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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심야괴담회', 2월말 시즌2 마무리...6월 컴백
[TV리포트=박설이 기자]유일무이 괴담 토크쇼 MBC '심야괴담회'가 이번 시즌의 막을 내린다.방송가에 따르면 '심야괴담회'는 2월 말 시즌을 마무리하고 재정비에 들어간다. 세 번째 시즌은 '심야괴담회'의 계절인 6월 돌아온다.'심야괴담회'는 지난 2021년 1월 파일럿 방송을 선보인 뒤 '이야기속으로' '토요미스테리'를 잇는 레전드 괴담 프로그램의 탄생을 예고, 뜨거운 반응을 얻은 뒤 같은 해 3월 정규 편성됐다.김구라, 김숙, 허안나, 황제성 등이 함께한 시즌1는 방송 1년 만인 지난해 3월 탄탄한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으며 마무리됐고, 3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2022년 6월 두 번째 시즌으로 컴백했다. 시즌2에는 마마무 솔라, 이이경이 새로운 진행자로 합류해 활기를 불어넣었다. '심야괴담회'는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어둑시니라는 시청자 판정단 제도를 도입해 괴담 마니아가 직접 괴담을 평가하고 사연자에게 상금을 주는 포맷으로 시청자의 유도, 상호 소통을 통해 제작된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시청자가 직접 겪거나 들은 사연으로 재구성된 재연 드라마와 MC, 괴스트('심야괴담회' 게스트)의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져 시청자에게 생생한 공포를 전달한다. '심야괴담회'는 MBC 프로그램 가운데 온라인 반응이 가장 뜨거운 콘텐츠로 꼽힌다. 어둑시니의 44개 촛불을 얻은 일명 '완불' 사연의 유튜브 클립은 조회수 300만을 육박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MBC 공포 토크쇼 '심야괴담회'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 방송된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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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계일주'만 유독 잘된 이유 [리폿@VIEW]
[TV리포트=박설이 기자]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극강의 P, 기안84를 주축으로 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가 시청자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22일 막을 내렸다.'태계일주'는 단 7회 만에 일요일 대표 예능으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시즌2 제작까지 확정했다. 전통 강자들을 제치고 최고의 화제성을 자랑한 '태계일주'의 마지막 회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 4주 연속 2049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엔데믹 이후 기다렸다는 듯 다양한 종류의 여행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가운데 '태계일주'는 단연 두각을 나타낸 여행 리얼리티다. 그동안 떠나고 싶어도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떠나지 못했던 시청자들을 대리만족시키기 위해 방송사들도 바쁘게 움직였던 터. '배틀트립2', '다시 갈 지도' '딱 한 번 간다면' '인생에 한 번쯤, 킬리만자로' '텐트 밖은 유럽' 등 해외로 나가는 예능이 쏟아졌다.그 가운데 후발주자였던 '태계일주'가 '런닝맨'의 시청률 1위 자리까지 위협할 정도로 유독 화제를 모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직항 없는 곳, 남이 하는 사서 고생먼저 희소성이다. 페루의 아마존, 볼리비아의 소금사막이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테마기행' 같은 여행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곳이기는 하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성향이 강했던 교양 프로그램은 정보 제공이 우선이었던 반면 '태계일주'는 여행하는 모습 그 자체를 담아 예능적 재미를 선사했다.더욱이 가까운 동남아나 아시아, 직항이 있는 미주나 유럽 같은 접근성 좋은 나라가 아닌 직항 없는 남미, 그 중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이었다. 비행기를 다섯 번 갈아타야 도착하는 곳으로 가는 '태계일주'는 대형 여행사나 관광청을 끼고 떠나는 여타 여행 예능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달랐다.눈에 띄는 PPL도 거의 없고 여행지를 미화하지도 않는, 그러니까 '홍보'가 거의 없던 탓에 제작비도 넉넉하지 않았다. 연출을 맡은 김지우 PD도 "제작비가 크지 않았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움직였다"고 직접 밝혔을 정도. 아이러니하게도 적은 제작비는 시청자가 진짜 원하는 날것의 여행기를 완성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계획이 거의 없다시피 움직였던 덕에 꾸밈 없이 자연스러운 기안84와 이시언, 빠니보틀의 모습을 러프하게 담을 수 있었다.#신의 한 수, 현직 여행가빠니보틀의 합류도 MZ 시청층을 안방극장으로 끌어모은 신의 한 수였다. 세계여행을 하던 중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자 '좋좋소'라는 웹 콘텐츠를 만들고, 재정비 후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해외로 나간 그는 여행을 하고 싶지만 코로나19 등 현실적인 이유로 움직이지 못하는 구독자들의 눈이 되고 발이 돼 세계 곳곳을 누볐다. 정형화된 여행, 남들이 다 가는 여행지가 이 아닌 관광객이 잘 안 가는 오지를 골라 탐험하며 위험과 변수를 무릅쓴 도전적 여행 루트로 호응을 얻으며 팬데믹 기간 100만 유튜버 반열에 올랐다.어디로 튈지 모를 기안84, 겁이 많고 의심이 많은 이시언 가운데서 빠니보틀은 오랜 여행 경험을 십분 발휘하며 척척 루트를 짜고 교통편과 숙소를 예약하며 어린 리더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다른 방송에서 하지 않은 여행 콘셉트, 싸우면서도 절교는 하지 않는 찐친 케미, 여기에 실무(?)를 담당할 여행 전문가가 더해져 최상의 시너지가 발휘된 '태계일주'는 극한의 상황에서 다른 방송국이 안 만들었던 화면을 만들어냈고, 누군가에게는 하드코어 여행에 대한 로망을, 사정상 멀리 떠날 수 없는 누군가에게는 대리만족을 선사했다.시즌2로 돌아온다는 '태계일주', 기안84의 버킷리스트가 누구와 함께, 또 어떤 그림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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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못 나가는 하정우의 영리한 복귀 [리폿@이슈]
[TV리포트=박설이 기자]지난해 12월, 마약 범죄와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빚은 다수 연예인이 KBS로부터 출연 정지를 당했다. 공영 방송인 KBS가 사회적 정서를 고려해 이들의 KBS 출연을 막는 조치를 내린 것.KBS 출연 규제 명단에 따르면 김새론, 곽도원, 신화 신혜성은 음주운전으로, 돈스파이크, 하정우, 비아이는 마약법 위반으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앞서 지난 2021년, 가수 휘성이 KBS 출연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프로포폴 상습 투약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휘성은 사건 후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방송 복귀는 하지 못하고 음원과 콘서트로 팬들과 만나고 있는 상황이다. 휘성과 마찬가지로 프로포폴 투약으로 재판을 받은 하정우의 행보는 어떨까? 하정우는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친동생의 이름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하지만 사건은 약식기소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서울중앙지법에 의해 정식재판으로 전환됐고, 2021년 9월 1심에서 재판부는 "각 범행 죄질이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서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벌금 3천만 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8만8749원을 명령했다. 재판 후 하정우는 취재진 앞에서 사과와 함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조심하며 건강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하정우의 KBS 방송 출연은 어려워졌지만 그 외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하정우를 열렬하게 찾는 모양새다.하정우는 프로포폴 벌금형을 받은 지 1년 만인 지난해 9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으로 복귀했고, 작품은 흥행에 성공했다. 화려한 복귀다. 당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정우는 프로포폴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2020년 거의 도를 닦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하정우는 '수리남'에서 마약 범죄자에 맞서는 정의로운 인물을 연기해 말 그대로 '연기로 보답'했다. 그의 과오를 용서하고 콘텐츠를 클릭하는 것은 전적으로 팬의 선택에 달린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배우 복귀는 성공적이었다. '1947 보스톤' '야행' '피랍' '하이재킹' 등 관객에게 선보일 영화들도 줄을 지었다.'수리남'으로 간을 본 하정우의 다음 스텝은 예능이다. 20일 첫 공개되는 여행 리얼리티인 '두발로 티켓팅'을 통해 첫 고정 예능에 도전하게 된 하정우는 전날인 19일 제작발표회에도 참여했다. 주지훈, 여진구, 샤이니 민호와 함께한 온라인 제작발표회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연출을 맡은 이세영 PD는 하정우와 주지훈 섭외에 대해 "청춘들에게 여행을 보내주자는 취지에 두 분이 공감해 섭외가 많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하정우의 복귀는 영리하다. 영화 대신 대중과 좀 더 가까운 OTT 플랫폼을 통해 돌아온 그의 선택은 주효했다. 영화에 비해 대중과 가까운 매체이지만 방송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것이 아닌, 콘텐츠를 사용자가 직접 선택해 시청하는 구조이기에 하정우의 범죄를 떠올리고 불편해하는 사람도 적다. 이번에는 또 다른 OTT인 티빙의 '두발로 티켓팅'에 출연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지난해 KBS 출연 정지 명단에 오른 연예인들 가운데 하정우의 죄질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하정우가 짊어질 유명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가벼울지는 대중이 판단할 일이다. 1년의 자숙 끝에 OTT에서 유독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하정우. 그가 나오는 예능을 편하게 볼 시청자가 얼마나 될지, 하정우 캐스팅이 티빙의 자충수일지 아닐지, 공개 후 티빙이 발표할 '유료가입자기여' 순위에 주목해 보자.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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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해졌다고?" 800회 맞은 '라디오스타', 직접 밝힌 롱런 비결 [종합]
[TV리포트=박설이 기자] 지상파 대표 장수 토크 프로그램으로 자리한 '라디오 스타'. '황금어장'의 짜투리 코너로 시작해 여엇하게 수요일 밤 황금시간대를 터줏대감처럼 지키는 프로그램이 되기까지, 16년 동안 800회를 이어온 MBC '라디오스타'가 자축의 자리를 마련했다.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라디오스타' 800회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이연화 PD, MC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가 참석해 취재진들과 만났다.MBC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지속하고 있는 '라디오스타', 초반 '독한 예능'으로 불릴 때보다는 부쩍 순해졌지만 여전히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 이 거친 예능 바닥, 어떻게 롱런했냐고?김구라는 '라디오스타'가 가진 토크쇼 본연의 역할을 언급했다. 그는 "MC들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건 토크쇼의 기본이다.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 것은 토크쇼 큰 틀의 포맷이다"라며 "중간중간 의욕적으로 뭔가를 시도해 보려고도 했었지만 토크쇼라는 포맷이 이미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핫하거나, 할 얘기가 있는 분을 모시는 데 큰 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김구라는 '라스'를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때 제일 높았지만 그보다 높은 빌딩도 많아졌다. 하지만 화려해서 눈길이 간다"면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데 다른 의미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맏형 김국진은 "'라스'가 방송 복귀작이었다. 첫 친구가 굉장히 특이한 친구"라며 "저도 특이한 면이 있어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벌써 800회?'라는 느낌이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아파서 한 주 녹화를 못했는제 나머지는 다 참여를 한 거 보면 저도 건강하고 '라스'도 아직 건강하구나 생각을 한다. 봐주는 분이 있어서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봐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MC들이 생각하는 롱런의 비결은 무엇일까? 유세윤은 두 맏형 김국진과 김구라의 역할이 주효했다면서 "김국진이라는 사람이 가장 김국진다운 공간, 김구라가 가장 김구라다운 공간이 다른 프로그램 다 제치고 '라스'라고 생각한다. 형들의 큰 몫, 편안함과 날카로움을 다 도맡아 해주신다. 그 굵은 매력이 800회까지 오게 만들어주신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안영미에게도 '라스'는 남다르다. '라스' 최초 첫 여성 MC인 그는 "처음엔 즐겁고, 해맑고, 별 생각 없었는데 한 회 한 회 할수록 쉬운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 1년은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하며 했는데 700회, 800회를 함께할 수 있어 꿈 같다"라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저도 두 큰 기둥이 버텨주고 있는 덕분에 지금까지 온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롱런의 비결에 대해서는 "서로 친하지 않아서"라며 "아직도 서로가 적응이 안 돼 권태가 올 일이 없어 늘 새롭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순해졌다는 얘기를 하시는데 장수의 비결이 그 순한맛 덕분인 것 같다. 예전처럼 논란이 있다거나 했다면 지금 시대에 장수하기 어려웠을 거다. MC들이 순해져서 편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장소가 된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이연화 PD는 800회 게스트로 출연한 개그맨 김준현의 말을 빌려 "씨육수 같은 방송"이라고 말했다. 그는 "씨육수를 바탕으로 새로운 게스트들, 프로그램과 별개가 아닌 게스트가 회차의 주인공이자 새로움을 주는 재료"라며 "재료들의 새로움을 더 맛있게 끓여내는 것을 고민한다는 생각으로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안영미는 여성 MC로서, 또 늑제 합류한 진행자로서의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매너리즘,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는 안영미는 "선배님들을 보며 배운 게 게스트를 돋보이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친절한 광대가 돼야겠다, 튀려고 하지 말고 저 분들이 신나서 튈 수 있게끔 받쳐 드리자는 생각을 하면서 편해졌다"며 자신의 역할을 언급했다.800회까지 달려온 '라디오스타', 출연자와 연출자가 생각하는 끝은 언제일까? 먼저 이 PD는 "요즘 웹 예능을 보면 화제성이 오래가지는 않더라. 그래서 '라스' 자체가 더욱 돋보인다. 조급함이 없다"면서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토크쇼가 많이 남지 않았다. 저희 프로그램을 아직까지 편안한 친구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며 롱런 가능성을 자부했다.김구라는 "이렇게 오래 갈지 몰랐다"고 놀라면서도 "모든 프로그램은 끝이 있다. 최장수지만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제가 봤을 때는 850회, 900회까지는 충분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논란도 많았고, 위기도 많았다. 동시간대 '라스'를 위협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국진은 의연했다. 그는 "위기를 겪어왔지만 휘둘리면 그게 진짜 위기"라는 소신을 밝히며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자리에서 계속 하는 것밖에 없었다. 상대 프로가 잘되는 게 위기면 매번 위기일 수밖에 없다. 우리 답게 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출연자가 일으킨 논란도 적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김구라는 "예전에는 게스트가 해서는 안 될 얘기를 할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10대 출연자가 와도 자기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는 안 한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다 갖춰진 상황에서 하는 토크쇼지만 10~20%를 재미있게 유쾌하게 더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위기는, 인터뷰에서도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나"라며 "윤종신이 '하는데 내가 재미없다'라고 했었다. 그게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녹화가 좀 기네' 같은 생각은 하지만 녹화 후에는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돌아간다"고 덧붙였다.1000명이 넘는 게스트가 출연했지만 MC들에 유독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 게스트가 있다. 김국진은 '로마공주' 솔비, 김구라는 '라스' MC들에게 복덕방 같다고 말한 배우 최민수, 유세윤은 육아 얘기로 공감을 이끌어낸 배우 김인권, 안영미는 녹화 내내 'X발' 욕설을 내뱉었다는 박준형과 최근 출연해 웃음을 안긴 권상우를 꼽았다.꼭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를 묻는 질문에 이 PD는 "희망 섭외를 말하면 섭외되는 걸 못 봤다. 이렇게 말했는데 출연해 주시면 진짜 멋진 것"이라면서 손석구, 김혜수, 아이유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순해졌다고? 우린 이렇게 달라'라스'가 초창기 때보다 퍽 순해졌다는 평가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순한맛이 됐다는 평가, 이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 PD는 "순한맛보다는, 강약이 있다. 최근까지도 그랬다"며 "게스트에게 불편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시청자도 불편하다는 게 달라졌다.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재미를 드리고 싶다"는 강한 소신을 전했다. 독한 게 차별화 전략이었다면, 지금의 '라스'는 다른 토크쇼와 무엇이 다를까? 이 PD는 "사전 인터뷰를 꼼꼼하게 한다"고 자부하며 "어떻게 해서든 오픈되지 않은 매력이 있을지 본다. 게스트가 피곤해 할 정도로 사전 인터뷰를 한다. 자료 조사도 열심히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한다. 게스트의 새로운 면면을 보여드리려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김구라는 "독하다는 것으로 회자됐고 태생적으로 그랬지만, 구속이 떨어져도 강속구 투수는 강속구 투수로 팬들의 기억에 남지 않나. 태생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순해지는 건 당연한 얘기인 것 같다. 그 와중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여전히 다른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가고 있다. 진짜 독하고 날것을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구라철'을 봐 달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독특한 게스트 구성도 '라스'만의 강점이다. 이 PD는 "자기 색이 확실한 게스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색이 강한 게스트 한 명을 섭외하고, 이에 맞게 다른 게스트를 구성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 PD는 "색을 그리며 같이 할 분을 연상한다. 너무 소심하고 심오한 분이라면 반대가 되는 분을 찾는다"고 설명했다.#'라스'로 스타 된 스타'라디오스타'를 통해 스타가 된 인물이 적지 않다. MC들 각자가 기억하는 '라스'가 발굴한 스타들도 밝혔다. 김국진은 박나래를 꼽으며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애매한 조건이었다. '라스'는 박나래를 품을 수 있는, 박나래를 받아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면서 "대상까지 받는 과정을 보며 저 또한 뿌듯했다. 이럴 수도 있구나, 한 사람의 인생이 '라디오스타'를 통해 바뀔 수도 있겠구나 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소회를 밝혔다.유세윤은 예상 밖 입담으로 뜨거운 화제를 몰고 왔던 배우 서현철을 꼽으며 "'라스' 출연할 때 만큼은 어디서 에피소드를 만들어 오시는지, 이야기만으로 사람을 재미있게 해주시는 분"이라고 기억했다. 안영미는 권일용 프로파일러를 꼽으며 "'라스' 크리스마스 특집에 나오신 이후 (예능에) 여기저기 많이 나오신다"면서 "'그알' 색이 많았다면 '라스' 이후 말씀을 재미있게 잘한다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그러면서도 가장 잘 된 케이스는 "안영미"라고도 꼽았다. 그는 '라스'에 출연했다 MC의 자리까지 꿰찬 자신에 대해 "저 만한 수혜자가 없다. 감히 안영미라 말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1434명의 게스트, 아직 적죠'라디오스타'에 지금까지 출연한 게스트는 총 1434명. 이연화 PD는 "제 생각보다는 작은 숫자라는 느낌이다"라며 "마음의 문을 열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 릴테니 거부감을 내려놓고 편하게 찾아 달라"고 바랐다.김국진은 "기자간담회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늘 조심스러운데, 800회를 축하해 주셔서 감사하고, 모두에게 감사 드린다"고 소감을 마지막 소감을 전했다. 김구라는 "800회에 이경규 씨가 나오신다"고 홍보하며 "제가 인천 출신인데 젊은 분들이 '마계 인천'이라는 얘기를 하더라. 듣기 싫지만은 않다. 인천 특유의 야성이 있다는 것 아닌가. '라스'도 제 고향 인천 같은 야성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인사했다.'황금어장' 시절에도 함께했던 유세윤윤은 "저를 크게 성장 시켜준 프로그램"이라고 돌아보며 "800회의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다. 900회에 제가 없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900회에도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안영미는 "900회에도 이 멤버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다른 방송에서 끼 있는 분들께 '라스' 한 번 나와 달라고 하면 '저는 재미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하시는데 걱정할 필요 없다. 친절한 광대가 앉아있으니 리액션 걱정 마시고, 제가 웃겨 드릴 테니 나와만 달라"고 홍보했다.'라디오스타' 800회에는 이경규, 개그맨 김준현, 배우 권율, 유튜버 오킹이 출연한다. 18일 오후 10시 30분 MBC 방송.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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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 없이 임영웅 나오도록" '더 시즌즈' PD의 발칙한 출사표 [리폿@현장]
[TV리포트=박설이 기자]지난해 7월 진행자 논란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600회를 끝으로 조용히 막을 내린 지 6개월여 만, KBS가 새로운 뮤직 토크쇼를 선보인다. 보다 새롭고 발칙하게, 그리고 단단한 각오를 장착하고 돌아왔다. KBS 새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이하 '더 시즌즈')의 제작발표회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진행자인 가수 박재범, 밴드 마스터인 멜로망스 정동환, 박석형 PD, 이창수 PD가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 시즌즈'는 시즌제 다(多) MC 체제를 표방한 새로운 형식의 뮤직 토크쇼를 표방한다.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 최초 '연간 프로젝트'라는 방식을 도입, 2023년 총 4개 시즌으로 나눠 다양한 매력의 4명의 MC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책임진다. 각 장르에서 독보적 위치를 가진 4명의 뮤지션이 각 시즌을 맡아 프로그램을 이끈다.비숑프리제를 연상케 하는 뽀글머리로 등장해 시선을 강탈한 이창수 PD는 첫 녹화를 마친 소감을 묻자 "녹화 중간에 눈앞이 캄캄했다"고 떠올렸다. 박재범이 대본대로 진행을 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 PD는 "오랫동안 준비한 대본대로 가질 않았지만 섭외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면서 "(KBS의) 작은 음악회에 대해 가진 선입견을 깨고 싶었는데 박재범의 커리어 자체가 편견을 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편견을 깨고, 조금 새로운, 요즘 시대에 맞는 진행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서 기대보다 훨씬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밴드 역시 새 얼굴들로 가득하다. 씬에서 잘 나간다는 뮤지션이 모두 모인 '정마에와 쿵치타치'에 이 PD는 "그 전에도 음악적으로 훌륭했지만, 정말 듣는 즐거움이 있는 방송이 될 거라고 판단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첫 시즌의 주인공 박재범은 데뷔 15년 만에 처음 지상파 MC를 맡게 된 설렘과 떨림을 드러냈다. 특히 노영심부터 유희열까지 이어진 30년 전통의 KBS 음악 토크쇼의 명맥을 잇는 첫 인물이 자신이라는 데 대한 부담감이 상당할 터. 그는 "이름 걸고 하는 것이라 신중하게 생각한다"면서 "30년의 전통이 있는 방송이지 않나.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하우스밴드 '정마에와 쿵치타치'에서 정마에를 맡고 있는 밴드 마스터 정동환. 이태욱(소란), 박종우 장원영, 신예찬과 함께 '더 시즌즈'의 생생한 사운드를 책임지게 됐다. 그는 "이름만으로도 신나는 느낌이다"라고 밴드 이름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30년 간 계속해온 프로그램이지 않나. 이 무대를 이어서 연주할 수 있다는 데 감사드리고 누를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학교 동문들로 이뤄진 '정마에와 쿵치타치', 10년 넘게 함께 음악을 한 멤버들이라 호흡도 남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크러쉬, 자이언티, 지오디 등 유명 뮤지션들의 연주자로 참여한 최정예 멤버들이라 자부심이 상당하다. 정동환은 "젊은 느낌의 밴드를 이 친구들이 가장 잘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음악에 저런 악기가 접목이 되는구나,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모두 있는 밴드다"라고 자랑했다. 이 PD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비주얼적으로도 훌륭한 밴드"라며 "PD로서 같은 음악도 다르게 만들어주는 능력 때문에 늘 감사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더 시즌즈'는 말 그대로 1년 동안 4명의 MC가 각각 한 시즌을 담당해 음악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박재범이라는 MC의 정체성은 힙합과 알앤비 장르. 그렇다면 박재범의 '더 시즌즈'는 힙합의 색이 강할지도 궁금해진다. 이애 대해 박석형 PD는 "30년 전통을 잇는 게 아닌,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며 "MC의 색깔이 베어나오기는 하겠지만 장르가 하나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즌마다 좋은 음악이 나올텐데, 그것이 우리의 존재의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MC가 박재범인 '시즌'에는 힙합과 알앤비 장르가 더 딥하게 다뤄질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시즌'의 기간도 궁금한 부분이다. 박재범은 언제까지 MC로 활약할까? 박 PD는 "박재범의 시즌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방송에서 말하는 통상적 '시즌'을 뜻할 것 같다"고 대략적으로 설명하며 "사정에 따라 (시기는) 유동적일 수 있고, 올 한 해 동안 4명의 MC가 각 시즌을 맡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재범은 "너무 바빠지기 전까지"라고 자신의 시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미 박재범을 포함해 3명의 MC가 확정됐으며, 네 번째 MC는 꾸준히 설득 중인 상황이라고.초대하고 싶은 뮤지션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박재범은 아이유와 뉴진스를, 정동환은 신인 뮤지션을 소개하길 원했다. 이 PD는 최근 유튜브 콘텐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세 캐릭터 다나카를 원했다. 박 PD는 "이 자리를 원하는 분들에게 항상 열어 놓겠다. 저희가 원하는 것도 있지만, 이 무대가 필요한 분들께 열어 두고 싶다"고 밝혔다.한편 KBS는 30년이라는 음악 토크쇼 역사상 처음으로 1년에 4명의 MC를 내세운다는 새로운 포맷을 내놓았다. 전작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MC 유희열의 표절 이슈가 터져 프로그램이 불명예 종영한 것 때문에 MC 리스크를 없애자는 전략은 아니었을지도 궁금하다.이에 대해 박 PD는 "리스크 때문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조금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영향을 끼치는 게 MC라고 생각했다"면서 "시대가 빨리 변하고 각각의 씬에서 좋은 음악이 계속 나오는데 고르게 기회가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0년 전통을 잇는 것이 아닌, 새로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는 박 PD는 "구성이나 방향에 대해 이전과 단절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하자고 했고, 그 결과가 시즌제가 됐다"고 설명했다.이 PD는 "가장 중점을 둔 건 선입견과 편견을 깨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이전에 보편성에 초점을 뒀다면 저희는 개별성, 관점에 초점을 뒀다. '오마카세' 형식으로, 주방장에 맞춰 새로운 코스가 나오고 변화에 따라 새로운 요리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박재범의 시즌제에 대한 관점은 가장 현실적이었다. 앞서 노영심, 이문세, 이소라, 윤도현, 이하나, 유희열이 이름을 걸고 쇼를 하며 오랜 기간 동안 진행을 맡았던 것에 대해 박재범은 "쉽게 말해 너무 오랫동안 해야 하면 (MC) 섭외가 힘들지 않을까 한다. 장기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라면서 "한 시즌만 하면 더 다양한 분을 볼 수 있고, MC를 맡은 분들도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즌제의 장점을 전했다.박재범이 MC를 맡은 기간은 끝이 정해져 있지만, 그가 헌신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PD는 "MC의 헌신이 (앞선 프로그램과의) 큰 차별점"이라며 "박재범이 신인 아티스트를 미리 만나 이야기를 먼저 만나보는 노력을 해주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노 오디션, 노 컴페티션의 프로그램이다. 이 두 가지를 하지 않으면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 까 했지만, 박재범이 신인을 소개하면 재발견, 새발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다"고 박재범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부제인 '박재범의 드라이브'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 박재범은 "제작진 분들이 많은 고민과 회의 끝에 여러 제안을 하셨다"면서 "'박재범의 몸매' 보다는 '박재범의 드라이브'가 낫지 않을까 했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며 사담 나누는 느낌을 원했다"고 제목에 담긴 의미를 전했다. 첫 녹화는 편안한 드라이브 같았을까? 결론적으로는 정해진 루트대로 가지는 않았던 듯하다. 박재범은 "대본대로 하면 실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딱딱하게 하는 건 제 성향과 안 맞다"며 "언급해야 할 부분은 분명 있지만 대화를 하다 생기는 궁금한 점들을 그때그때 했다. 정말 즐거웠다"고 전했다. 다만 양희은과의 녹화에서 "선생님들을 모실 때 어떤 어휘를 써야 하는지 몰라서 긴장을 많이 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마지막으로 박재범은 "MC를 맡는 동안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정동환은 "박재범의 오른팔로 형을 보필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창수 PD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는 "목표점이 있다. '미스터트롯' 없이도 임영웅이, '고등래퍼' 없이 이영지가, '케이팝스타' 없이 악뮤가 나올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면서 "음악 프로그램 기획은 처음이다. '사장님귀는 당나귀귀'는 처음 한 거라 또라이처럼 만들어서 통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개또라이처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좀 더 발칙하고 새롭게, '이런것까지 할 수 있었어? KBS에서?'라는 얘기가 나오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단단한 포부를 드러냈다.1992년부터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 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을 통해 지난 30여 년 동안 보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개하는 한편 역량 있는 신인 뮤지션을 대중에게 선보여온 KBS가 '더 시즌즈'를 통해 뮤직 토스쇼 명가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발칙함과 새로움, 트렌디함을 천명한 '더 시즌즈'가 "KBS에서 이런 걸 만들어?"라는 시청자의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는 오는 2월 5일 밤 10시 55분 KBS 2TV에서 첫 방송된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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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경 여우주연상에 유역비가 유독 기뻐한 이유 [리폿@VIEW]
[TV리포트=박설이 기자]데뷔 40년 만에 할리우드의 메이저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 배우 양자경(양쯔충)을 향한 축하가 쏟아지고 있다.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영향력있는 시상식인 미 골든 글로브에서 배우 양자경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계 배우로서는 아콰피나에 이어 두 번째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남우조연상도 같은 영화에 출연한 아시아계 배우 키 호이 콴에게 돌아갔다.이 영화는 아시아계 이민 가족 구성원들을 주인공으로 한 SF 액션 판타지 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힌 이 영화에는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등 아시아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감독을 맡은 다니엘 콴 역시 아시아계다.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끌어들인 신박함은 많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안기는 데 주효했다. 영화는 지금까지 키 호이 콴에게 골든글로브 포함 5개의 남우조연상을, 양자경에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양자경의 경쟁자는 레슬리 맨빌, 마고 로비, 안야 테일러-조이, 엠마 톰슨 등 매우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이었지만, 홍콩에서 온 그는 업계에서는 '소수자'인 아시아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트로피를 차지했다. 양자경의 수상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양자경은 영어권 출신이 아닌, 말레이시아 국적의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인 그는 홍콩에서 활동을 시작해 전성기를 누렸고,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해 여성 액션 스타로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빛내왔다.그래서인지 양자경의 수상에 함께 기뻐하는 중국 배우 유역비의 축하에 더욱 눈길이 쏠린다. 유역비는 양자경의 수상에 "진짜 너무 대단하다. 축하 드린다"라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유역비에게 양자경은 중화권 영화계 선배 이상이다. 자신이 앞으로 걷고자 하는 길 그 자체이자, 여성 배우로서 할리우드 개척해나간 중화권 영화계의 선구자다.유역비는 최근 영화 '뮬란'으로 본격 할리우드 진출에 나섰다. 유역비는 '뮬란'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자신의 존재감을 할리우드에 각인시켰고,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가 선정한 '올해의 중국계 인물'에 양자경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기에 양자경의 골든글로브 수상은 유역비에게 용기와 자극이 됐을 터. 양자경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 가운데서도 특히 상징적인 존재인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흥행을 기점으로 할리우드에서는 중국 외 아시아의 시장성을 본격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했고, 이후 '기생충'과 '미나리', '오징어 게임'이 북미 유수 시상식을 휩쓰는 사건들이 벌어지며 아시아 콘텐츠의 우수성을 더 많은 아시아 밖 사람들이 알게 됐다.할리우드 내 아시아계의 달라진 입지 뒤에는 이들의 끈끈한 연대의 중심에도 양자경이 있다. 중국, 홍콩, 그리고 한국까지, 국가를 가리지 않고 아시아계 영화인들을 뭉치게 하고, 아시아계 영화인들이 할리우드로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스스로가 아이콘으로 성장해 나갔고, 말 그대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도 그의 노고를 엿볼 수 있다. 양자경은 "처음 할리우드에 왔을 때를 기억한다. 꿈이 이뤄진 것만 같았다"라고 벅찬 심경을 전하면서도 "그렇지만 내 얼굴을 봐라. 난 이곳에 와서 '넌 소수자야'라는 말을 들었다.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 나처럼 소수인종으로 할리우드에 온 선배 배우들, 앞으로 나와 여정을 함께할 모든 이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라고 말했다."이 자리에 서기까지 놀라운 여정이자 엄청난 투쟁이었다"고 말한 골든글로브 여우상의 주인공 양자경은 보수적인 할리우드 어워즈들이 '소수'로 일컬어지는 이들에게 문턱을 낮추고 있다는 방증 그 자체다. 양자경의 레이스가 아시아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손에 쥐는 순간으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웨이보, 인스타그램