보를 기다리고 있는 사건이 있다면?배: 못하고 나온 아이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죠. 듀스 김성재 살인사건이요. 제보는, 더 있다면 좋겠죠. 양심선언 할 분들이 몇 분 계시거든요? 그 분들이 생각을 바꿔주신다면 고마울 것 같습니다.박: 아까 '경작'이라는 단어를 썼잖아요? 사건들이 작가 개인의 저장 창고에 있는 건 아니에요. 그때 당시 하고 싶지만 못했던 미해결 사건이 있었는데 몇 년이 지나 '그알'에서 다른 제작진이 해내기도 하거든요. 공유되는 이야기의 화석인 셈이죠. 제가 못했던 이야기는, '그알'이 건재하다면 누군가 할 거라서 제가 못했다고 아쉬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제가 돌아가서 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그알'에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SBS[막후TALK] 인터뷰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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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국수본' 박진아 작가 "제대로 알도록, 제대로 만들어야죠" (인터뷰③)
[막후TALK] 인터뷰②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배정훈 PD는 다른 일정으로 먼저 인터뷰 자리를 떠난 뒤, 박진아 작가와 시사다큐 방송작가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한 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23년 경력의 박 작가는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만든 많은 스태프 중 한 사람을 넘어 프로그램의 창작자로서 방송작가를 주목해주길 바라며, 작가를 꿈꾸는, 그리고 작가로 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했다.Q_드라마 작가에 대한 뜻은 없으세요?그 질문 정말 많이 듣는데요. 장르를 크게 연연하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잘 할 수 있는 게 드라마라면 하면 좋죠.저는 있는 사실과 찍힌 영상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만약 넓은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을 때, 드라마는 바다를 써서 보여줄 수 있지만 시사교양은 찍혀있는 바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죠. 결이 달라요. 노하우, 경험, 사례를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물건 많다고 다 잘 파는 건 아니니까요. 기회가 되면 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열려있습니다.지금 배정훈 PD와 기획하고 있는 게 있어요. 리얼하지만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는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야기 구조는 드라마인데 리얼한, 다른 곳에 절대 없는 포맷이에요.Q_23년 일하셨잖아요? 방송작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듣고 싶어요.작가가 고용된 스태프라는 개념보다는, 창작자로서의 제대로 된 권리가 보장되는 게 필요하죠. 저희는 기획을 같이 했잖아요? 또 프로그램을 만들 때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도 프로그램 안에서는 기획이고요. 기획에서 제작까지 작가의 작화가 필요하잖아요? 단순한 협업 인력이 아니라.고용된 프리랜서가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기회와 권리가 보장됐으면 좋겠어요. 요즘엔 작가들에게 기획안을 받아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실제로 작가들 기획안을 가지고 얘기를 많이 하고 있고요. 특히 이번에 OTT와 일을 해보니,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콘텐츠만 보기 때문에 (일반 방송사보다) 더 열려있더라고요. 작가들이 창작자로서의 기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게 된 만큼 저작권 등에 대해 건강하게 이야기됐으면 좋겠어요. Q_프리랜서라는 신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방송작가로 23년 일을 하면서, 늘 공중그네를 탄다고 생각했어요. 잡고 있던 그네를 놓지 않으면 다음 그네로 갈 수 없어요. 두 개를 쥐어서도, 두 개를 놓쳐서도 안 돼요. 프로그램이나 장르, 플랫폼을 이동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지금 하는 것을 놓을 줄 알아야 다음 것을 잡을 수 있어요. 그런 숙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해요.프리랜서로의 어려운 현실은 개선돼야 하는 것은 맞죠. 하지만 방송작가를 직원, 공무원처럼 앉혀 놓는다면 창작자로서 다음 그네로 이동하는 게 어려울 거예요. 내가 잘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어디에서 할 것인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작가로서 수명이 어디까지가 적당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을 하는 순간마다 행복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는다면 작가로서의 수명이 느는 것보다 더 행복한 가치를 누릴 수 있잖아요?기회가 많이 보장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프로그램이 잘되면 그 프로그램을 만든 작가의 이름도 한 번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작가들이 자기 이름을 갖고 자기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장르도, 플랫폼도 다양화되고 작가의 수명도 늘 수 있지 않을까요?Q_'그알' '국가수사본부' 등 탐사 보도를 즐겨보는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분들은 아마도 이야기가 주는 사회적 메시지를 응원하시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드러났을 때 오는 쾌감을 좋아하실 거예요. 달라진 건 예전 탐사 보도는 '무엇'을 전달하는지가 중요했고, 지금은 '어떻게'가 중요해졌죠. SBS '꼬꼬무' '당혹사' 같은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분도 있는가 하면, 정직하고 묵직한 걸 좋아하시는 분들 있고, 제작진 개입 없어 스스로 관점 갖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테죠.'그알'도 그렇고 '국가수사본부'도 그렇고, 만들면서 많이 느끼는 건 '난 아직도 모르는 게 많구나'라는 거예요. 그래서 오랫동안 이 일을 하는 거죠. 제대로 알고 싶어서요. 그동안 형사님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국가수사본부'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걸 또 느꼈죠. 제대로 알아야 건강한 비판을 할 수 있어요. 시청자가 제대로 알도록 우리가 제대로 만들어야 하고요.모든 사람들이 유쾌한 사회를 원할 거예요. 그런데 암울한 이야기를 알아야 그걸 유쾌하게 바꿀 수 있어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관심이 없으면 존재의 이유가 없습니다.Q_아직 '국가수사본부'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국가수사본부'는 리얼 수사 다큐멘터리입니다. 제작진이 가장 뒤늦게 보이는 프로그램이에요. 실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과의 좁은 거리감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사건의 접수부터 해결까지 담아내는, 13편의 에피소드 모두가 다른 이야기입니다. 에피소드 각각의 특징과 다른 이야기를 보시면 또 다른 이야기가 기대되실 거예요. 가슴 아픈 이야기도,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으니 기대를 갖고 남은 에피소드들 모두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SBS,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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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수종-박영진-슈카-곽윤기, '라스' 뜬다...절약 특집
[TV리포트=박설이 기자]최수종, 곽윤기, 슈카, 박영진이 '라디오스타'에서 절약 노하우를 전한다.TV리포트 취재 결과 최수종, 박영진, 슈카, 곽윤기가 MBC '라디오스타' 게스트로 출연한다. 이달 중 촬영 예정이다.KBS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을 통해 사극 컴백을 앞두고 있는 최수종은 오랜만에 MBC 예능 나들이에 나선다. 최수종의 '라디오스타' 출연은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 2018년 '브라보 마이 와이프' 특집, 2020년 아내인 배우 하희라와 함께 '하희라이트' 특집에 출연한 바 있다.쇼트트랙선수이자 방송인인 곽윤기 역시 이번이 '라디오스타' 세 번째 출연이다. 지난 2018년 이상화, 이승훈, 린샤오쥔과 함께 '빙탄소년소녀단' 특집에, 2022년 황대헌, 김동욱, 박장혁, 이준서와 '꽉 잡아 빙판' 특집 게스트로 나와 맹활약했다.개그맨 박영진은 2021년 '경이로운 방문' 특집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며, 인터넷 방송인이자 금융인인 슈카는 지난 2021년 '헌 해 줄게 새해 다오' 특집에 출연한 바 있다.최수종, 박영진, 슈카, 곽윤기가 출연하는 '라디오스타'는 절약을 테마로 한 특집으로 꾸며질 예정이다.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매주 수요일 밤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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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겁꾸라' PD "사쿠라 절친 강호동 나와줬으면" (인터뷰②)
[막후TALK]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박현주 PD는 tvN에서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와 '엄마는 아이돌'을 만든 TV 예능 연출자다. 웹예능은 '겁도없꾸라'가 처음이다. TV와 웹예능을 둘 다 연출해 보는 경험은 PD에게 어떤 자산이 됐으며, TV예능을 하다 웹예능 만들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일지 궁금했다."자극 말고, 소소하고 무해한 예능이길"Q_웹예능이 TV 예능과 가장 다른 점은?아직 웹예능보다는 TV 예능의 문법으로 연출을 하고 있다. 사쿠라라는 인물 자체가 웹예능에서 먹히는 자극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도 아닌 데다, 우리 콘셉트가 자극을 추구하는 방향도 아니다. 사쿠라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다만 아이템 선정은 웹예능에 맞게 하고 있다. 앉아서 제작진들이 막 던지는 얘기 중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 모든 게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윤성빈 선수가 나올 때는 '눈썰매 대결을 해볼까?'라고 막 던졌다가 아이템이 나왔다. 대단한 사람과 하찮은 도전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했다. 적축식으로 편집을 하지만 내용에 한계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시간도, 호흡도 짧다. 최대한 많이 시도해 실패도 해보고, 경험이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한다.PPL도 정말 많이 들어오는데, TV 예능 할 때 못 해본 경험이다. PPL을 재미있게 녹이기에도 웹예능이 훨씬 좋다. 제작비도 TV 예능보다 훨씬 덜하다. 연출자 입장에서 스태프가 적어져 이렇게 부담이 덜어진다는 게...(웃음)리액션의 차이도 크다. TV 예능은 관객이 있다거나 해서 리액션이 콘텐츠 안에서 완결이 되는데 웹예능에는 댓글이 있다. 콘텐츠가 공개되면 댓글로 시청자의 반응을 듣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Q_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우선 반응이 정말 즉각적이다. 초반에 오류 때문에 업로드가 20분 정도 지체 됐는데 댓글이 몇백 개가 달리더라. 다행인 건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분량이 길다" "고맙다" "분량 많으니까 용서해 줄게" 같은 반응이 나왔다. 웹예능도 본방 사수를 하신다는 게 놀라웠다.기억에 남는 건 "자극적인 웹예능판에서 소소하고 무해한 행복한 예능"이라는 반응이었다. 우리의 제작 방향이 그렇기 때문에. 그밖에 "웹예능에서 나올 수 없는 스케일인데 웹예능이네?" 같은 반응도 기분 좋았다. 바로바로 반응이 오니 재미있다.Q_제작비 부담이 덜하다면, 촬영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진짜 소규모다. 피디, 작가 다 해서 7명. 보통 TV 예능은 스태프가 30~40명, 많게는 100명까지 되는데 우리는 카메라까지 다 모여봐야 12명 정도다. 웹예능 치고 카메라가 많은 편인데도 그렇다.Q_주 시청층은 주로 '피어나'일텐데...외국인 비율이 많은지도 궁금하다.국내 시청자가 65%로 가장 많다. 그외 동남아 15%, 일본 10%, 미주 10% 정도로 글로벌하다. 의외로 국내 시청자가 많은 건 르세라핌 팬만 보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사쿠라의 새로운 도전, 사쿠라와 함께하는 아이템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유입이 된다. 남녀 비율은 반반 정도이고, 나이대는 25~35세가 많다. 최근에는 숏츠를 통한 유입도 많아졌다.케이팝 씬이 전세계적 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케이팝 아이돌은 팬들만 향유하는 문화가 아니라 MZ세대 모두가 좋아하는 아이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겁도 없꾸라'는 팬이 아닌 대중도 함께 즐기는 예능이라는 점에서 무척 뿌듯하다. 앞으로도 그걸 목표로 발전해 나갈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초대하고 싶은 게스트요? 사쿠라 절친 강호동 씨"Q_아이돌이 도전하는 포맷은 여럿 있다. '겁도 없꾸라'만의 차별점은?윤성빈 선수와의 에피소드처럼 '대단한 사람 불러서 하찮은 것 도전하기'가 콘셉트다. 게스트 섭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관계자들이 너무 판을 키우는 거 아니냐고 놀라실 정도다. 사쿠라와의 케미를 떠올리며 섭외할 게스트를 물색 중이다. 프로게이머 데프트도 섭외에 굉장히 공을 들였고 구독자 반응도 좋았다. 자기 분야에서 톱이신 유명인들을 모시고자 한다.Q_욕심 나는 출연자는?사쿠라의 절친(?)인 강호동 씨. 유명 스포츠 스타도 좋다. 차준환 선수나 이상화 씨도 모시고 싶다.Q_아이돌과 함께하는 방송이라 제약이 있지는 않은지...편집은 PD의 가장 큰 책임이다. 편집에서 재미가 결정되고 출연자의 이미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소속사는 물론이고 작가, PD, CP님 등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소속사의 경우 정말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팬들의 정서를 잡아주는 경우가 많아 놀라곤 한다. 내가 아이돌, 팬덤의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놓치는 부분들이 있더라. 피드백 과정에서 최신 트렌드를 많이 배우고 있다.Q_제목이 '겁도 없꾸라'라서 다른 MC는 못 나오겠다.저희끼리 농담으로 카즈하와 함께 '겁도 없이 카즈하'라는 얘기를 한 적도 있는데(웃음). '겁도 없꾸라'는 레귤러는 아니고 시즌제로 간다. 르세라핌이 워낙 바쁘지 않나.실은 처음 채널을 만들 때 아이돌과 함께 웹예능을 만들어가는 스튜디오를 구상하고 개설했던 것이어서, 이 채널을 통해 다른 아이돌과 함께하는 다른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채널명도 변경될 것 같다. 여러 아이돌들이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는 채널로 만들어갈 계획인데 그 첫 프로젝트가 '겁도 없꾸라'인 셈이다."10년 후에도 같이 하자, 꾸라!"Q_PD로서의 욕심을 묻고 싶다.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가? 존경하는 선배 연출자는?사람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그 사람이 가진 최대한의 장점을 끌어내는 걸 좋아한다. 알폰소 쿠아론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감정에 이입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내가 연출한 프로그램의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우리나라가 예능은 리얼리티가 잘 살아있는데 캐릭터도 잘 살린다. 사람의 매력, 장점을 잘 뽑아낸다는 의미인데 결국엔 디테일이다. 인물을 애정 어린 눈으로 보지 않으면 그런 연출을 할 수 없다. 내가 잘하고 싶은 부분이다.'문제적남자'를 오래 해서 그런지 스케일 큰 두뇌 예능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사쿠라와 은채가 "10년 후 뭐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연예인 하고 있을 거라고 하더라. 그때 사쿠라와 두뇌 예능을 하고 싶다. 사쿠라가 어디까지 해낼지 궁금하다. 퀴즈에 국한되지 않는, 머리 쓰는 예능을 만드는 게 꿈이다.존경하는 연출자라...'겁도 없꾸라'를 기획한 박상혁 CP님. 좋아하는 게 참 많은 분이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한다.Q_마지막으로 구독자에게, 사쿠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사쿠라가 일본에서 톱을 찍고, 아이즈원으로 한국에서도 1등하고, 이제는 세계로 뻗어가는, 아이돌로서의 최종 도전 중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글로벌돌이 되려고, 겁 없이 예능판까지 정복하기 위한 퀘스트 중이다'라는 것이 이 콘텐츠의 세계관이었다. 그래서 자꾸 시작할 때마다 '강철 아이돌'이 되겠다고 외치고, 마지막엔 그녀의 능력치가 사소한 것이라도 상승한 걸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성장을 같이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꾸라(사쿠라를 부르는 애칭)는 너무 잘해주고 있다. 항상 안쓰럽고 고맙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지만 딸 같고 장하고 대견하다. 출연자에게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처음이다. 그의 역사를 알고 있어 더욱 그렇다. 꾸라가 다른 데 가서 힘들 때는 있어도 '겁도 없꾸라'에 오면 재미있어 한다.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10년 후에도 연예인 한다고 했으니 그때도 같이 예능 하자, 꾸라!PD가 출연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시청자에게도 와 닿는 법. 박현주 PD의 말대로 애정 어린 눈으로 사쿠라를 바라보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기에 '겁도 없꾸라'는 사쿠라의 무해한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구독자로 하여금 엄마 미소를 짓게 하는 '소소하고 행복한' 웹예능으로 자리하고 있다. 화려한 게스트와의 하찮은 도전으로 '피어나'를 넘어 더 많은 '겁쟁이'(겁도 없꾸라 구독자명)를 양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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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사쿠라, 눈에 야망 그렁그렁"..'겁꾸라' PD의 입덕기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웹예능 '겁도 없꾸라' 박현주 PD[TV리포트=박설이 기자]아이템을 찾아 유튜브를 유랑하던 어느 날, 숏츠에 뜬 직캠 영상 하나를 클릭했다. 그리고 이후 어떤 그룹의 영상이 알고리즘에 걸리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눌러보다 이 채널까지 들어가게 됐다. 그렇게 숏츠에서 시작된 알고리즘의 파도를 타고 다다른 곳은 르세라핌 사쿠라의 '겁도 없꾸라'.tvN과 사쿠라가 함께 만드는 '겁도 없꾸라'는 겁 없는(FEARLESS) 사쿠라의 도전을 담은 웹예능이다. 신인 걸그룹 멤버가 단독으로 한 프로그램을 꾸려가는 게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사쿠라는 2012년 연예계에 발을 들인, 데뷔만 세 번째인 중견 연예인이다. 위즈원(아이즈원 팬덤명) 출신인 CJENM의 박상혁 CP가 기획했다. 제목도 사쿠라의 이름에서 딴 '겁도 없꾸라', CP의 팬심이 담뿍 담겼다.'겁도 없꾸라'는 사쿠라의 첫 단독 웹예능으로, '걸그룹 3회차' 사쿠라의 만랩 예능력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카즈하, 홍은채, (곧 공개될) 김채원까지 르세라핌 멤버들도 게스트로 지원사격에 나서며 많은 머글들을 '피어나'(르세라핌 팬덤명)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박상혁 CP의 추천으로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았다는 박현주 PD를 서울 상암동 CJENM 센터에서 만났다. 박 PD는 '겁도 없꾸라'를 하기 전 사쿠라에 대해 잘 몰랐다고. 그런데 어느 순간 '피어나'가 돼 있었단다. 사쿠라에게 제대로 빠졌다는 박 PD에게 사쿠라의 입덕 포인트를 들어봤다."입덕이요? 유메데 키스미!"Q_왜 사쿠라였나? 첫 인상도 궁금하다.르세라핌 활동을 하는 사쿠라는 시크한 분위기인데, '유메데 키스미'(夢で Kiss me)무대에서 수많은 팬들이 보는 가운데 "다메" 하는 영상을 보고 '이런 것도 했었구나' 알게 됐다. 12년 차 아이돌이라는 게 새삼 느껴졌고, 신기했다.중견 아이돌인데도 내성적이고 매우 조심스러운 성격이다. 그럼에도 야망과 에너지가 눈에 그렁그렁하다. 체구는 작은데 에너지가 가득했다. 첫 단독 MC여서 수줍어하기는 했지만 뭐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뿜어냈다. '만들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해도 될 사람이다. 나도 '피어나'(르세라핌 팬덤명)가 됐다.Q_그 의지를 어디서 봤는지?사쿠라에게 인상적이었던 게, 3회 방송에서 스턴트 액션에 도전을 했다. 3~5미터 높이에서 와이어를 달고 뛰어내리는 부분이 있는데, 무서우면 안 뛰어도 된다고 했다. 출연자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분명 무서워 하는 게 보이는데 바로 "하겠다"고 하더라. 뛰어내린 뒤에 "무슨 생각으로 그랬냐"고 물었더니 "다 퇴근해야 되잖아요?"라고 하더라. 자신이 시간을 끌면 모두가 힘들 거라 생각했던 거다. 그래도 번지점프는 절대 못하겠다고 하더라. 높은 곳이 무서운 게 분명하다.(웃음)Q_아무리 데뷔 12년 차라도 외국인 단독 MC인데,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나?예능 연출을 하면서 외국인 출연자와도, 아이돌과도 많이 일을 해봤다. 특히 아이돌은 말을 많이 조심해서 하는 경향이 분명 있다. 웹예능이라서 우려한 게 그 부분이다. TV 예능보다 훨씬 세고 자극적이지 않나? 그래서 걱정을 하긴 했다.과거에 연출을 하면서도 성장하는 캐릭터를 좋아했다. 내 연출의 강점이 인물의 매력을 뽑아내는 것이라고도 생각하고. 사쿠라가 외국인이지만 진행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했다. 첫 녹화 때 김장을 했는데, 도와주신 어머님이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말투가 조금 강했는데 사쿠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 말을 다 하더라. 수줍어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걸 보고 '되겠다, 잘 살리면 좋은 장면이 많겠다' 확신이 생겼다. 무해하게, 사쿠라의 매력을 살려서, 재미있게."사쿠라, 인생 2회차의 연륜 있어요."Q_진행자로서 사쿠라의 강점은?사실 사쿠라가 인생의 절반을 아이돌로 살지 않았나? 평범한 일상을 거의 겪어보지 못했더라.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은 경험도 손에 꼽히고.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았으니까. 게다가 본인 성향도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해본 것이 많지 않더라. 그게 강점이다. 뭐든 사쿠라에게는 새롭다는 것.그런데 특이한 건, 사고방식을 들어보면 인생 2회차다. 아무것도 안 해봤는데 다 산 것 같은 연륜이 느껴진다. 사쿠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늘 궁금하다. 속을 잘 내보이지 않는, 외유내강형. 그 정도 연차에 이 정도 스케줄이면 회사에게, 주변 사람에게 투정을 부릴 법도 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게 거의 없다. 회사에서 사쿠라가 어제 밤을 새서 힘든 것은 피해 달라고 부탁을 해도 오히려 사쿠라가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딱 하나, 추위에 많이 취약하더라.(웃음)Q_일본인인 사쿠라와 소통이 안 될 때는 없었는지...우리 메인작가가 일본어를 정말 잘한다. 대본에 사쿠라가 모를 것 같은 단어를 번역해 적어 주시는 능력자다. 그렇게 대본에 미리 준비를 해가면, 사쿠라는 워낙 스펀지 같은 친구라 뭐든 잘 배운다.지난 설 명절 때 카즈하와 떡집에서 떡 만드는 걸 배웠는데 "정말 손이 많이 가네요"라는 표현을 쓰더라. 토론을 하는 에피소드에서는 "각 잡고 해본 건 처음이에요"라는 표현을 해서 정말 놀랐었다. 카즈하는 언니 사쿠라가 하는 말을 되뇌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 같더라. 너무 귀엽다.Q_앞으로 사쿠라와 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이라고 생각해서 한국적인 것도 체험하고 하고 싶고, 같이 공부를 하는 아이템도 하고 싶다.'문제적남자'를 오랫동안 연출하면서 똑똑한 출연자를 정말 많이 만나봤는데, 사쿠라는 못지않게 똑똑하다. 정말 똑똑해서 시험 같은 것에 도전해도 좋을 것 같다. 보통 머리가 좋은 분들은 집중력이 상당한데 사쿠라가 그렇다. 공부를 했으면 잘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면허 도전도 좋고, 학교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CJENM[막후TALK] 인터뷰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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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네이마르 여동생, '어서와' 통해 한국 왔으면" (인터뷰②)
[막후TALK]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외국인이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오는 콘셉트는 팬데믹 상황에서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결국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로 포커스를 틀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브이로그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어서와'는 소소한 재미를 주기는 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가 보고 싶어하는, 한국을 처음 만나는 외국인의 신선한 반응을 담을 수는 없어 시청률은 하락했다.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프로그램을 '떠안게 된' 지금의 제작진들은 예전 콘셉트를 되돌려 놓으며 시청률 반등에 성공했다.Q_리부트 이후 시청률이 많이 상승했다. 부담이 더 커졌나?늘 더 좋은 곳을 소개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다. 외국인이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닌, 한국의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우리가 해외 여행을 할 때 근교 소도시 투어를 즐기는 것처럼, 한국을 찾는 친구들이 늘 서울광장, 남대문시장, 경복궁 같은 정형화된 코스 뿐 아니라 우리가 코스 구성에 조금씩 팁을 줘서 작은 지방도 가볼 수 있게, 제철음식도 먹어볼 수 있게 하고 싶다. 산과 바다도 있지만 아름다운 계곡과 숲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서울에서는 예쁜 골목길을 보여주고 싶다. 날것의 한국을 보여주고, 이들이 돌아가서 주변에 많이 얘기해주기를 바란다.또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프로그램 촬영이 아닌, 온전히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도록 노력한다. 그래야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지 않나. "내 친구가 사는 나라인데 TV쇼를 찍는대"와 "한국에 진짜 가고 싶었는데 그 여행을 누가 찍어준대"는 많이 다르다. 제작진이 주도하면 안 된다. 답답하고 늦어지더라도 출연자들이 짠 일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Q_속상한 반응이 있었나?시청자 반응 중에 "저건 저렇게 먹으면 안 되는데"라고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가끔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제작진은 개입하지 않는다. 가끔 식당 사장님들이 보다가 답답해서 나타나서 직접 알려주시는 경우 막지는 않는다. 식당에서 서비스를 준다고 하면 다른 손님에게도 주는 거냐고 꼭 묻고, 아니라고 하면 거절한다. 일반 여행객과 똑같이 해 달라고 강조한다.Q_연예인 안 나와도 잘되는 '어서와', 제작진이 생각하는 강점은 무엇인가?개입이 없다는 점? 우리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강점이다. 그리고 일반인이기 때문에 날 것의 그림이 나온다. 연예인이 가는 여행 프로그램들은 사실 방송 경험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능적 요소가 나오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다.제작진이 제일 싫어하는 게 "잠깐만요, 여기서부터 다시 걸어올게요", "이 멘트 하나만 하고 갈게요"다. 식당에 들어가는데 카메라가 안에서 기다렸다가 찍는 건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한다. 음식 인서트도 따로 찍는 게 아니라 옆 테이블에서 똑같이 주문해서 거의 동시에 찍는다. 출연자가 쌈 싸는 모양대로 옆 테이블에서 그대로 싸서 찍는다. 출연자들과 가능한 한 같이 움직이려는 노력이다.Q_외국인 친구들이 선호하는 음식이 있을 것 같다.한식을 선호한다. 특히 앉은 자리에서 보글보글 끓여 먹는 탕이나 찌개, 자리에서 구워 먹는 코리안 바베큐.코리안 바베큐에서 고기와 김치를 꼭 먹고 가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삼겹살에 김치 제일 좋아한다. 가위로 고기를 자르는 건 아직도 신기해 하더라. 그리고 치킨도. 한국 드라마를 본 출연자는 한강 치맥이 로망이다. 여행 계획을 보면 매번 한강이 있다. 대부분 가고 싶어해서 가기는 하는데 비슷한 모습이라 방송에 안 나올 때가 훨씬 많다.Q_또 출연자가 가고 싶어하는 코스는?한강 외에도 남산, 롯데월드, 북촌 한옥마을, 경복궁. 거의 대부분 외국인들의 일정에 있다고 보면 된다. 외국에는 활어가 잘 없어서 노량진도 가고 싶은 코스에 꼭 있다. 공식 같다.사실 대부분의 출연자가 한옥에서 묵고 싶어한다. 특히 북촌 한옥마을. 그런데 성수기든 비수기든 늘 인기가 많은 곳이라 대체로 예약이 꽉 차 있어 방 잡기가 정말 어렵고, 촬영을 꺼리는 곳도 꽤 있다. 우리도 외국 가면 유명한 관광지에 가는 건 똑같지 않나? 뻔한 코스가 늘 있는 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성수기에 한옥 예약은 정말 어렵다. 대부분이 원하지만 방이 없어 우리도 안타깝다.Q_언제 제일 보람을 느끼나?프로그램 특성 상 야외 촬영이 많은데, 시장에 가면 서울이든 지방이든 어르신들이 많이 알아보신다. "저거 그 프로다" "외국인들 나오는 거 있잖아"라면서 정말 다 '어서와'를 알고 계신다. 휴게소에서도 다 알아본다. 셀캠 들고 있는 외국인과 카메라팀, 이것만 보고도 남녀노소 다 알아본다. 케이블 프로그램인데 인지도가 높아서 매번 놀란다. 특히 우리 부모님들도. '어서와'를 하게 됐다고 말씀드리니 처음으로 주변에 자랑을 하시더라.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과 일을 해도 관심이 없으셨는데 말이다.방송작가 일이 굉장히 힘들고 환경도 열악하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져야 계속 할 수 있다. 누구나 아는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자부심이다. 우리가 중간 투입이기는 하지만 예전과 다른 게 분명히 있다. 다시 시청률과 인지도가 올라가는 걸 보면 뿌듯하다. 처음 목표가 2% 넘는 것이었는데 이제 5%대를 바라보고 있다.Q_나왔으면 하는 출연자가 있는지 궁금하다.한 나라의 왕족이 오면 어떨까? 왕권 국가의 공주라든가. 왕족이 나라를 대표해 한국을 방문하고, 우리 문화를 경험하고 이를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 얘기하면 영향력이 더욱 크지 않을까 기대된다.네이마르 여동생도 한국에 와보고 싶다고 한 걸로 알고 있다. '어서와'를 통해 오면 재미있지 않을까? 최근에는 애런 저지라는 야구선수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입양을 간 야구선수인데 쌍둥이 형이 한국에 있다. 이 분의 이야기를 담아도 좋을 것 같다.교포 3세 같은, 재외한국인인데 한국에 와본 적 없는 친구들도 '어서와'를 통해 한국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야기가 있는 출연자라면 좋겠다. 주저 말고 제작진에게 연락 주시기를 바란다. 확실히 한국을 보여 드리겠다.Q_다시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면?뉴질랜드 앤디 가족을 다시 보고 싶다. 형제들 모두 나이스하고 젠틀하고, 긍정적이고 배려심도 많았다. 출연자도 제작진도 즐거웠다. 골목길 간판 하나에도 감탄하는 사람들이었다. 꼭 다시 만나고 싶다. 많은 사랑을 받은 이탈리아 셰프들이 이번에는 각자의 레스토랑에서 한식 메뉴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그 메뉴가 완성된 뒤 후기를 보고 싶다. 현지인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담고 싶다.Q_'어서와'가 어떤 영향을 주기를 바라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우리가 친구들과 함께 갔던 여행 코스들이 한국을 찾는 또 다른 외국인 여행객들 플랜의 기준이 됐으면 좋겠다. 투어 상품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에게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원조의 품격을 보여주고 싶다.'어서와'는 MBC에브리원의 장수 프로그램이자 효자 프로그램이고, 팬데믹이 끝나며 궤도를 다시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사랑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2018년 MBC 연예대상에서 특별상 받은 게 전부다. 사랑 받는 프로그램이니 그만큼 인정도 받았으면 좋겠다.시청자 분들에게는 늘 감사하다. 다만 '어서와'는 진정성을 추구하는 방송이다보니 시청을 하면서 간혹 답답한 부분이 있으실 거다. 다 같이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뜨거운 반응 감사하고, 더 노력하겠다.Q_방송작가로서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나?박주영 작가 : 다른 나라 한인타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LA아리랑' 같은 시트콤 형식도 좋고. 올해가 한인 이민 110주년이라고 하더라. 한인 커뮤니티와 예능을 접목시키는 기획을 준비 중이다. 인물에 관심이 많은데, 평범함 안에서 특별한 것을 찾고 싶다. 그를 통한 스토리텔링으로 인간에 집중하고 싶다.김민아 작가 : 내가 아이 엄마라서 그런지, 아이와 여행을 다니는 예능을 해보고 싶다.내한 스타들은 일본 오는 김에 한국을 들르곤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한국의 위상은 부쩍 달라졌고, 빠르게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보며 국뽕이 차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서와'는 초반 국뽕을 자극하는 콘셉트로 시작했지만 이제 다양하게 한국을 즐기는 외국 관광객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변모했다. 박주영, 김민아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의 노력 덕분에 자연스럽고 리얼한, 날 것의 '어서와'가 완성될 수 있었다. 억지 국뽕 없는 '어서와'에서 앞으로 또 어떤 나라의 어떤 손님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시각을 선사할지 기대된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박주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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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어서와, 이런 국뽕은 처음이지?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박주영, 김민아 작가[TV리포트=박설이 기자]팬데믹이 지나가고, 여행 예능들이 쏟아졌다. 그 선봉장은 원조 여행 예능이자 유일무이한 한국 여행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지난해 7월 시즌3격인 리부트로 돌아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익숙한 듯 새롭게 컴백했다. 터줏대감 알베르토와 함께 시즌1의 MC 김준현, 그리고 새로이 합류한 이현이가 돌아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시청자들을 맞았다.제작진도 바뀌었다. PD도, 작가도. 새 옷을 입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외국인이 한국으로 여행을 온다는 콘셉트는 같기에, 이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는 숙제를 떠안은 제작진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았다. 노력 끝에 리부트 버전 시청률을 1%대에서 4%대로 끌어올렸다.'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을 찾을 여행 친구들 섭외부터 시작되는 프로그램이다. 2월 어느 날,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의 박주영, 김민아 작가도 지난해 5월 프로그램을 처음 맡게 됐을 때 가장 먼저 고민하고 걱정한 부분이 섭외라고 말했다.Q_팬데믹 때 시청률이 1%대까지 떨어진 위기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맡게 됐다.코로나 시기였고 '어서와' 시청률도 많이 떨어졌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평소 즐겨보던 프로그램도 아니었고. 그렇지만 MBC에브리원 간판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PD님과 동료 작가들 믿고 함께하기로 했다.Q_스태프 규모가 궁금하다.작가만 9명이고, 연출자까지 다 하면 30명 정도 된다. 카메라는 기본 6~7대, 셀캠에 거치캠 10대까지 하면 20~30대 정도다. 장소가 좁으면 수가 줄어들고 넓으면 카메라도 늘어난다.Q_'어서와'에서 작가는 주로 어떤 역할을 하나?프로그램 기획과 구성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섭외다. 출연할 인물 섭외 리스트를 만드는 것. 호스트와 나라 섭외가 동시에 들어가는데, 미팅 후 출연을 수락하면 PD, 작가, 카메라, 드론 등 소규모 선발대가 그 나라를 방문한다. 호스트가 초대한 친구들에게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미리 묻는다. 이들은 가고 싶은 곳과 하고 싶은 것을 직접 계획하고, 선발대 제작진과 만나 계획에 대해 얘기한다. 그게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다.Q_나라와 호스트 선정 기준은?다른 프로그램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타 방송에 나왔던 외국인이 누가 있는지 리스트업을 먼저 한다. 그 외에 유튜브 채널과 소셜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도 찾아보고, 대사관이나 어학당에서 추천도 받는다. 모델 에이전시나 외국계 기업에서 추천해 주기도 한다. 리부트 제작진이 새롭게 구축한 네트워크다.나라를 택하는 기준은 의외로 심플하다. 한국에 안 왔던 나라의 호스트와 친구들. 한국어를 굳이 잘할 필요는 없다."뉴질랜드 앤디, 다크호스였어요"Q_출연했던 친구들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만족스러웠던 출연진은?우리가 발굴한 호스트 중 가장 만족하는 친구는 뉴질랜드에서 온 앤디. 방송에 출연한 적이 없는 진짜 일반인이었다. 유튜브 채널을 작게 운영하는 게 전부인. 평택 고교 영어강사인데 사실 별 기대를 안 했었다. 미팅을 하고자 일산 MBC로 와 달라고 했는데 평택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왔더라. 한국어를 잘 못하는데 한국어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한국어를 하고는 자기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다" "나이스" 추임새를 넣더라. 방송 경험이 없어 순수하고, 해맑았다. 누구를 초대할 건지 물었더니, 4형제의 막내더라. 사진을 보여주는데 다 똑같이 생겨 놀랐다. 완전 다크호스였고, 뉴질랜드 편부터 시청률이 반등하기도 했다.방송 경력 없는 호스트 출연을 꺼리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우리가 고집을 부렸다. 이번에 해보고 안 되면 아예 방송 경력 없는 일반인은 안 하겠다고 강수를 뒀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이 친구는 스핀오프인 '어서와 한국살이는 처음이지?'에도 출연했다.Q_이탈리아 미슐랭 셰프들 편이 큰 화제를 모았다. 섭외 과정이 어땠나?보통 호스트에게 친구나 가족 중 한국에 방문해보지 않은 사람으로 여행 그룹을 조합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미슐랭 셰프인 파브리의 친구들이 미슐랭 협회에서 만난 셰프들이었다. '마스터셰프' 심사위원 출신도 있고, 다들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파인다이닝의 오너셰프들이었다. 이보다 좋은 조합이 있을까 싶었다.일정도 특별했다. 본인들이 열정적으로 플랜을 짰는데 세 가지 부탁이 있었다. 해녀를 만나고, 한옥에서 묵고, 김장을 해보고 싶다는 것. 특히 김장은 쿠킹 클래스가 아닌 한국의 보통 가정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난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옥 숙소 사장님에게 협조를 구했는데 흔쾌히 응해 주셨다. 정말 극적으로, 셰프들 바람대로 김장을 할 수 있게 된 거다.Q_호스트의 가족이나 친구는 모두 일반인이다. 섭외에 고충이 많을 것 같다.일반인 출연자를 완벽하게 검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찰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 외국인이지 않나? 과거를 다 조사할 수도 없고, 또 어디까지 검증을 해야 하는지도 애매하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한다. 섭외 전 소셜 네트워크를 자세히 살피는 것은 기본이고, 출연을 결정하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출연 예정자의 어투와 사고방식 때문에 섭외를 포기했던 경우도 있다.Q_리부트로 김준현이 돌아오고, 이현이가 합류했다.리부트에서 MC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사실 김준현 밖에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친분도 있고, 김준현이 시즌1에서 하차했던 이유도 잘 알고 있다.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뜻이었다. 하차했던 프로그램에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거다. 매니저를 설득하고, 본인도 설득했다. 개인적으로 김준현의 팬이기도 했고, '어서와'에 그만한 진행자는 없을 거라는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큰 결심을 해줘서 감사하다. 첫 녹화도 마치 지난주에 했던 사람처럼 편안하게 진행했다.이현이 씨는 리액션이 정말 크지 않나? 많은 시청자들이 호감을 갖는 MC이기도 하고 '골때리는 그녀들'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내부적으로도 평가가 좋아서 함께하게 됐다. 출연을 부탁드리니 "오래 좋아했던 프로그램이다"라며 고마워 하셨다. 알베르토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회장님 같은 존재다. 든든하게 프로그램을 지켜줘서 늘 고맙다."제작진 개입이요? 방임에 가깝죠"Q_제작진이 어디까지 개입하나?장소는 친구들이 짜온 계획을 토대로 일정에 맞춰서 협조를 구한다. 물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향하는 곳도 10번 중 서너 번 정도 있지만 웬만한 식당 같은 곳은 촬영 협조를 받는다. 출연자들이 원하는 곳으로 최대한 맞추고, 그게 안 되면 근처에 가는 방법 등 원하는 조건에 맞추려고 노력한다.장소 외에는 사실 거의 방임에 가깝게 개입을 하지 않는다. 제작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대신 친구들이 짜온 계획 가운데 불가능한 것은 안 된다고 말하고 비슷한 일정을 추천해주거나 한다. 지금 제작진들은 인위적인 것을 피하려고 노력한다.Q_얼마나 개입을 안 하나? 어쩔 수 없이 '참견'을 한 경우는?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하다. '저쪽으로 가면 역주행이다' 할 때는 당연히 얘기를 해줘야 하지 않나. 또 너무 하염없이 헤맬 때는 개입을 하기도 한다. 이후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조차 살짝 의문을 제기하는 정도이지 "거기가 아니다" "이쪽으로 가라" 처럼 직접적으로 디렉션을 주지는 않는다.공항에서 헤매면 괜찮은데 바깥에 나가서 그러면 정말 답이 없다. 특히 지방에 가서 길을 잘못 들거나, 그래서 시간이 지체돼 협조를 구해 놓은 장소에 못 가고 하면 속이 탄다.고속버스를 타고 양양에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10분 쉬고 오라고 했는데 이걸 알아듣지 못한 출연자가 안 돌아와서 난감했던 적도 있다. 고속버스에 다른 일반인 탑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우리 때문에 지체가 되게 둘 수는 없지 않나? 발을 동동 구르다 전화를 하기 직전에 극적으로 버스로 돌아왔다. 진땀 뺐다."국뽕 있지만 포인트가 달라요"Q_'국뽕 프로그램'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예전 '어서와'는 그런 느낌이 조금 강했다. '선진화된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고양 시키려는 게 있었다. 현 제작진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억지로, 인위적으로 '국뽕'을 녹일 필요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세상이 달라졌다. '선진화된 한국'은 이미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굳이 그 부분을 짚지 않아도 된다.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출연자의 반응을 강하게 담아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여주는 게 우리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자막이나 효과로 리액션을 강조를 할 수는 있지만 굳이 '국뽕이 솟아오르게' 하지는 않는다. 시청자로부터 "저건 아니지 않아?"라는 반응이 나와서는 안 되니까.첫 방송 후 5년이 지났다. 이제 한국을 모르는 채로 한국에 오는 출연자는 없다. 젊은 세대는 한국 문화를 공부하고 방문한다. '오징어게임'과 BTS를 알고 한국에 와서, BTS가 갔던 버스정류장을 찾아간다. 전과 달라진 방문자의 모습을 시청자도 신기해 한다. '어서와'에서 '국뽕'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포인트는 확실히 달라졌다.Q_제작진으로서 '국뽕'을 느꼈던 순간이 있을까?선발대로 해외에 촬영을 가면 출연자들 집 TV가 거의 삼성 아니면 LG다. 제작진의 국뽕이 차오른다. 한국에서 촬영을 할 땐 사소한 것에 외국 친구들이 놀라는 걸 보면 자부심이 느껴진다. 특히 안내판이 많이 감탄한다. 내비게이션, 고속도로 이정표 같은 교통 인프라, 인터넷 속도는 늘 놀라워 하더라.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박주영 작가[막후TALK] 인터뷰②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