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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는 버리고, 황영웅은 지키는 이유 [리폿@VIEW]
황영웅과 '불트', 좌우 가린 경주마의 폭주[TV리포트=박설이 기자]'불타는 트롯맨'(이하 '불트')과 황영웅은 대중의 질타에 눈과 귀를 가리고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을까?TV조선에서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만든 서혜진 PD와 제작진이 나와 차린 크레아스튜디오는 TV조선 '미스터트롯2'와 같은 시기 MBN의 손을 잡고 트롯 오디션을 내놓으며 전면전을 선포했다.지난해 12월 20일, 5%대 시청률(전국 기준)으로 시작한 '불트'. 초반 프로그램 인지도 면에서 불리한 위치였던 탓에 '미스터트롯2'에 화제성에서 밀렸다. 하지만 이슈 만들기에 능하고, 서사를 쌓아가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서혜진 사단은 결국 시청률을 10% 이상까지 끌어올렸다. 28일 방송분은 순간 최고 시청률이 17%대까지 치솟았다.그 시간, 황영웅이라는 참가자의 서사도 쌓여갔다. '제2의 임영웅'을 만들기 위한 의도였는지 공교롭게 이름도 '영웅'이다. 황영웅은 경연 내내 가장 주목 받는 우승 후보였다. 중저음톤의 음색으로 '가슴을 울리는 황금 보이스'라 불리며 승승장구한 황영웅, 초반 심사위원인 조항조와 같은 소속사라는 이유로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지만 제작진이 "어떠한 개입도 불가능하다"며 반박했다. 그렇게 황영웅의 우승을 향한 여정은 지속될 수 있었다.진짜 문제는 황영웅의 과거였다. 유튜버 연예 뒤통령 이진호가 제보를 토대로 황영웅이 야쿠자의 상징인 이레즈미 문신을 하고 있으며, 20대 초반 상해 가해자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문신은 자유라고 하지만 상해 전과는 다른 문제다.폭로는 계속됐다. 피해자가 직접 등판, 황영웅을 포함한 일당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일진'이었던 황영웅에게 피해자는 진심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했다. 그리고 황영웅과 '불트' 제작진은 지난달 25일, 직접 사과문과 입장문을 올렸고, 22세였던 2016년 상해죄로 벌금 50만원 처분을 받은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그런데 제작진은 황영웅의 범죄가 사실임이 드러났음에도 분량 삭제, 하차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8일 생방송에서 분량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황영웅은 버젓이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4월부터 시작되는 '불타는 트롯맨' 전국투어 라인업에도 황영웅이 포함됐다. 제작진이 버티기로 결정했다는 방증이다.상해 전과에 이어 학교 폭력, 데이트 폭행, 불성실한 군복무 등 황영웅의 과거가 줄지어 세상에 드러난 가운데, 초반 불거졌던 특혜 논란도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1차전 1위를 차지한 황영웅이 우승 상금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1위를 할 것을 알고 발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점입가경의 상황에서 황영웅은 28일 방송분 최종 결과 득표율 20.5%로 1위를 차지했다.서혜진 사단은 지난 '미스트롯2'에서 참가자인 진달래가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자 즉각 하차 시켰다. 뿐만 아니다. TV조선에서 올린 진달래 개인 영상 클립은 모든 플랫폼에서 사라졌다. 황영웅은 전과, 학폭, 데이트 폭행 등 충격적인 과거가 드러났음에도 하차는커녕 우승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비슷한 과거를 가진 두 참가자에 대한 제작진의 다른 태도는 황영웅에 대한 밀어주기 의혹을 더욱 짙어지게 하고 있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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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범기업 거절했던 송혜교의 글로리한 나라 사랑 [리폿@이슈]
[TV리포트=박설이 기자]7년 전, '태양의 후예' 방송 이후 톱클래스 한류 스타의 자리 있던 송혜교는 일본 미쓰비시의 거액 광고 제안을 거절했다. 이 회사가 전범 기업이어서였다. 송혜교의 광고 거절 뒤에는 서경덕 교수가 있었다.송혜교가 서경덕 교수와 함께 해온 나라사랑의 여정은 12년 전 시작됐고, 그 '영광의 행보'는 한국어 안내서로 전파됐다. 지난 2012년 송혜교는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 교수와 함께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은 한국어 안내서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이때 송혜교는 안내서 발간 비용 전액을 후원했다. 같은 해, 송혜교의 한국어 안내서 후원 여정은 중국으로 이어졌다. 상해임시정부청사와 윤봉길 기념관, 중경임시정부청사에 한국어 안내서를 후원한 송혜교에 대해 서경덕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서도 유럽에서도 한국어 서비스가 안 되는 곳이 많다. 그래서 송혜교 씨와 함께 한국 홍보를 해보자고 단결했다"고 말했다.그렇게 송혜교는 수년 동안 세계 각국 독립운동 관련 시설과 기념관에 한글 안내서 제공과 부조 작품 기증 등을 후원하며 서경덕 교수와 함께 나라 사랑의 길을 걸어왔다.그리고 지난 2016년, 일본 기업 미쓰비시의 거액 광고 제안을 거절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쓰비시 자동차의 중국 지역 광고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이 회사가 전범 기업이기 때문. 이때 송혜교는 광고 제안을 받은 뒤 서경덕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고, 미쓰비시가 전범기업임을 재차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거액의 개런티를 거부하고 소신을 지켰다.이후에도 매해 많은 순간 한국을, 한글을 알리고 바로잡는 활동을 지속한 송혜교는 올해 3월 1일, 삼일절을 맞아 남다른 행보로 팬들에게 감동을 안기고 있다.우선 송혜교는 이날 오전 MBC에서 방송된 삼일절 특집 자큐 '할매 이즈 백'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내레이션으로 삼일절 아침을 연 송혜교는 서경덕 교수가 만든 '수당 정정화' 홍보 영상을 후원했다고 추가로 알렸다.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우고, 알아가고, 소신을 세우며 영광스러운 나라 사랑의 행보를 이어온 송혜교는 올해 3월 1일에도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신념을 전파했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서경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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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안다행' 작가 "이정재-정우성 섭외가 최종 목표"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권정희 작가[TV리포트=박설이 기자]속세를 떠나 아무도 없는 섬으로, 숲으로 떠나 산다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일이다. 그런데 그 여정에 좋은 친구가 함께한다면 어떨까? 그 로망을 대리 실현해 주는 게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이하 '안다행')다. 해루질을 해 전복을 따 텃밭에서 갓 딴 상추를 넣고 시원하게 물회를 만들고, 낚시로 우럭을 낚아 신선한 회를 썰고, 통발로 박하지를 수확해 시원한 게찌개를 끓여 끼니를 해결하는 복잡하지만 단순한 삶도 예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행'이 보여주고 있다.2020년 10월,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기도 쉽지 않던 시기 등장해 시청자에게 시각적인 자유를 선사한 '안다행', 사실 한적한 섬생활은 북적대는 스태프가 가득한 촬영 현장이다. 시청자의 몰입감을 위해 최대한 섬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을 뿐.2월 어느 날, 상암 MBC 근처 한 카페에서 '안다행'을 처음부터 함께한 권정희 작가를 만나 물었다. '안다행'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답은 출연자 간 케미스트리도, 제작진의 호흡도 아닌, '이것'이었다."물때가 갑이에요"Q_'안다행', 시작이 어땠나?2020년 6월 기획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섬에 사는 자연인의 생활 방식대로 살아보는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열악한 무인도에서 나오는 절친들의 리얼한 모습들을 더 살리고자 출연자들끼리만 생활하고 있다. 제작진들도 3년 간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 안정환 씨는 지금 제작진과 '궁민남편'에서 만났는데 지식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분이라 가장 먼저 떠올랐던 출연자다.Q_'안다행'에서 작가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작가만 총 10명이 있고 두 팀으로 움직인다. 섭외부터 종편 직전까지 작가들이 함께한다. 섬 섭외가 가장 까다롭다. 답사도 정말 많이 가는데 그 과정도 힘들다. 섬을 고를 때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일단 출연자의 스케줄, 안전, 그리고 물때다. 섬을 섭외할 때 최대한 출연자와 스태프의 안전을 고려해 섬주와 관계기관, 어촌계 허가가 가능한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제일 중요한 건 물때다. 물때 나오는 제철 수산물을 잡는 게 '안다행'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 출연자가 모두 물때에 따라 움직인다고 봐도 무방하다.스케줄, 안전, 물때 이 삼박자가 맞는 섬을 찾기가 힘들다. 생각보다 수산물이 없거나, 수산물이 있어도 금지체장(어린 수산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정 크기 이하로는 포획, 채집을 금지하는 것)에 걸리거나, 물때가 안 맞아 배를 대기 힘들거나, 출연자가 입도 가능한 스케줄이 물때와 맞지 않거나.답사 가면 안전에 관해서는 최대한 많은 걸 보고 오려 한다. 제작진들의 개입이 없는 리얼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안전이 확보되어야 출연자들이 내손내잡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할 장소, 위험한 곳을 미리 체크한다. 물때는 시간과 실제에 오차가 있어서 시간만 알고 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어서 답사 가면 아침부터 밤까지 섬에 있다 나온다.Q_주 시청층은 어떤가?초반에는 남성 시청자가 많았지만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고 나서는 여성 시청자도 많이 유입됐다. 입소문이 난 것 같다. 타깃 시청층이 처음에는 바다나 자연을 좋아하는 시청자 위주였다. 그런데 출연자 면면이 다양해지며 시청층도 넓어졌다. 드라마를 주로 보던 30~40대 여성 시청자가 많이 유입이 된 것으로 나타난다. 출연자 간 케미스트리에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Q_제작진은 처음부터 자연에 능숙했나?PD, 작가들 다 도시 사람들이다. 나는 물때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자연의 이치를 처음부터 알아가야 했다. 조수간만의 차는 학교에서 배운 게 다인데 그걸 촬영에 적용해야 한다. 사전에 전화 취재를 할 때는 분명 수산물이 많이 나온다고 했는데 막상 답사 가서 허탕 칠 때도 많다. 삼박자가 다 맞는 경우는 3번에 1번 정도인데 나머지 두 섬도 만약 대비해 예비로 둔다.Q_삼박자 외에 섬을 고르는 기준이 또 있나?겨울에 좋은 섬, 여름에 좋은 섬이 다 다르다. 물론 수산물도 다르고. 낚시 커뮤니티나 해루질 커뮤니티도 작가들이 많이 참고해 제철 수산물 정보를 얻기도 한다. 금지체장은 정말 많이 신경 쓰고 있다. 제작진은 수산물 보호법을 지키는 선에서 가장 안전한 섬과 방법을 준비하면, 그 이후 잡고 못 잡고는 모두 출연자들 몫이다. "이거 좀 작지 않나?"라며 사이즈 체크를 먼저 해 달라고 하는 출연자도 있다. 생각보다 대한민국의 수산물 보호의 법적 기준이 굉장히 촘촘하다. 금지체장 뿐 아니라 들어가서는 안 되는 구역, 통발 사용 기준도 다 법으로 정해져 있다. 아무 데나 투망을 던져서도 안 된다. "안전이 최우선, 날씨도 변수"Q_작가도 촬영 현장에 들어가 같이 1박을 하고 나오나?무인도라서 숙박할 장소가 협소하다. 스태프 수가 많아 매니저들은 섬에 안 들어온다. 1박을 기본으로 하되, 섬에 따라 안전을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 무인도는 밤 만조가 되면 텐트 칠 부지가 확보 안 될 때 있는데 그럴 때는 일부 스태프들이 인근 유인도에 피해 있다가 간조가 되면 다시 들어간다.좋아진 건, 초반에 비하면 스태프들 거의 뱃멀미를 안 한다. 처음에는 센 멀미약 뭐 있나 찾아보고 가져가고 했는데 이젠 거의 준비 안 한다.Q_스태프들의 섬 생활도 만만치 않게 힘들 것 같은데...제작진도 섬에 고립된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초반에는 힘든 게 많았다. 화장실도 없고, 그래서 참고. 지금은 너무 자연스럽게 자연의 화장실을 쓰는 경지에 이르렀다. 벌레도 정말 많다. 진드기, 지네, 산모기, 거미, 종류도 다양하다. 어떤 무인도든 벌레 없는 데는 없다. 초반에는 보고 너무 놀라서 기피제로 거의 목욕을 하다시피 뿌리고 옷도 두꺼운 것 입고 그랬는데 지금은 벌레와 같이 사는 느낌이다.Q_방송 보고 섬에 어떻게 가냐고 묻는 시청자는 없나?물론 있다. 하지만 촬영을 진행하는 무인도 대부분은 섬주가 있기 때문에 허락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섬주의 허락이 꼭 있어야 하는 데다 배편도 없다. 배도 법적인 기준에 맞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등 입도 과정이 복잡하다. 섬에 가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오기는 하는데 사실상 쉽지 않다.Q_'안다행', 황도부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안정환 씨가 황도에 들어가 섬 생활을 시작하면서 '안다행'의 지금의 모습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정말 쉽지 않은 섬이다. 태풍에 취약하다. 집이 날아가기도 하고, 날씨 때문에 발이 묶여 못나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은 섬이기도 하다. 어떤 섬에 가도 그만한 크기의 섭을 본 적이 없다. 지금도 가끔 황도 섭을 먹어보고 싶다고 하는 출연자가 있다. 많은 것을 배운 곳이다. 물때를 비롯해서.Q_수산물, 안전 등 전문가도 상주하나? 날씨도 변수일 텐데...갯바위를 이동하며 촬영하는 일이 많고, 착용해야 할 조끼나 안전도구도 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안전 전문가는 꼭 있어야 한다. 수산물 금지체장은 스태프들이 촬영 전 다 인지를 하며, 그때그때 휴대전화로 수시로 찾아보고 관련 기관 협조를 받아 확인 과정을 철저하게 거친다. 사전 조사에서 몰랐던 데이터에 없는 생선이 잡히면 어촌계장에게 협조를 구해 먹어도 되는 건지 반드시 체크한다. 금지체장에 걸리는 수산물이 나와 놓아줘야 할 때도 물론 있었지만 방송에 다 나가지는 않는다. 커다란 키조개를 잡았는데 금어기여서 놓아주기도 했고.배를 띄워야 하기 때문에 날씨는 늘 신경 써야 한다. 배가 절대 못 뜨는 날씨도 있고, 띄워도 되는데 약간 위험한 날씨도 있는데 그럴 때는 강행하지 않는다. 안전에 대해서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게 철칙이다. 태풍철에는 일정을 다시 잡기도 한다.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책임감이 커진다는 데 대해 제작진들끼리 얘기를 많이 나눈다. 촬영 허가 여부, 해양법, 수산자원법 준수 등 프로그램 제작에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자연을 빌려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라 더욱 그렇다. 부족한 재미는 더욱 더 접근이 쉽지 않은 섬을 찾는 것으로 채우려고 한다. 시청자들은 출연자가 힘들수록 재미있게 보니까."안정환은 촌장 그 자체, 박세리 차기 촌장감"Q_출연자들은 섬에 잘 적응하나?출연자가 처음에 적응 못하다가 점점 섬에 익숙해지는 걸 보는 묘미가 크다. 아침에 들어가서 보통 식사를 한 번 한다. 도착해서 재료 잡고 손질하고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니까. 힘들어 하다가도 밥을 먹으면 그렇게 좋아하신다. 다시 가고 싶다는 출연자가 많고 그래서 재출연도 많은 거다. 섬의 매력에 빠지면 그렇게 되더라. 밥 먹을 때가 되면 또 마침 노을 지는 풍경이 예술이라, 그 맛을 못 잊는 출연자들이 많다.스태프들도 섬 들어가기 직전까지 '가기 싫다' 생각하다가도 막상 섬에 들어가면 '아, 그래. 이게 매력이지'하게 된다. 배에 타는 순간부터 설레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지고, 나올 땐 또 아쉽고. 훈련소 가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남자 스태프도 있긴 있다.사실 출연자들이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작진들은 입도하는 순간부터 최대한 멀리 숨어서 출연자들을 관찰하고, 디렉팅은 하지 않는다. 당황하는 출연자들도 있었다. 지석진, 김수용 씨는 자연인이 없이 진행된 첫 촬영이었다. 연출 방향이 없어 당황스러우셨을 거다. 지석진 씨가 '안싸우면 다행이야'라는 제목에 충실하게 김수용 씨 없이 혼밥을 하고, 냉랭해지는 장면을 연출했는데 그것도 디렉팅이 아니었다. 섬 촬영 중 유일한 혼밥이었는데 정말 큰 웃음을 줬다.에픽하이 편에서는 이 분들이 "차라리 디렉팅을 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뭘 해야 분량이 나오고, 뭘 해야 재미가 있는지 마지막까지 파악을 못하고 가셨다. 우린 끝까지 "원하는 대로 하시면 된다"고 했고. 그런데 이리저리 헤매고 당황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겨서 색다른 재미를 줬다. 2049 시청률도 잘 나왔다.Q_출연진 팀을 구성하는 기준은?한 명을 정해 놓고 지도를 그려간다. 누가 봐도 친해 보이는 분들이 계시면 동시에 섭외 요청을 드리기도 하고, 구심점이 되는 한 분이 계시면 추천을 받아서 진행을 한다. 제작진이 섬에 가자고 하는 것보자 'OOO씨가 같이 섬에 가시고 싶어 한다'고 하면 쉽게 섭외 되는 경우도 있다. 의사의 문제보다는 스케줄 조정이 어렵다. 보통 2박 3일을 빼야 하는데 그게 안 맞으면 출연이 힘들다.Q_'안다행' 오면 출연자들 모두 무방비 상태다."이게 방송이 돼요?"라며 걱정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 분들은 오히려 무방비한 모습을 좋아하신다. 연예인이 꾸밈 없는 모습으로 해루질해서 먹거리를 잡고, 밥을 해먹는 게 얼마나 이야기가 될까 싶었는데 시청자 분들이 볼 때는 "우리하고 사는 게 똑같구나" 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Q_제작진 입장에서 가장 의외였던 출연자는?제일 반전은 역시 안정환 씨다. '궁민남편' 때 뭐든 잘하는 분이라는 건 알았지만 섬 생활은 다르지 않나. 제작진도 섬에 대해 잘 몰랐던 초반부터 안정환 씨는 적응을 너무 잘하셨다. 고기 잘 안 나온다는 낚시 포인트에서 30분에 12마리를 낚더라. 요리도 상식도, 예상을 완전 벗어난 출연자다. 섬을 즐기는 분이고 아이디어도 많다. 누구와 하면 좋겠다거나 무엇을 하면 좋겠다거나. 참여도가 높다. 프로그램에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거고, 그래서 감사하다. 현장에서는 제작진이 요리를 못 먹는데, 우리에게 "밥 먹었냐" 한마디 건네고 챙겨주시고, 정말 촌장님 같은 분이다.박세리 씨도 놀랐다. 최고의 삶을 살아온 '리치 언니' 이미지라 최고급 주방에서 밀키트 같은 거 많이 드실 거라 생각했는데 차기 촌장감이라 할 정도로 능숙하다. 평소 자연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좋아하셔서 섬 생활의 패턴도 잘 알고, 식재료도 뚝딱뚝딱 손질 잘하고, 해산물도 정말 잘 아신다.Q_그런 출연진의 매력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게 제작진의 몫인 것 같다.디렉팅이 없기 때문에 시사 과정이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지나쳤던 출연자의 매력이 여러 차례 제작진 시사를 통해 발견된다. 놓쳤던 표정이나 멘트를 찾아내 자막 처리를 한다든지 단독샷으로 대체한다든지. 섬까지 어려운 걸음 해주신 분들이지 않나. 출연자의 매력을 시청자도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찾아야 한다. 카메라가 출연자의 2배수 정도다. 출연자의 몰입감이 깨지지 않도록 카메라를 섬 곳곳에 숨겨두는 일도 중요한 과정이다. TV 예능의 장점이 그거다. 같은 모습도 여러 다른 각도에서 때로는 풀샷, 때로는 투샷이나 원샷으로 잡아 변화를 주고 현장감을 살리고 출연자의 매력을 극대화 시킨다는 것.Q_아무것도 안 잡혔을 때는 없었나?자연이 주는 것이라 불평 불만을 할 수는 없지만 섬 선택에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게, 공복 상태에서 안 잡히면 출연자도 제작진도 텐션이 떨어진다. 그러다가 조개 하나라도 나오면 다들 눈빛이 달라진다. 뭐라도 하나 잡히면 출연자들 텐션이 올라간다.하나도 안 잡힌 적은 아직 없다. 출연자가 먹을 만큼 잡을 때까지 해루질을 하기 때문에. 방송에서 짧게 나갈 뿐, 간조에 시작해 만조 직전까지 해루질이 계속된다. 작가 입장에서는 내가 찾은 섬에서 수산물이 잘 잡히면 정말 뿌듯하다. 문제는 눈앞에 수산물이 계속 나오면 출연자가 포기를 안 하고 계속 잡는다. 누군가 "그만해"라고 해도 포기를 못하시더라.(웃음)Q_진짜 맛있어서 맛있다고 하는 건지도 궁금하다.제작진이 그곳에서 요리를 안 먹어 봐서 우리도 맛이 궁금하다. 하루 한 끼에 첫 끼인데 맛이 없기도 힘들 거다. 출연자들이 공통적으로 "이 뷰에서 뭘 먹어도 맛있지"라는 말을 한다. 집에서 먹으면 맛 없을 요리도 공복에 아름다운 뷰를 앞에 두고 먹으니 서로 칭찬만 하게 된다. 먹을 때만큼은 싸우지 않는 매직이 벌어진다.물론 간혹 돌이 씹히고, 해감 안 된 조개를 먹는 경우도 있지만 현장에서 기분에 취하기도 하고, 친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이기도 하고. 정말 맛있어서라기보다는 같이 놀러 온 기분이기에 더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공복, 노을, 함께하는 친구가 있어서. 구이, 찜, 회, 숙회 같이 싱싱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들이기도 하고.Q_'안다행'에 출연했으면 하는 스타는?올해는 다양한 분들을 섭외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프로그램 최종 목표는 절친의 대명사 배우 정우성, 이정재 씨 출연이다. 또 박준형 씨가 나오셨었는데 이번에는 지오디 완전체도 나오면 좋겠다. 최근 허영지 씨도 스튜디오에 나오셨으니, 재결합한 카라 완전체도 기다리고 있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권정희 작가[막후TALK] 인터뷰②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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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방송작가요? 시청자 짝사랑하는 일이죠" (인터뷰②)
[막후TALK]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권정희 작가는 2006년부터 방송가 생활을 시작한 베테랑이다. 주로 MBC에서 일해온 그는 MBC '일밤'부터 '우리 결혼했어요' '쇼! 음악중심' 등 굵직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MBC 예능의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권 작가는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메인작가로 프로그램 시작부터 함께했다. 전작인 '궁민남편' 제작진과 '안싸우면 다행이야'에서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오랫동안 예능 방송작가를 해온 권 작가는 '안다행'을 만나 "매우 운이 좋다"고 말했다."방송작가, 시청자 짝사랑하는 일"Q_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그 생각을 안 해본 방송작가가 있을까 싶다. 같이 일하는 팀이 중요하다. 요즘 우리 팀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이 있으면 호흡이 잘 맞아서 운이 좋다는 얘기를 한다. 방송작가 일도 협업이고 팀의 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호흡이 맞지 않는 팀에 갈 경우 팀원 간 갈등이 생기는 게 가장 힘든 일이다. 촬영이 힘들다기보다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없이 프로그램에 열중할 수 있는 것도 큰 복이라 생각한다.사람과 하는 일이니 사람과 관계에서 지치는 경우가 있다. 매니저와 충돌도 많고, 섭외도 고되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작가들은 혼이 날 때, 충돌이 생길 때 그런 생각을 하고, 연차가 쌓이면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보다 '내 역량이 여기까지인가, 내 길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더라.Q_시청률에도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시청률이 안 나오면 자괴감에 빠지고, '내 생각이 맞나' 하게 되는데 그런 순간은 끊임없이 온다. 그런데 '안다행' 같은 경우는 애정을 갖고 시작한 프로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 '안다행'이 지금처럼 자리 잡기 전에 시청률이 주춤했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시청자가 보고 싶어하는 게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서 외면 당하나?' 생각이 들 때 힘들었는데, 제작진 모두 같은 마음으로 밤낮 없이 회의를 했다. 그렇게 돌파구를 찾아갔고, 지금은 프로그램을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제작이 일주일 내내 돌아가는데, 그 시간은 시청자를 향한 고백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러다 월요일 저녁 고백을 하고 화요일 새벽 6시 답을 듣는다.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 고백에 대차게 까인 느낌이고, 또 잘나오면 고백에 성공한 것 같고 그렇다. 시청률에 따라 일주일의 기분이 결정된다. 결과가 안 좋을 때는 일주일 내내 힘들고 그렇다.Q_방송작가는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하는 걸로 안다.여러 프로그램 하는 작가도 있기는 한데 저는 하나만 파는 성격이고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게 벅차더라. '안다행'은 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을 계속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작가마다 특기 다 달라요"Q_방송작가가 되는 방법은? 특별히 갖춰야 할 기질이 있나?지금은 예전보다 방송작가가 될 수 있는 루트는 다양하다. 지상파 3사 아카데미도 있고, 방송작가가 개인적으로 소규모 아카데미를 운영하기도 한다.필요한 기질은 프로그램마다 조금 다를 것 같은데, '안다행'의 경우 너무 도시인이라면 조금 힘들 거다. 도시 사람이지만 자연에 잘 적응하는 사람은 재미있게 하는데 끝까지 적응을 못한 친구들도 있다. 다행히 지금 팀은 잘 적응해서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포지션도 다양하다. 출연자와 인터뷰를 하는 인원, 섬을 섭외하고 관계기관의 협조를 잘 받는 인원 등 특기가 있다. 그런 특기를 잘 조율해서 포지션을 짜고 알맞는 연차의 작가를 뽑아 팀을 구성한다. 팀워크로 움직이다보니 서로 성향이 잘 맞는 것도 사실 중요하다.Q_방송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좋은 점, 빛나는 부분만 보고 뛰어들면 실망할 거다. 연예인과 친해지고, 본인의 기획이 바로 채택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고, 그런 걸 꿈꾸며 시작하겠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어두운 면도 각오를 하고 뛰어들기를 바란다. 우린 프리랜서이고, 철저하게 능력제이기 때문에 하기 나름이다.시청자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주말 없이 일하기도 하고, 보이는 것 이상으로 힘든 점이 훨씬 많은 직업이라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커리어에 있어서는 본인의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접근했으면 좋겠다. 재기발랄한 역량을 발휘해 이른 연차에 대본을 쓰고 싶은 작가는 지상파 3사보다는 웹예능이나 유튜브 채널 쪽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상파 3사 등 TV 예능은 연차별 포지션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서 갈증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지상파 3사나 종편에서 프로그램을 하는 게 목표라면 커리어가 인정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매체가 많아졌지만, 경력 관리는 작가에게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Q_방송작가로서의 목표는?일단은 '안다행'이 200회까지 가는 게 단기적인 목표이고...(웃음) 내가 처음 방송작가를 시작할 무렵 공익 예능 붐이 일었는데 지금은 시장이 완전 바뀌었다. 방송이 공익을 주도하는 시장은 아니고, 이미 시청자가 방송을 만드는 사람보다 보는 눈이 높아졌다. 요즘 시청자가 좋아하는 '코드'를 찾는 싸움이다. 다음 프로그램도 시청자가 원하는 하나의 코드를 하나 찾아내는 게 목표다.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찾는 것보다는, 시청자가 좋아하는 포인트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건 장르 파괴다. 예능 같은 교양, 다큐 같은 예능 등 다른 장르를 예능에 접목 시키거나 예능이 아닌 다른 장르에 유머를 접목 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다.방송작가가 적성에 맞는 방송을 맡아 오랫동안 함께하는 건 권정희 작가의 말대로 '매우 운 좋은 일'이겠지만, 방송에 대한 열정과 시청자를 짝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운도 계속될 수 없을 터. 개입을 최소화하는 관찰 예능인 '안다행'의 특성 상 권정희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은 섭외와 후반 작업으로 모든 서사를 준비하고, 완성한다. 생고생에 기꺼이 임해준 출연자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 재미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안다행' 제작진의 노력이 부디 오랫동안 시청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권정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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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머리숱 빽빽한 PD가 만드는 탈모 예능 (인터뷰①)
<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MBN '모내기클럽', 웹예능 '운동부 둘이왔어요' 김성 PD[TV리포트=박설이 기자]"월화수목금토일 쉬는 날이 없어요."KBS에서 '1박2일' 팀에 제일 오래 있었던, 현 스페이스래빗 소속 김성PD는 힘들어 하면서도 미소를 띠었다.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하는 사람의 '폼'이었다.예능을 만드는 스페이스래빗은 '돌싱글즈' '고딩엄빠'으로 성공을 거두며 MBN 예능의 존재감을 공고히 했다. 야심차게 선보이는 국내 최초 탈모 버라이어티 '모내기클럽'을 맡은 김성 PD는 '시도'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0년부터 MBN에서 '친한 예능' '오래살고볼일' '전국방방쿡쿡' 등을 만든 김성PD. 웹예능 '운동부 둘이왔어요'와 '모내기 클럽'을 동시에 만들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최근, 서울 상암에서 만났다."KBS, 꿈에 그리던 직장이었지만..."방송가에서 '공무원'으로 통하는 'KBS 소속'이라는 신분을 내려놓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터. 김성 PD는 "안정적이고 꿈에 그리던 직장이었지만, 새로운 숏폼, 플랫폼 등에 대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며 세상 밖으로 나온 이유를 밝혔다. MBN의 예능 제작 전문 자회사인 스페이스래빗에서 KBS 출신 PD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그는 "KBS 있을 때는 부서별로 워낙 바빠서 서로 볼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보니 더 끈끈해진 것 같다"며 만족했다.물론 KBS를 떠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장 아쉬운 건 KBS의 '원스톱 시스템'이라는 김PD는 "있을 땐 몰랐는데 후반 작업 시스템이 정말 위대하다"라고 말했다. 자막, 색 보정 등 완성본이 나올 때까지 모두 KBS 직원들이 맡아 했기에 촌각을 다투는 전쟁 같은 편집 과정도 물 흐르듯 진행될 수 있었다. 그는 "한번에 되는 시스템이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었는데, 나와서야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면서 "나와보니 분야별로 다 세분화돼 있어 하나하나 이메일로 소통을 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으로 일할 때가 많아져 디테일을 얘기하기 쉽지 않더라"라고 아쉬워했다. KBS 등 지상파가 갖춘 고급 인력 인프라, 최상급의 정보력은 재직 PD들에게 가장 큰 메리트일 수 있다. 오랜 시간 방송을 만들며 구축한 시스템을 떠나 만나게 된 건 외주와 조율의 연속. 음향, 음악, 자막, 종편 등 외주사가 다 다르고 최종 결정권을 가진 PD 입장에서는 이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피로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KBS를 떠나며 남았던 일말의 아쉬움을 보듬어주는 건 함께했던 동료들이다. 김성PD는 KBS에서 함께 일했던, 지금은 KBS를 떠나 다른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는 동기 PD들과 지금도 자주 만나며 응원을 주고받는다. 그는 "다 잘돼서 너무 좋다. 힘든 바깥으로 나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해서 잘되고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탈모를 예능으로 만들어도 될까?"대학 시절 영화 연출을 전공한 김성 PD는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을 보고 동명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전쟁 사진을 본 사람은 '나는 저 전쟁에 죄책감은 없어. 안쓰럽지만 남의 고통일 뿐이야'라고 한다. 어쩌면 저 전쟁을 이미지화하는 것조차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만든 영화였다"고 자신의 첫 연출작을 떠올렸다. 김PD가 습작에 대해 처음 털어놓은 이유는 그가 만들고 있는 예능 '모내기클럽' 때문이다.머리숱이 빽빽해 탈모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는 김성 PD가 '모내기클럽' 연출 제안을 받은 건 지난해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라고 생각해 고사했지만 결국 김 PD의 손으로 돌아왔다. 그는 "탈모로 예능을 만든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면서도 "탈모를 감추고, 음지로 들어가고, 친한 친구에게조차 얘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극복한 이들의 희망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다른 사람의 외모를 지적하는 것이 결례라는 인식은 확산됐지만 유독 아시아권에서, 특히 한국에서 탈모는 여전히 놀림의 대상이다. '대머리' 혹은 '민머리'라며 개그의 소재로도 자주 이용한다. 벨기에에서 온 방송인 줄리안은 '진짜 사나이'에 출연해 이마를 드러냈다가 주변의 놀림과 걱정을 겪고는 결국 모발 이식 시술을 받았다. 탈모를 향한 한국인의 '시선'에 굴복한 셈이다. 줄리안의 사례가 연출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김 PD는 "탈모 고민을 가진 인구가 천만인데, 많은 이들이 타인의 시선 때문에 몰래 찾아보다 잘못된 정보를 접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정보를 얻고 진료를 받으려면 많은 돈이 들지 않나. 양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명수, 탈모 극복 위해 안 해본 것 없는 사람"일찍이 '탈밍아웃'을 한 연예계 대표 '탈모인' 박명수는 '모내기클럽' MC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다. 김PD는 "기획 의도를 설명하기도 전에 먼저 다 얘기하시더라. 탈모 극복을 위해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분"이라며 박명수를 향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많은 방송인들이 탈모인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탈밍아웃'을 결심하고 있다. MC인 박명수와 김광규 외에도 김수용, 박성광, 줄리안, 고은아까지 '모내기클럽'을 통해 희망을 전하고자 게스트로 나서줬다.탈모에 대한 정보만으로 프로그램을 채우는 게 가능한지도 고민거리였다. 김성 PD는 이들의 '이야기'로 채워 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정보 제공이나 궁금증 해결에는 한계가 있을 거다. 탈모 고민을 가진 회원(방청객) 분들의 인간적인 얘기를 들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최근 촬영된 여성 탈모인 편에는 고은아, 김미려, 이은형, 배윤정이 출연해 출산 후 탈모, 넓은 이마 등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고.김 PD는 "'모내기클럽'에 출연하는 분들은 극복기를 공유하거나, 탈모를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된 과정을 얘기해 준다. 이들이 지나온 길을 보면서 좋은 정보를 얻어가길 바란다. 시청자가 정보를 하나라도 얻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MBN, 김성 PD[막후TALK] 인터뷰②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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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현주엽-김태균이 PPL에 진심이 이유 (인터뷰②)
[막후TALK]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TV 예능과 웹예능을 동시에 제작하고 있는 연출자가 몇이나 될까? 김성PD가 그걸 해내고 있다. 스페이스래빗의 유일한 웹예능인 '운동부 둘이 왔어요'는 구독자 수 40만을 육박하며 순항 중이다.시청층이 대체로 높은 MBN, 김성PD는 젊은 시청층을 더 가까이서 만나고 싶어 웹예능 '운동부 둘이왔어요'를 시작했다. 전현직 운동선수들이 밥과 술을 곁들여 얘기를 나누는 이 예능은 편당 조회수 100만 이상을 찍은 회차가 잔뜩이다. 김 PD는 전작 '전국방방쿡쿡'을 통해 20인분 먹방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스포츠 스타 출신 두 미식가 현주엽과 김태균을 메인 출연자로 택했다. 그는 "'누가 먹으면 좋을까?' 하다가 두 분의 케미가 떠올랐고, 딱 10개만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기존 30~50대 남성이 주 시청자였다면, 최근 숏츠를 시작하면서 20대와 여성 시청층도 늘고 있는 추세다.김 PD에 있어 TV보다 훨씬 자유로운 웹예능 환경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는 "웹예능에서는 출연자가 좀 더 솔직할 수 있고, 분량에 제한도 없다"라고 차이를 전했다. 70, 80분을 채워야 하는 TV 프로그램과 달리 15분을 내도 되고, 25분을 내도 되는 게 웹예능이라 분량 압박이 없다는 설명. 게다가 현장 스태프도 단 9명으로, 기본이 수십 명인 TV 방송보다 제작 규모 가볍다. 작가 역할도 김성 PD가 직접 맡아 하고 있다.PPL 열심히 하는 출연자를 만난다는 것그가 꼽은 웹예능 최고의 장점은 단연 PPL이다. 김PD는 "최대한 요청 사항을 받아들이려 한다. 출연자들도 PPL에 열려있고, 또 잘 소화한다"라며 "첫 PPL을 받고는 '돈 받고 먹으러 가는 건 안 봐'라는 반응이 있을까 봐 두려웠던 게 사실이다. TV에서는 광고라는 게 티가 나면 딱 거부감이 생기지 않나. 그런데 너무 고맙게도 '광고 열심히 하고 더 맛있는 거 먹으러 가라. 숙제 열심히 해라'라고 말해 주시더라. 웹예능은 봐주시는 분들이 '시청자'가 아닌 '팬'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너희들이 PPL을 해야 오래 갈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정말 신기하다"라고 구독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실시간 소통이 된다는 점도 TV 예능과 다르다. 포털사이트 댓글 기능이 없어져 일반 시청자의 반응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튜브 댓글은 가장 빠르게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고 반응을 캐치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그는 "댓글로 PPL 얘기를 하면서 응원해 주시니 출연자들도 더 신이 나고, PPL 들어오면 더 열심히 한다. 불편하지 않게 PPL을 녹이는 포인트를 찾아가는 묘미도 있다"고 말했다. 먹고 마시는 예능이다보니 주류, 음료, 요식업 프랜차이즈 등 기업의 PPL이 쏟아지고 있다고 자랑한 김PD는 "신발 PPL이 들어왔는데 현주엽씨 발 사이즈에 맞는 게 없어 포기한 게 있었다. 아쉬웠다"고 비하인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저작권 복잡해 음악을 뺐더니...웹예능을 만들기 위해 유튜브에 영상 업로드하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PD가 봉착한 어려움은 의외로 음악이었다. 음악 사용에 있어 저작권 해결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기에 아예 음악을 빼버렸다. 그는 "음악을 뺐더니 오히려 출연자들의 말이 잘 들리더라"라고 말했다. 긴 호흡의 TV 예능을 만들며 음악을 강박적으로 많이 넣어왔다는 것을 깨닫고 음악을 빼니 훨씬 '유튜브 감성'에 근접해졌고, 구독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초대해 밥을 먹이고 싶은 운동선수를 묻자 김PD는 주저 없이 "손흥민"을 외쳤다. 그는 "현역 선수를 모시는 건 사실 조심스럽기는 하다. 아무리 좋은 걸 대접한다고 해도 식단 관리도 해야 하고 경기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니까"라며 "쉴 때 나와주셨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좋아하는 손흥민 씨를 모시는 게 꿈이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더불어 김성 PD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향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인기 종목, 혹은 유명하지 않은 선수가 출연하면 조회수에는 분명 영향이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자기 분야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도 내 목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네 형이랑 술 먹으면서 보는 것 같다'라는 댓글이 정말 좋았다. 정형화된 게 아닌,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영화학도가 예능PD가 되기로 한 이유본인이 조심스러운 편이라고 말하는 김성 PD, 방송사가 '모내기클럽'의 연출을 그에게 맡기게 된 건 그 조심스러운 성향이 '탈모'라는 독한 소재를 세심하게 보듬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영화학도였던 그가 예능PD를 꿈꾸게 된 이유도 그의 조심스럽고 세심한 성향과 결을 같이한다.군 제대 후 UCC 공모전에 참가, 유럽으로 향했던 김성PD는 "유럽 사람들에게 꿈을 물어봤더니 직업이나 성취 같은 걸 얘기하는 게 아니라 '가족과의 시간' '나의 행복을 찾는 일'을 얘기하더라. 그게 살아있는 이야기였다"라고 떠올렸다. 영화처럼 상상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아닌, 살아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한 계기였다. 그는 "예능이라면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무한도전'에서 기후변화 얘기를 컨테이너 두 개를 이용해 재미있게 풀지 않았나. 책으로 봤으면 관심 없었을 어려운 얘기를 개그맨들이 친근하게 풀어내는 걸 보고 '이런 힘이 있구나' 했다"고 말했다. 김PD는 '모내기클럽'도 숨은 탈모인들에게 용기라는 메시지를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그런데 그가 진짜 만들고 싶은 예능의 목표점은 다른 데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김성 PD는 "예능은 교양, 드라마의 포맷을 다 흡수해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예능의 원류인 정통 코미디가 설 자리가 없다"면서 "코미디언들을 만날 때마다 천재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들과 무엇이든 함께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스페이스래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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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X채시라X강호동, KBS 50주년 생방송 MC 확정
[TV리포트=박설이 기자]배우 최수종과 채시라, 코미디언 강호동이 KBS의 50주년을 축하하는 특집 프로그램 MC로 나선다.최수종, 채시라, 강호동은 내달 3일 열리는 KBS의 공영방송 50주년 기념 프로그램 '당신의 KBS, 우리의 50년' 특집 무대를 진행한다. '당신의 KBS, 우리의 50년'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 및 연예인들이 참석해 KBS 드라마와 예능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특집 방송으로, 오랜 시간 시청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KBS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미래 50년을 기약하는 축제의 시간이다. 최수종과 채시라, 강호동은 KBS와 깊은 인연이 있는 스타들로서 이번 특집 프로그램에 의미를 더한다. 최수종은 KBS 대하사극 '해신' '대조영' 대왕의 꿈', KBS2 주말극 '하나뿐인 내편' 등에 출연하며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KBS에서만 3개의 연기대상을 받았다.채시라는 KBS 드라마에서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며 명품 연기를 선보여온 연기자다. '야망의 전설' '애정의 조건' '천추태후' '착하지 않은 여자들' 등 KBS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1999년 드라마 '왕과 비'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강호동은 인기 예능 '1박 2일'의 시작을 함께하며 KBS 예능 부흥기를 이끈 스타다. '1박 2일'로 KBS에서 총 세 차례 연예대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제4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인 최초 대상을 수상했다.최수종, 채시라, 강호동이 호흡을 맞추는 '당신의 KBS, 우리의 50년'는 KBS와 대한민국이 사랑한 인물들을 기리는 추모 헌정 무대, 미래 50년을 빛낼 K-POP 스타들의 무대 등으로 꾸며진다. MC들은 KBS 예능, 드라마의 역사를 소개하는 프레젠터 역할도 맡을 예정이다.'당신의 KBS, 우리의 50년'은 오는 3월 3일 오후 7시 10분부터 KBS 1TV에서 11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KBS 1TV 외 KBS월드를 통해 전 세기 117개국에 동시 방송된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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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진이네', 첫방 전 아마존 선판매...월드 클래스 K예능
[TV리포트=박설이 기자]절친 박서준, 최우식, 방탄소년단 뷔가 함께하는 나영석 PD의 tvN '서진이네'가 아마존에 사전 판매됐다.TV리포트 취재 결과 '서진이네'는 OTT 서비스인 아마존을 통해 해외에서 서비스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와 동남아 국가 일부 시청자들은 첫 방송일인 2월 24일부터 매주 금요일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 한국 방영 후 VOD로 '서진이네'를 시청할 수 있다.드라마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 국내 공개 전 해외 OTT에 판매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나영석 사단은 지난 2017년 tvN '윤식당'을 시작으로 2018년 '윤식당' 시즌2, 2021년 '윤스테이'까지 선보이며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등과 시리즈를 선보여 전 세계 한류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윤식당'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서진이네'는 이번 아마존 선판매로 '윤식당' 시리즈를 통해 확장해온 글로벌 K-예능 시장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서진이네'는 tvN 프랜차이즈 예능 '윤식당'의 스핀오프 버전으로, '윤식당'에서 이사로 활약한 이서진이 사장으로 승진해 한국의 패스트푸드인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 예능 프로그램이다.'서진이네'는 출연진부터 화려해 제작 초반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장 이서진을 필두로 '윤식당'에서 활약한 크루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이 함께한다.가장 주목되는 멤버는 월드 클래스 그룹 방탄소년단의 뷔. 그는 지난 2021년 5월 나영석 PD의 '출장 십오야'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함께 출연해 언제든지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 나영석PD의 '서진이네'에 합류하게 됐다. 더욱이 뷔와 절친한 사이인 박서준, 최우식의 절친 케미스트리가 '서진이네'에 어떤 재미를 불어넣을지 기대가 모아진다.tvN '서진이네'는 지난해 말 멕시코에서 촬영을 진행했으며, 오는 2월 24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50분 방영된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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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유재석과 신사옥에서, ’비밀보장‘ 400회 (인터뷰②)
[막후TALK] 인터뷰①에 이어..[TV리포트=박설이 기자] 2023년 2월 15일 수요일 400회를 맞는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하 '비밀보장')을 바라보는 두 작가의 감회는 남다를 것 같았지만 의외로 무덤덤했다. 그들에겐 몇백 회가 되든 '비밀보장'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고, 열심히 일하는 많은 날들 중 하루다.박: 400회 소감이 궁금해요.김: 하다 보니 400회가 돼 있어요. 진한 감회를 돌아보기에는 너무 바빠요.조: 맞아요. 우린 너무 바빠요. 하다 보니 100회, 하다 보니 2주년, 하다 보니 300회, 하다 보니예요.김: 듣는 분들은 루틴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회의를 정말 많이 하면서 지금까지 해온 거거든요.박: 고민을 들어준다는 하나의 포맷을 계속 가져가니까요.김: 맞아요. 중심을 버리는 게 악수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여기에 깨알 같은 재미를 넣고 디테일한 차이를 주려고 치열하게 고민하죠.조: 작가인 저희가 땡땡이 분들과 소통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마운 마음이 정말 커요. 김: '비밀보장'은 틀면 나오는 게 아니라 찾아서 들어야 하는 방송이고요. 때로는 재미가 덜한 회차도 있었을 텐데 땡땡이들은 의리로 지금까지 같이 와주셨고, 그렇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계속 만들고 싶어요.사연을 받고,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을 해주는 방송은 많다. '비밀보장'이 가진 고민 해결이라는 콘셉트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 흔한 포맷을 살리는 건 송은이와 김숙, 그리고 전화 연결이다.박: 고민 들어주는 방송은 많죠?조: 사실 평범한 포맷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코너죠. 그걸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죠. 똑같은 고민 상담이라도 송은이와 김숙이 풀어낸다는 게 특별한 거고요. 생각이 다른 두 사람이 각자 솔루션을 준다는 것이요. 송은이 김숙이 해결 못하는 건 전화 연결로 해결하고요.김: 남의 전화를 엿듣는 느낌도 들잖아요? 방송이 아닌 것처럼, 거친 말도 하면서 진짜 사적으로 통화하듯 얘기를 나누니까요.박: 저 개인적으로는 담배녀(김숙의 친구이자 흡연자, 전화 연결 단골 게스트)의 팬이에요. 그때만 해도 방송에서 대놓고 흡연 얘기를 하는 건 흔치 않았거든요.김: 너무 재미있었죠? 일반인인데 너무 재미있는 분이에요. 그런 것들을 보면 초창기에 '비밀보장'이 확실히 앞서갔던 것 같아요. 흡연 얘기나 성 상담을 하는 프로그램이 물론 있기는 했지만 재미 없게 다뤘죠, 대부분. 각 잡고 진지하게. 저희가 B급 감성으로 잘 풀었던 것 같아요.박: 전화 연결하면 출연료는 받나요?조: 대표님이 전화 연결한 목록을 한번씩 뽑아서 다 출연료를 챙겨 드리고 있어요. 전화 연결한 사람도 출연료를 지급한다는 방침이에요.김: '비밀보장'은 전화 연결을 하는 게 방송의 핵심이잖아요? 라디오 출연자처럼 출연료를, 많지는 않지만 드리는 거죠.박: 스튜디오 오시면 더 많이 드리겠네요?조: 그렇지만 스튜디오에 잘 안 오셔요. 돈 때문인가? 하하김: 오히려 게스트가 많이 나오면 평범해지는 것 같아서 게스트 모시는 걸 지양하려고 해요.김종선 작가의 말처럼 '비밀보장'에는 게스트가 거의 없다. 그런데 15일, 400회를 맞아 특별히 유재석을 초대했다. 유재석은 '비밀보장' 초창기 홍보에 기여도가 상당한 인물. 여러 차례 전화 연결 혹은 음성 녹음으로 땡땡이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송은이가 유재석의 웹예능 '핑계고'에 출연한 보답으로 '비밀보장' 품앗이 출연이 성사됐다. '비밀보장' 3회에서 유재석의 첫 음성 메시지 '유재석의 염려'가 공개된 지 8년 만이다.박: 유재석 씨 오시는 날은 전사가 움직이겠어요.김: 그날은 팬싸를 아예 준비할 거고요. 그걸 찍을 거예요. 조: 언니가 '유재석 씨 오면 옆방에서 전화 받는 걸로 하면 어떨까?' 하더라고요. 아니 유재석 씨가 왔는데...굳이?김: 김수용 씨, 담배녀, 황보, 산다라박, 김영철...스튜디오에 왔던 게스트가 10명이 채 안 될 거예요. 근데 아무래도 게스트가 오면, 불시에 전화해서 갑자기 화장실에서 받는다든가 하는 돌발 상황, 날것의 느낌이 좀 덜한 것 같아요. 그러나 유재석은 재미있을 거예요. 하하!박: 유재석 활용 방안, 얼마나 준비됐나요?조: 유재석을 위한 특별한 코너를 만들지는 않았어요. 유난 떨지는 않고요. 다만 유재석 씨가 모든 코너를 함께하는 '유재석의 비밀보장'으로 하려고요. 하하!김: 평소 하던 거 한다고 해 놓고, 우리가 했던 모든 코너를 '자 다음 코너, 다음 코너, 다음 코너' 모든 코너를 다 함께 하겠다, 착즙을 하겠다는 거죠. 유튜브도 한 3회분?조: 3회분이 뭔가요? 5회분은 나가야죠.김: 평소 하던 거 한다고 안심 시키고 뽕 뽑는 특집이에요.'비밀보장'은 김종선 조혜정 작가가 만들어 온 일반 라디오 프로그램과 달랐다. 초창기 '비밀보장'은 사연만 있고 음악과 광고가 없었다. 긴 시간을 사연만으로 채우는 게 버겁지는 않을까 고민했고, 해결책을 찾았다. 그 키는 김숙이 내놨다.박: 초창기 '유재석의 염려' '이영자의 넋두리' 같은 음원이 반향이 컸어요.조: 라디오는 사연 듣고 음악 듣고, 광고 듣는 타이밍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때 유행하던 정치 팟캐스트를 들어보니 계속 얘기만 하는 거예요. 저작권 때문에 음악을 못 트니까요. 음악 대신 뭐라도 틀어야겠는데...고민하다가 녹음해온 걸 틀게 된 거죠. 방송국에서 누구 만나면 "안부 인사 해줘" 하면서 녹음을 따기 시작한 거예요.김: 거기에 제목을 재치 있게 달았던 게 재미를 줬죠. 그것도 우리끼리 밥 먹고 깔깔 대다가 툭툭 나온 거였어요. 누구 아이디어인지도 기억이 잘 안 나요. 영자 언니 목소리 녹음해온 건 숙이가 먼저 했었죠. 박: 결정적인 아이디어였네요.조: 큰 줄기를 은이 언니가 만든다면, 거기에 하나씩 강력한 양념을 쳐주는 건 숙이 언니죠.김: 그런 다음에 "광고도 넣자" 하다가 지인들 중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떠올렸어요. "왜 그 양꼬치집 하는 매니저 광고 녹음해서 달라고 해봐"라고 해서 음원을 받아 무료로 틀어줬어요. 초기 특혜죠. 이걸 다른 광고주가 들으면 광고가 들어오겠지 하면서요. "저희는 아직은 광고가 없습니다. 그래서 광고를 만들어서 보내라고 했어요" 이렇게.'비밀보장'은 줄곧 팟캐스트 상위권을 지켜온 인기 방송이다. 지난해에는 애플이 선정한 팟캐스트 '2022년 우리가 가장 사랑한 프로그램' 코미디 부문, '2022년 가장 많이 팔로우된 프로그램' 코미디 부문에 선정되며 저력을 증명했다.박: 8년 동안 팟캐스트 순위 상위권을 쭉 지켜온 비결이 있다면요?김: 다들 자기 포지션에서, 한 명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같이 열심히 달려왔거든요. 전 제 자리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대충 한 적이 없어요. 저뿐 아니고 다들 그래요. 은이는 "가서 좀 쉬라니까"라고 말을 해도 쉼 없이 계속 엔진을 돌려주고, 혜정이는 혜정이대로, 제가 "더 재미있는 거 없을까?"라고 하면 끊임없이 좋은 아이디어를 주고요.조: 그런 거 아닐까요? 되게 소소하게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게임으로 뭔가를 키우는 느낌? 같이 자라나는 느낌이요. 신사옥까지 오면서 땡땡이들과 쌓인 유대감, 그리고 '찾아서 듣는 우리만의 이야기'라는 점이요.김: 땡땡이들이 다른 방송보다 우리를 더 가깝게 느껴주는 게, 매체에서 하는 것처럼 너무 본격적이지도 않고, 나오는 사연은 내 고민 같고, 수다를 떨 듯 얘기해주고, 거기에 감정적으로 동화되고, 의리와 유대감도 생기는 것이죠.박: 주 청취자 층은요?김: 20대에 듣기 시작한 분들이 30대가 되고, 새로 듣기 시작하는 20대도 있고요. 20~40대 고루 있어요.조: 송은이 김숙 씨를 좋아하는 나이대죠.'비밀보장'의 슬로건 '사고무고', 사소한 고민부터 무거운 고민까지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고민 해결 방송이라는 의미다. '비밀보장'은 땡땡이들이 보내온 사연을 받고, 그것을 모아 분류하고 선정해 최종적으로 소개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과정의 연속이다.박: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연 있으세요?조: 최근인데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너무 힘들다는 사연이 왔어요. 보통은 저희가 너무 진지한 사연은 잘 안 하기는 해요. 기본이 예능이니까요. 그런데 그 사연은 많이 안타까웠어요. 누구와 전화 연결을 하면 좋을까 얘기를 해보다가 대표님이 "우리가 해결하기보다 땡땡이들에게 답을 받아 보면 어때?"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땡땡이들에게 부탁을 드렸죠.박: 두 분이 엄청 우셨던 걸로 기억해요.조: 맞아요. 사실 숙 이사님은 잘 안 우시는 분인데...김: '땡땡이가 땡땡이에게'라는 말도 이때 처음 썼어요. 또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박: 재미있던 일은요?김: 저희가 운동회를 했었어요. 되게 오래 전에. 티켓팅하듯 했는데 순식간에 100명 선착순 마감이 됐고요. 여기에 자원봉사 해주실 분을 모집했는데요. 엄청 좋은 학교 나온 성악가가 '갯바위'를 부르는 기묘한 코미디도 펼쳐졌고요. 의료봉사 오신 분도 내로라하는 학교 나온 의사였고, 유단자에 줄넘기 능력자에,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대단한 스펙을 가진 분들이 봉사를 하시겠다고 지원을 하셨거든요. 운동회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요. 송은이 대 김숙 두 팀으로 나눠서 머리에 뭘 뒤집어 쓰고, 줄다리기 하고, 흙바닥에서 구르고. 정신없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근 몇 년 중 제일 재미있게 놀았었어요.조: 저희가 그런 이벤트를 정말 많이 기획했었거든요. 근데 코로나가 터지고 그게 딱 끊겼죠. 2020년 비보쇼도 결국 대면 공연을 취소해야 했어요. 김: B급 감성을 공연에도 많이 섞으려고 하거든요. 멋있기만 한 거 말고. 유니크한 비보쇼를 기획했죠. 올해 안에 비보쇼를 다시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그간 수많은 스타,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 땡땡이들이 송은이, 김숙과 전화 연결을 통해 땡땡이들의 고민을 들어줬다. 앞으로 전화 연결을 했으면 하는 스타를 물었다. 두 작가의 픽은 김혜수와 송혜교.박: '비밀보장'에서 전화 연결하고 싶은 스타가 있나요?김: 저는 김혜수?조: 전 개인적으로 송혜교?김, 조 : "혜, 혜, 혜교야!"('비밀보장' 329회 참조)조: 지금 타이밍이 참 좋은데 말이에요.'비밀보장' 400회를 맞는 2023년 1월 빌려 쓰던 3층 짜리 상암동 빌라에서 비보만의 단독 신사옥으로 이사를 한 비보 식구들. 직접 둘러본 사옥, 멋진 7층 짜리 신축 건물 안은 사무실, 스튜디오, 편집실, 회의실, 탕비실 및 휴게실, 미래전략실(대표, 이사실)까지 속속들이 알차게 채워져 있다. 주변 건물들을 압도하는 사이즈와 모던하고 깨끗한 디자인이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박: 신사옥이요, 얇다고 놀림 받은 것 치고는 으리으리해요.조: 모서리를 보셨어야 되는데...정면만 커요. 그럼에도 예전보다는 훨씬 좋고요.김: 예전 사무실은 가정집을 개조한 거였어요. 부엌에 모이면 오손도손 얘기도 하고 했는데, 지금 사옥은 누가 출근 했는지가 안 보여서 좀 섭섭한 건 있죠.조: 누가 웃으면 "왜 웃었어?" 그러면서 참견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져서 아쉬워요.'비밀보장'을 만들어오며 '나는 급스타다' '영수증' '밥블레스유' '쇼핑왕 누이' '판벌려' 등 비보는 꽤나 많은 콘텐츠들을 만들어 선보여왔다. 지금은 제작하지 않는 프로그램들이다. 두 작가는 아픈 손가락으로 '영수증'을 꼽았다.박: 비보가 만들었던 프로그램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아픈 손가락도 좋고요.조: 영수증이 제일 아픈 손가락이죠. 제일 재미있었고, 또 아쉽기도 해요.다. 제일 재미있었고 또 아쉽기도 하다.김: 생겼다 사라지는 프로그램이 많잖아요? 그런데 '영수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구성이고 흐름이었어요. 어느 시대에든 조금씩 바꿔서 해나갈 수 있는 포맷이고요. 남의 사생활을 영수증을 통해 엿보는 재미도 있었죠. 요즘 경제 상황이 많이 안 좋잖아요? 지금 다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도 해요. '밥블레스유'도 다시 해보면 좋겠고요.비보에서 수많은 프로그램을 만들며 성장 과정을 같이 걸어온 두 작가는 아직도 비보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다. 본인들 말대로 워커홀릭이고, 이 일을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비보를 통해 만들고 싶은 이야기도 여전히 많다.박: 앞으로 비보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으세요?조: 옛날 느낌의 시트콤을 하고 싶어요. 지금 만들고 있는 '팬츠 CEO'도 작은 시트콤인 셈이죠. 단점이라면 우리가 출연해야 한다는 것? 요즘 시트콤이 없잖아요. 옛날 느낌의 시트콤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장항준 감독님도 계시고 대표님 숙이사님도 개그 연기를 하시는 분이고요. 김 : 저희가 사실 하고 싶었던 아이템이 많았는데, 자본 같은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만들지 못한 것들이 많았어요. 저희 아이디어가 다른 방송사에서 먼저 제작이 돼서 안타까웠던 적도 많고요. 조: 코로나가 딱 터져서 2020년 열 예정이던 '비보쇼'를 취소했었는데, 그때 송은이 김숙 두 분이 객석에 땡땡이들의 이름을 붙이자고 강력하게 원하셨거든요. 그런 포맷의 언택트 공연은 우리가 시작이었죠. 이후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게 많이 나왔었는데, 뿌듯하더라고요.'비밀보장'을 듣는 청취자들은 송은이 김숙의 팬이기도 하지만, '비밀보장'을 함께 만드는 제작진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진행자와 제작진, 그리고 청취자가 삼위일체인 것이 '비밀보장'의 장점, 강점이다. 땡땡이들에 대한 마음 김종선, 조혜정 작가의 마음은 그래서 남다르다.박: 8년이라는 세월, 400회까지 들어준 땡땡이들에게, 또 송은이 대표님에게 한마디 한다면?조 : 틀면 나오는 게 아닌, 찾아 들어야 하는데도 오랫동안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놓친 부분들도 찾아서 리마인드 해주시면서 열심히 들어주시는 땡땡이들에게 늘 고마워요. 저희 프로그램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같이 가고 있다는 유대가 크거든요. 밖에서 "땡땡이예요" 얘기 들으면 "제가 고민녀 작가예요"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예요. 앞으로도 비보의 가족처럼 있어 주시길 바랍니다.김 : 은이야, 가끔 우리끼리 밥이라도 먹자. 밥 먹을 시간이 없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해먹자. 가끔 네가 "비밀보장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재미없지 않니?"라고 고민을 하는데, 재미의 관점은 달라지겠지, 나이가 들면. 하지만 80살까지 해도 돼. '전국노래자랑'처럼 하면 되지. 그런 것도 하나쯤 있어도 돼. '비밀보장' 80살까지 하자.대표부터 막내까지 모두, 그리고 제작진과 팬이 함께 한다는 것, 비보가 지켜온 가장 큰 가치이자 원칙이다. 그 근저에는 회사를, 그리고 직원과 팬을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하는 '대표' 송은이가, 스태프들 이름은 모르지만 직원이 히피펌을 한 건 귀신같이 알아보는 은은하게 세심한 '이사' 김숙이 있기에 가능했다. 유익하진 않아도 무해한 것을 만들고자 하며 매주 수요일 오후 땡땡이들을 찾아온 비보 식구들의 고집, 급변하는 방송가에서 '장인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증명이 되길 바란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컨텐츠랩비보, TV리포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